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을 끌어 온 말 많고 탈 많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007년 4월 2일 마침내 타결이 되었습니다.

 

FTA란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로 두 나라 사이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장벽을 없애는 협정을 의미합니다.

 

물론, 사전적 의미대로 모든 무역장벽을 없앨 수는 없겠죠. 미국은 미국이 유리한 것만, 우리는 우리가 유리한 것만 없애고 싶어 했습니다. 그 팽팽한 줄다리기가 14개월 만에 끝이 난 것입니다.

 

우리가 얻은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는 자동차 쪽을 들 수 있습니다. 3,000cc 미만 자동차는 관세가 철폐되었습니다. 이제 매년 1,700만대 규모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섬유 쪽도 관세가 내려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한미FTA체결로 인해 우리나라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이 7∼10년에 걸쳐 7.2%(326억 달러)나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농업 쪽은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쌀은 지켜냈지만, 농산물과 쇠고기의 관세 철폐로 미국 농산물의 저가 공세가 불을 보듯 뻔하게 되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FTA로 농업에서 생기는 실업자만 최대 7만∼14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반덤핑 조치 완화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리 수출업체들은 지난 25년간 미국의 반덤핑 관세의 남발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 왔습니다. 따라서 완전한 무역장벽을 없앤다는 FTA의 정신이 이번 타결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입니다.

 

누군가 묻습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우리나라나 우리 국민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말입니다. 이는 제가 생각할 때는 정말 우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의 초등학생 수준의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나라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국민도 모두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아닙니다. 점점 더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의 농민과 우리나라의 농민이 같은 처지가 되고 미국 기업가와 우리 기업가가 같은 입장이 될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게 바로 개방의 진짜 의미입니다.

 

분명 한미FTA체결로 인해 덕을 보는 쪽이 있고 손해를 보는 쪽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체결과 동시에 정해지기도 하겠지만, 각자가 어떻게 운영의 묘를 살리느냐에 따라 또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한미FTA체결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 아니다 하는 이분법적 논란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고 준엄합니다.
 

분명한 것은 싫든 좋든 이제 우리 개개인은 새로운 질서에 직면해 버렸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교역량이 늘어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겠지만 미국 경제의 움직임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다시 메가톤급의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개개인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한미 FTA는 한마디로 새로운 개항입니다. 이제 점점 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이라는 최대공약수는 없어지게 됩니다.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이 어떤 득을 보고 어떤 실을 보게 될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그게 이제 우리 개개인에게 남겨진 살벌한 숙제인 것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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