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치킨 런! 뱅크 런! 펀드 런!

    피터로드, 닉파크 감독의 <치킨 런>(Chicken Run)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머지 않아 닭요리로 식탁에 오를 운명인 양계장의 닭들이 탈출을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담은 애니메이션이죠.

 

    닭들이 런(Run)을 한다…

불안에 휩싸인 닭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양계장 주인 입장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귀중한 재산(=닭)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되니 말입니다.

 

    ‘뱅크 런’(Bank Run)이란 금융용어가 있습니다.

대규모의 예금인출 사태를 말하는 거죠. 은행이 부실해지면 해당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이 너도 나도 은행에 뛰어가 예금을 빼내는 대혼란을 의미합니다. 물론, 은행이 파산하기 전에 자신의 알토란 같은 예금을 먼저 찾아가겠다고 몰려드는 예금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대혼란은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줍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을 통해 자금을 빌려 쓰고 있는 많은 회사나 개인들이 궁지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뱅크런이란 용어에서 파생되어 요즘에는 ‘펀드 런’(Fund Run)이란 말까지 생겼습니다. 증권시장의 폭락에 겁먹은 펀드가입자들이 너도나도 증권사로 몰려가 펀드를 환매하는 사태를 말하죠. 이 역시 소중한 목돈을 펀드에 넣은 개별 펀드투자자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펀드자금이 왕창 빠져 나간 증권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되죠.

 

아무튼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 이런 ‘런’(Run) 들은 비슷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오히려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켜 모두가 죽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치킨런은 여기서 예외지만 말입니다.^^;)

 

처음에 작은 불씨는 국내외의 수없이 다양한 외생변수에 의해 촉발되지만 대형화재는 결국에는 사람들의 조바심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 바로 금융에서의 파국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아주 심각합니다. 그 이외에도 국제 유가나 중국의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 좋지 않은 외생변수들이 증시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협요인들은 어디까지나 작은 불씨들일 뿐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개개인들의 조바심과 이에 의해 만들어진 악령 같은 군중심리가 ‘런’(Run)으로 지게 되고… 그것이 바로 공멸의 길로 이끄는 파국이 되는 것입니다.

 

몇 일전 경제신문 읽는 법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많은 분들이 펀드투자 한 것에 대해 상당히 걱정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걱정이 조바심으로 이어지거나 ‘런’(Run)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듯싶습니다. 그만큼 이제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상당히 성숙해졌나 봅니다. 그 동안 IMF나 9.11테러, 대통령 탄핵소추나 상하이증시폭락 등의 다양한 이벤트(?)을 겪어봤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2000년 증시 폭락에 쫄아서 그렇게 인기 있던 바이코리아 펀드를 반토막에 환매했었는데, 세월이 흐른 2007년 5월. 내팽개쳤던 그 펀드가 무려 300% 이상의 수익률을 갱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지금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 1600선으로 주저 앉았다며 가슴 아파하는 코스피지수가 1998년 초 외환위기 당시 200선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하기에 우리는 조바심을 제어하며 보다 성숙하게 뱅크런이나 펀드런의 사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우리는 뼈저린 반성도 해야 합니다.

 

평소 펀드투자하고 담 쌓고 살다가 2007년 펀드 열풍이 일어나자 그제서야 우르르 펀드가입의 대열에 몰렸던 우리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이런 반성이 있다면, 이번에도 환매대열에 우르르 몰리진 않을 것을 믿습니다.

 

모름지기 돈을 벌려거든 소수의 편에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신: 폭락장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몇 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장기투자란 2~3개월도 아니고 2~3년도 아닙니다. 적어도 10년은 끌고 가겠다는 장기적 안목과 각오가 필요합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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