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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금융기관이냐? 금융회사냐?

어찌 보면 말장난 같지만 몇 년 전부터 ‘금융기관이냐? 금융회사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왔습니다.

 

금융회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은행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주식회사이므로 ‘기관’이 아니라 ‘회사’라고 불러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효율적인 운영으로 과거 관치금융의 오명에서 벗어나 무한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요지입니다.

 

반면, 금융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은행이 너무 수익성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은행은 다른 제품이 아닌 경제의 피와도 같은 ‘돈’을 다루는 곳이므로 기업이나 가계가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공공의 성격이 강한 만큼 금융기관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그들의 요지입니다.

 

이번에 이러한 양측의 주장이 제대로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입법예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은 금융기관(회사)의 공공성을 인정하여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기 어렵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소위 ‘금산분리원칙’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이번에 정부는 이를 완화하고자 법 개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에 따르면,

 

1) 기업(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는 지분의 보유한도가 기존에는 4%인데 이를 10%로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은행들의 지분구조상 10% 정도의 지분율이라면 은행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소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2) 기업이 30%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PEF(사모펀드)를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에서도 금융자본이 금융기관(회사)을 소유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특정기업이 PEF를 만들면서 자신이 30% 미만의 지분을 가지게 되면 이 PEF는 금융기관(회사)을 100% 확보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실질적으로 기업의 금융기관(회사) 100% 소유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죠.

 

3) 그 밖에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일정요건을 갖추고 승인을 받으면 은행 소유가 가능해지며 보험·증권사의 지주회사가 제조업 등 비금융회사를 소유하는 것도 허용되는 등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여야는 그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진 듯 합니다.

 

여당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이 법안이 회기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야당은 은행이 재벌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이 법안은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쪽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독자 여러분도 의견이 갈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분은 우리나라의 금융기관(회사)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손을 들겠죠.

 

하지만 내 집 마련 때문에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분이라면 은행이 돈벌이에 치우치기 보다는 공공성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인상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시기엔 더욱 그러하겠죠.

 

결론적으로 ‘금산분리 문제’나 ‘금융기관 vs. 금융회사 문제’는 은행이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 아니면 공공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사안이 다 그렇듯이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봐선 안될 것입니다. 다만, 은행이 우리경제에 어떤 위치여야 하는 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여기서 뜬금없이 우체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우체국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잘 알고 있습니다. 산간벽지에서도 편지 한 통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체국 덕분입니다. 이러한 우체국은 현재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에 속해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체국은 일반기업이 아니라 공공부문입니다.

 

만약 우체국이 수익성을 따지는 일반기업이라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산간벽지에는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편지를 배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은행의 역할이 우편이나 전기, 의료 같은 영역과 같은 선상(같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근접한 선상)에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금산분리에 대한 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後記]

‘정작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는 게 은행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대기업을 위시한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더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어쩌면 저만의 기우일까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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