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란 게 묘한 거라서 그토록 애태우며 오르기를 갈망하다가도 정작 주가가 엄청 올라버리면 또 다시 애가 탑니다. ‘이러다 혹시 폭락하는 거 아니냐’며 말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주가 2000시대의 신기원을 이룩한 지 이틀 만에 121포인트나 폭락을 해버린 지난 금요일(7/27).

 

오후 늦게 예전 회사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오늘 마음고생 많았겠어요. 지수가 이렇게 폭락을 했으니 말이죠.”

“허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뭘요. 사실 전 목요일 오전 중에 벌써 빠져 나왔는데요.”

 

저는 분명히 전화에 대고 건방지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신통력이 있어서 주가가 빠질 것이란 걸 예측했기 때문에 그랬을까요? 결코 그건 아니죠.

 

2007년 7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의 경제종합면에는 <2000 돌파후 조정있겠지만 상승 계속될 것> 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습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사장님들이 보는 향후 증시에 대한 기사였죠. 이때가 종합주가지수가 1983.45로 주가 2000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를까?’라는 질문에

 

1) H증권 사장: 상당기간의 조정 불가피. 중장기적 상승추세 지속 / 올해 최고점 2280 예상

2) D증권 사장: 2000 돌파후 변동성 커지겠지만 상승은 계속 될 것 / 올해 최고점 2300 예상

3) W증권 사장: 2050~2100까지 상승 가능. 4분기 중반 이후 조정예상 / 올해 최고점 2050~2100 예상

4) H증권 사장: 향후 1년간 15~20% 상승 / 올해 최고점 2200전후 예상

5) M증권 사장: 2000 돌파 후 소폭 조정 가능. 중장기적 상승 / 올해 최고점 2100전후 예상

6) K운용 사장: 2000 돌파 후 조정이 있겠지만 큰 폭은 아닐 것 / 올해 최고점 예측 어려움

7) L운용 사장: 10% 내외의 조정이 있겠지만 장기 상승 계속 / 올해 최고점 예상 어려움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를 요약 해보면 상당수의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님은 2000을 찍고 약간의 조정은 있겠지만, 주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증권사 사장님들이 신(神)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놓으라는 강호의 주식전문가와 애널리스트를 휘하에 두고 계시니 아무래도 그 예측이 얼토당토않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종류의 기사를 한번이라도 접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주가 2000을 찍고 나면 이내 조정이 한번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번 폭락장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의 엄청난 매도 물량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외국인의 매도물량은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그게 벌써 7조6855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엄청난 금액입니다. 이러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그 동안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이 받아주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나 봅니다. 금요일 하루 만에 외국인이 처분한 주식이 844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락장을 사람들은 ‘검은 금요일’이라 부릅니다. 2007년 7월 28일자, 한국경제신문의 헤드라인이 바로 <세계증시 폭락 ‘검은 금요일’>이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증권사 객장은 폭탄 맞은 분위기인 듯싶습니다. 대부분이 단기조정은 예측했으나 1900선이 깨질지는 꿈에도 몰랐다는 겁니다.

 

하지만 꿈에도 몰랐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1800선을 뚫고 1900선을 뚫을 때 모두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주가 2000시대가 목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자신감 있고 희망찼다기 보다는, 혹시 깨질까, 혹시 날아갈까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겁나서 더 이상 주식투자 못하겠다고 분명 이야기했습니다. 객장에 아줌마 부대가 몰려들면 주식장은 막장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 격언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00을 찍은 후 폭락을 했지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뭘요’ 라는 건방진 소리를 감히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절대로 투매에 동참해선 안 됩니다. 작년 말, 올 초부터 투자에 참여했던 분들은 그래도 그 동안 많이 먹었으니 폭락장을 견뎌낼 저력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엄청 오르고 난 후, 뒤늦게 돈 좀 벌어 보겠다고 들어온 분들이 이번 폭락장에서 자칫 겁을 먹고 투매를 할 것 같아 우려 됩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도 증시 격언이지만, 투매에 동참하지 말라’는 말도 증시 격언입니다. 반드시 다시 주가는 오를 것입니다. 그게 설령 대박을 안겨주진 못할지라도 적당한 선에서 팔고 빠져 나올 기회는 될 것입니다.
 

주가 2000시대, 투매에 동참하지 말라는 글을 쓰는 현실이 착잡합니다만,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저는 지난 주 월요일 반을 팔고 목요일 오전 중에는 가지고 있던 주식의 대부분을 처분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특별하게 잘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주식을 들고 있다고 해서 특별하게 못한 것도 아닙니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주식투자의 승패는 매도시점이 아니라, 그 돈이 자기 주머니에 들어 온 후에 플러스가 되느냐의 여부로 가릴 수 있다고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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