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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도 펀드로 투자해야 하는 시대

어느 언론사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88%가 노후생활을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노후대비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장인 100명 중 고작 2명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는 군요. 솔직히 자녀교육자금, 내집마련자금, 자녀결혼자금 등을 준비하다 보면 노후를 대비한 자금을 따로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도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데 뭘…’ 하며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우리에겐 ‘노후’라는 겨울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전에 식량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정부에서도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근로자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퇴직연금제도’입니다.

 

퇴직연금제도란?

기존 퇴직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퇴직금을 회사 내에 쌓아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어려워져 자금을 다 탕진하게 되면 정작 퇴직하는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퇴직금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퇴직연금제도’입니다.

 

물론,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다 가만히 놓아 둘리는 만무하겠죠. 이렇게 적립한 돈을 투자원금 삼아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여 그 돈을 불려 나가게 하는 것이죠. 마치 펀드상품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근로자들이 퇴직을 하게 되면 적립한 퇴직금과 불어난 운용수익금을 연금의 형태로 받아가게 하는 제도입니다.

 

어떤 종류가 있는가?

퇴직금을 펀드처럼 운용한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으로 운용하는가? 이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1) 확정급여(DB : Defined Benefit)형 : 근로자에게는 향후 받을 퇴직금의 규모가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회사가 외부 금융기관에 알아서 자금을 적립해가며 자산운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죠. 근로자는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 지 굳이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퇴직금 운용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지는 것이고, 근로자는 나중에 정해진 퇴직금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회사의 입장에서는 확정급여형을 꺼려할 수도 있습니다. 운용실적이 나쁘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2) 확정기여(DC : Defined Cotribution)형 : 확정급여(DB)형과 반대입니다.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회사는 정해진 금액만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면 됩니다. 이 자금에 대한 운용지시는 근로자가 직접 내립니다. 따라서 근로자 자신이 어떤 금융기관을 선정해서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받게 될 퇴직금의 규모가 달라지게 됩니다. 마치 펀드상품을 잘 골라서 큰 수익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이란 게 있습니다. 모든 펀드투자가 수익을 안겨 줄 수 없듯이 확정기여(DC)형의 경우에도 근로자가 자칫 잘못 운용을 하게 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다른 돈도 아니고 노후의 생계와 직결되는 퇴직금을 까먹는다는 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겠죠. 따라서 정부에서도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유치하는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원금보장상품 제시 의무화,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비율 제한, 운용 방법별로 이익과 손실 가능성 제시 등의 안전장치를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로 하여금 자산운용에 대한 근로자 의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여 근로자가 올바른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자기 퇴직금은 자기가 불려 나가는 시대

퇴직연금제도는 2005년 12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1년 정도가 지났죠. 하지만 아직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9인 이하 사업장)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퇴직연금은 임의 가입사항인 만큼 사원 숫자가 적은 중소기업이 아무래도 노사간에 의사결정이 쉽기 때문이라고 노동부는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증가속도는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6년 11월 현재 적립금액은 총5천637억5천만원이며, 11월 중 맺어진 신규계약 건수는 1,309건으로 10월의 570건에 비해 2.3배 늘어났다고 합니다.

 

 

고령화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고민했던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노후보장 3종 세트’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선 국민연금으로 최저생계보장을 하고, 퇴직연금으로는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것이죠. 그리고 개인연금으로는 그 보다 더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만끽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401K’라 불리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 이미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회사와 협약을 통해 외부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회사는 주기적으로 그곳에다 퇴직금을 적립하고 그 운용은 근로자가 지시를 내려 수익을 불려나가는 것이죠. 이쯤 되면 펀드투자처럼 앞으로의 퇴직금은 근로자 스스로가 불려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여윳돈으로 하는 단순한 펀드투자가 아니라 자신의 노후 생계를 위한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을 가지고 하는 사활(?)을 건 펀드투자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다 보니 정부당국이나 외부 금융기관에서는 근로자들이 운용수익 조회, 펀드변경, 새로운 펀드 이해 등 적립금 운용을 위해 개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도만 만들어 줄 뿐이고, 그 제도를 선택하고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결정해야 할 부분이겠죠. 결국 가난구제는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듯이 노후 대비 역시 스스로 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현명한 투자 마인드를 길러야 할 것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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