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정부가 하는 일에도 돈은 든다

얼마 전 정부는 2030년의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정말 가슴 설레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노후대비를 하기 위한 걱정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듯 합니다. 그런데 그 비용은 누가 대는 거죠?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현실적인 면을 너무 간과한 것 아니냐, 선거용 선심쓰기 아니냐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모든 사업에는 비용이 듭니다. 정부가 하는 국책사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서 이러한 국책사업을 할까요?

 

두 가지 입니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과 국채를 발행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죠.

 

 

1. 세금을 더 걷다

 

세금을 더 걷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굳이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과다한 세금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할 의욕을 꺾게 합니다. 원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이를 보장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을 남에게 피해 주시 않는 선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유재산제도입니다.

 

만약 누군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 추수를 했는데 마적 때들이 나타나 이를 몽땅 빼앗아 간다면 누가 더 이상 농사를 지으려 하겠습니까? 사람들은 먹고 살 것을 찾아 이웃나라로 넘어가거나 오히려 힘을 길러 남의 것을 빼앗으려 들겠죠. 그러면 아무도 생산활동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러한 나라는 가난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도적 때로부터 국민들이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기 위한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 중 주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람들의 생산활동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가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자신이 애써 일해 돈을 모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나날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누가 더 이상 돈을 모으려고 하겠습니까? 재경부와 한국은행이 그토록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 역시 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사람들의 생산활동을 저해하는 것이 바로 과다한 세금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수익을 냈는데 그 수익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가져간다면 과연 누가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역사상의 사례를 봐도 과다한 세금은 백성들에게 엄청난 고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세금에는 다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도적 때나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목숨을 걸고 막을 수 있지만 세금만큼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거죠. 왜냐하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세금이란 게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세금을 올림으로써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죠.

 

게다가 과세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월급쟁이의 과세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과세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큰 사회 불만이 되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세금이 또 올라가면 ‘월급쟁이만 봉이냐?’ 하는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는 거죠.

 

 

2. 국채를 발행하다

 

정부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국책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세금으로만 충당하면 국민들의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 증대에만 써도 모자랄 판인데, 이를 세금을 회피하는 데 소모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필요한 돈의 일정부분을 국채를 발행하여 조달합니다. 한나라에서 국가만큼 신용도가 뛰어난 단체는 없겠죠. 따라서 정부는 나라의 이름을 걸고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게 바로 국채입니다. 그럼 돈 있는 기관이나 개인들이 이를 삽니다. 국채도 채권이니까 정부에서는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 줍니다. 따라서 돈 있는 기관이나 개인들 입장에서는 투자수익이 생기는 셈이죠.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필요한 돈을 조달하게 되면 국민들의 소득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장은 정부나 국민이나 모두 해피(happy)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부는 생산활동을 해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따라서 국채의 이자 지급일이나 원금을 상환할 때가 되면 결국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까요? 역시 또 다른 국채를 발행하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국채 발행은 당장의 세금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채 이자까지 다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이 가는 것입니다. 애초 국채에 투자할 수 있었던 돈 있는 기관이나 개인들의 투자수익을 일반 국민이 세금을 통해 대신 내어주는 것입니다. 참 아이너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이왕 빠져나가는 돈, 의미 있는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우리는 ‘잘 사는 나라’와 ‘행복하게 사는 나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합니다. 성장과 분배 말입니다. 이 둘은 상충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어느 한쪽을 잃게 됩니다. 언제나 균형이 중요하지만 솔직히 균형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성장과 분배를 정부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서 선심 쓰듯이 행해서는 안 됩니다. 그 동안 우리는 국가 재정이 명분은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책사업에는 이러한 종류의 리스크가 언제나 따라 다닙니다. 실제로 국민이나 국가전체에는 피해를 주는 것이지만 그 피해액을 국민 개개인의 숫자로 나눠보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미미하여 그냥 넘어가는 반면, 몇몇 특정사람들에게는 이득이 되는 경우 말이죠. 그런데 그 특정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득의 크기가 무척 크기 때문에 각종 로비를 통해 이를 홍보하여 국책사업을 따 내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낭비되는 국가 재정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국책사업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필요한 곳에는 돈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곳이든 필요하지 않는 곳이든 그 부담은 결국 세금이나 국채 상환의 형태로 국민에게 돌아 온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이러한 인식이 있어야 국민들도 이에 대해 엄중한 감시를 할 것이며, 정부도 고심하여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쓸데 없이 파내고 다시 까는 보도블럭 공사의 비용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이 내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왕 우리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 나갈 돈이라면 나라 경제 전체에 플러스가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30년의 청사진도 계획단계부터 국민들의 감시와 감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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