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어느 주식 초보자의 일기

증권사 지점에서 15년을 근무한 C차장을 만난 건 상하이 증시 폭락여파로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던 때였습니다.

 

“주식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또 이렇게 폭락을 하니 말이죠. C차장님은 십몇년을 객장에서 근무하셨잖아요. 어떤 노하우라고 할까 그 동안 쌓인 내공이라고 할까 그런 것 있으실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주식인 것 같아요. 그 동안 돈도 많이 까먹었고 또 벌 때는 엄청 벌었는데 여자 속마음하고 주식은 정말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겠어요.”

 

저녁 시간,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취해 갔죠.

“그 아십니까? 주식시장도 물리학이 작용한다는 것”

뜬금없이 C차장이 이렇게 말했죠.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가 15년 넘게 증권사 객장에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느낀 건데요. 주식시장에도 물리학이 작용하거든요. 물리학 중에 중력의 법칙이 있죠. 그리고 운동에너지나 위치에너지, 이런 것 기억나시죠. 그 왜 우리 고등학교 때 배웠잖아요.”

“아 예, 전 문과에다가 지구과학 선택이라 물리는 잘 배우지 못했는데요..”

 

“그래요. 그럼 제가 알기 쉽게 설명하죠. 어떤 물체든 땅에 있다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물체가 무거울수록 엄청나게 힘을 들여야 위로 올라가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엄청나게 펌프질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러다 힘이 빠져 잠시 쉬게 되면 그 물체는 그냥 아래로 떨어집니다. 중력의 법칙에 의해서 말이죠. 힘을 들여 위로 올리면 올릴수록 빨리 지쳐서 그 물체에 손을 빨리 떼게 되겠죠. 그리고 높이 올라가 있으면 있을수록 아래로 떨어질 때 그 속도는 빨라집니다. 위로 올려 보냈던 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바뀌어 중력의 법칙에 의해 가속도가 붙는 거죠.. 주식시장도 똑 같습니다.

주가를 올리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온갖 호재와 사람들의 기대심리, 실적, 금리, 환율 등등 온갖 좋은 정보와 환경이 갖추어져야 올라가는 거죠. 하지만 열심히 펌프질을 하다가는 금방 지쳐 버립니다. 힘이 빠지면 그 다음부터 순식간에 무너지는 거죠. 올리는 데는 힘이 들지만 떨어지는 것은 그냥 중력의 법칙에 의해 자연스레 떨어지는 겁니다. 그 동안 상승시켜려는 노력이 오히려 하락을 불러 들이는 거죠.”

 

C차장은 잠시 말을 끊더니 소주잔을 한잔 기울이더군요.

“흔히들 주가가 왜 빠지냐고 묻잖아요? 답은 간단합니다. 높이 오른 주가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그냥 빠지는 겁니다. 빠질 때는 이유가 없어요. 따라서 주가가 왜 빠지는 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말라는 겁니다. 사과가 왜 땅으로 떨어지냐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중요한 것은 오히려 다른 데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주가가 왜 오르는가? 라는 거죠.”

“왜 오르는가? 라고요?”

 

“예, 중력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땅에 떨어져 있는 물체가 위로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죠. 따라서 어떤 에너지가 주식시장에 가해져서 주가가 올라가는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힘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 것이며, 언제까지 나올지를 파악해야 하는 겁니다. 그 힘의 원천에서 더 이상 에너지를 발휘할 수가 없다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중력의 법칙에 의해 빠질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건 쉽게 알 수 있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주식시장의 이러한 물리의 법칙 개념을 파악한 지 어언 7~8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거죠.”

“그럼 주식투자는 어떻게 하십니까?”

“그래서 저는 모든 상황을 단순화 시켰죠.”

“어떻게요?”

“사실 차트나 그래프를 보는 기술적 분석도 다 부질 없는 겁니다. 그거 지나고 나야 ‘아하 그랬구나’ 이런 거죠. 미래의 일을 알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기술적 분석 신봉가는 그게 아니라고 하지만 전 절대 동의하지 않아요. 그래서 전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만 정했습니다. 제가 오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니까 조금 덜 잃더라’ 하는 것을 위주로 말이죠. 그리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걸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상당히 실적이 좋아지더군요.”

“그게 뭡니까?”

 

“몇 가지 있습니다. 솔직히 다 말씀 드리긴 그렇고.. 초보자시니까 몇 개 만 말씀드릴께요.”

저는 솔깃해서 그의 입을 응시했죠.

“아~ 물론, 듣고 나면 그거 다 아는 거 아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취한 김에 말해 볼게요.

1) 폭락장에 투매하지 마라

2)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마라

3) 손해 보고는 절대 팔지 마라

허허 다 아는 이야기죠.”

 

물론 저는 ‘예’ 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의 면전에선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었죠.

“아, 뭐, 그게…”

이렇게 얼버무려야만 했죠.

 

그러자 C차장은 저의 표정을 읽었는지 이내 정색을 하며 확신에 찬 얼굴로 이야기를 했죠.

“하지만 저도 오랫동안 주식시장에서 굴렀는데요. 이것 외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그게 말하긴 쉬워도 지키긴 힘듭니다. 특히 대출 받아 주식을 하거나 펀드멘탈이 없는 작전주에 투자하면 더욱더 그렇죠.”

“저도 지금 주식을 조금 하거든요. 2007년 들어 시장이 활황이 될 거라고 작년 말에 주식 전문가들이 많이 예측했잖습니까? 그래서 연말에 왕창 주식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의 주가가 새해부터 비리비리 하더니 요번 상하이 주가 쇼크로 쿵 하고 폭락을 해서, 상당부분 손해를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C차장님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할께요. 그래도 15년 넘는 노하우라고 하셨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의연한 마음으로 팔지도 않고 버텼습니다. 연초부터 따지면 어언 3개월쨉니다. 그리고 몇 일전에 원금 회복을 달성하더니 이젠 20% 이상 올랐습니다. 물론, 종합주가지수가 아니라 제가 산 주식들이 그랬다는 거죠.

 

일단 일부 수익을 실현했죠. 왜냐구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는 한, 에너지가 빠지면 또 곧장 떨어질 거니까요. 뭐든지 계속 오르는 것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주가가 왜 빠지는 지에 대해 묻기 보다는 왜 오르는 지에 묻기로 했습니다. 그럼 저도 언젠가는 고수가 되어 있겠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