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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가 남긴편지: 기부는 경제적인 행동일까?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4시간30분의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죠. 특히 현대·기아차그룹과의 차량 IT 혁신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가 언급되면서 증권가에서도 이에 대한 수혜주를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다들 ‘빌 게이츠 효과’를 통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 회장이 떠나기 전 남긴 한 통의 편지가 뒤늦게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결코 ‘돈을 벌 수 있는 노하우의 전수’가 아니었습니다. 뜻밖에도 ‘기업은 기부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이 편지를 통해 ‘어머니의 격려 때문에’ 30년 전 처음으로 기부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밝히며, “기업 기부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당면한 사회문제들은 기업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함께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이윤 추구가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 (← 분명, 이 말은 맞는 말입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기업이 아니고 사회 경제적으로도 죄악입니다.)

 

과연 열심히 돈을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빌 게이츠의 편지에서처럼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는 ‘기부’를 반드시 해야만 할까요? 기업은 왜 기부를 해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 적지 않은 연구가 있어 왔죠. 특히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윤추구가 목표인 기업이 기부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경제학의 한 분야가 바로 ‘자선의 경제학’입니다. 이러한 자선의 경제학에 대해 얼마 전 어느 잡지사의 요청으로 제가 쓴 글이 있어서 본 칼럼에 올려 봅니다.

 

<자선의 경제학>

얼마 전 신문을 보니 가수 김장훈씨가 지난 9년간 무려 30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홍보 수단으로 연말연시 반짝 기부행사를 벌이는 것과는 달리 지속적인 기부와 선행을 펼치는 연예인이나 기업인들이 우리 사회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어렵게 번 돈으로 기부를 할까? 가진 자가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외면하게 되면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두려워 마지못해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을 돕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기부는 언뜻 보면 자신이 손해를 보는 행위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이득을 안겨다 주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도 이러한 관점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원래 경제학이란 합리적인 인간이 최대한의 만족(효용)을 얻기 위해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합리적 인간’이란 솔직히 듣기 좋아 라고 완곡어법을 쓴 것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기적인 인간’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 경제학에서는 인간이란 모두 이기적인 존재이며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경쟁자를 어떻게 따돌리고, 노동자들을 어떻게 구조조정하고,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의문을 가지는 부분이 있어 왔다.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자신이 어렵게 번 돈을 왜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일까? 왜 빌 게이츠는 자선재단을 만들고, 주식투자의 영웅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자산의 85%인 자그마치 370억 달러나 되는 거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일까?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잘못된 것일까? 경제학자는 이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연구된 학문이 바로 ‘자선의 경제학(Economics of philanthropy)’인 것이다.

 

‘자선의 경제학’에서는 ‘이타성(利他性)’과 ‘따뜻한 빛’을 주요한 화두로 제시한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성은 얼핏 보면 이기적(합리적)이라는 말과 정반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남이 잘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면 이 역시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빌 게이츠가 자선재단을 만들어 제3세계의 난민들을 돕는 일을 한다면 사람들은 빌 게이츠를 존경하게 될 것이고 이는 그가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신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직접적으로 그러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 간접적으로는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듯 남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자신에게도 좋은 결과가 된다면 이는 ‘이타적=이기적’인 것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거대한 기업체를 운영하거나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만 기부를 하면 될 것이지, 왜 일반 사람들도 기부를 하는 것일까? 비근한 예로 얼마 전 60대의 여성이 400억원 상당의 땅을 모 대학병원에 기부를 한 것을 들 수 있다. 그 분은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말라고 하면서 어마어마한 금액의 땅을 기부한 것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운영하더라도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사람들이 알 수가 없을 테니 ‘이타적=이기적’의 공식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 경우에 설명하는 화두가 바로 ‘따뜻한 빛’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만족(효용)이란 물질적인 이득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이득에서도 나온다. 나눔이란 행위는 어둡고 추운 공간에 따뜻한 빛을 비추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이러한 일을 자신이 나서서 함으로써 물질적으로는 손해를 보지만 기쁨과 보람이라는 정신적인 이득을 더 많이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선의 경제학’은 기부와 나눔이 결코 비경제적인 행위가 아닌 경제주체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엄연한 경제적 활동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자선의 경제학은 정책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고 있다. 일반 경제에서도 가격이 낮을수록 소비가 증가하듯이 나눔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기부와 나눔의 비용이 낮을수록 더 많은 자발적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선단체가 아닌 개인의 기부가 전체의 75% 이상이며, 가구의 70%가 자발적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나눔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확산되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부에 대한 정부의 세액 공제가 정착되어 있다는 것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우리 사회에도 기부문화가 더욱더 확실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부가 자신에게 이득이면 이득이었지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과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실질적인 정부의 세제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열매> 기고 칼럼  – 김의경 (erniekim@chol.com)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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