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정부, 돈줄 막아 물가 잡겠다 ???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정부, 돈줄 막아 물가 잡겠다”는 기사가 눈에 뜨이더군요.

 

시중의 과도한 통화 유동성을 줄여서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의지인데요. 그 방안으로 상환능력 여부를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강화시켜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이 M&A 등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을 억제하여 시중에 돈이 풀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죠. 반면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지원은 계속하되 리스크 관리 등을 제대로 해서 건전성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죠.

 

모름지기 인플레이션 하에선 금리를 인상해서 물가를 잡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요즘같이 물가는 올라가는 데 경기는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를 올렸다가 가계나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경기가 더욱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가 직접 시중의 과도하게 넘쳐나는 돈줄을 막는(유동성 관리)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줄을 잡는다고 물가가 잡힐까요?

 

물가란 게 ‘물건의 가격’입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시중에 돈이 차고 넘쳐 사람들의 씀씀이가 헤퍼지면 물건의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죠. 수요가 올라가면 가격이 오른다는 저 유명한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니까요.

 

따라서 시중의 돈줄을 막게 되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물건의 가격도 떨어지게 될 것이니 물가상승을 막을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말이죠? 요즘 치솟는 물가는 수요가 늘어나서 그런 건 아니란 데 있습니다. 물가상승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서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지금이 그런 상황이죠.

 

다들 알다시피, 지금은 국제유가 급등 등의 공급측면에서 물가가 오른 것이므로 돈 줄을 죄었다가 괜히 기업들의 투자나 생산만 줄어들고 이로 인해 일자리 감소나 임금삭감 등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만 더 얇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신문기사를 보고 다소 의아해 하긴 했습니다.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정부가 모르고 있을 리는 없는데 말이죠. 어쩌면 거기에는 정부의 뭔가 심오한 혜안과 배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後記]

“아니, 이렇게 경기가 어렵고 지갑이 텅텅 비어 있는데 시중에 돈이 남아돈다는 게 말이돼???” 라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겠군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적어도 투자 쪽에서 일하고 있는 저로서는 시중에 갈 곳 없는 돈이 넘쳐나 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다만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하고 운용을 해야 할 지 몰라 헤매고 있을 따름이죠. 마치 제짝을 못 만나 과년해진 선남선녀들 같습니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성에 차는 배우자가 없다며 매일매일 하소연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도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고가 지난 5월 한달간 각각 10조9천195억원, 9천319억원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돈들의 대부분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래 돈이란 게 마음이 따뜻한 생명체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수익도 생기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진 않습니다. 뭔가 유인책이 있거나 수익이 남는 쪽으로 흘러가는 게 돈의 속성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이 경기침체의 우려가 심하고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돈이 흘러갈 곳이 없는 거죠.

 

모름지기 현실을 비아냥거리거나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더욱더 얇아져 가지만 반대로 갈 곳 없는 돈들이 쌓여 있다는 게 현재 우리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부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겠죠. 우리 모두가 이자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찾아가는 돈의 속성에 충실한 21세기 금융자본주의의 시민들이니까요.

 

또 더욱더 그렇다고, 부자들의 그 많은 돈을 강제로 뺏을 수는 없겠죠. 우리나라는 그 누구도 자신의 돈을 강제로 빼앗아 갈 수 없는 엄연히 사유재산제를 인정하는 국가니까요.

 

따라서 이 난국을 타결할 수 있는 해법의 핵심은 돈 줄을 잡아 물가를 잡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시집·장가 못 간 부자들의 돈이 생산적인 곳에 투자 될 수 있도록 보다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예측 가능한 나라 환경을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요?

 

꽁꽁 동여맨 부자들의 돈 외투를 벗기는 방법은 폭풍을 부는 게 아니라 해님의 따뜻한 햇살이니까 말이죠. 그러기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부자든 서민이든)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하겠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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