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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조개껍데기와 진주

[금융] 조개껍데기와 진주

 

상장(上場 : Listing)이란 회사의 주식이 거래소를 통해 매매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거래소시장에선 ‘상장’, 코스닥시장에서는 ‘등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그 구분이 없어져 모두 ‘상장’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2004년 초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이란 다소 긴 이름의 법이 제정됨에 따라 같은 해 8월에 기존의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와 증권업협회 내 ㈜코스닥증권시장이 합병을 하게 되어 ㈜한국증권선물거래소(Korea Exchange; KRX)가 만들어 졌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과거에 ‘거래소시장’이라고 지칭했던 상장기업 주식 등이 거래되는 시장은 ‘유가증권시장(Stock Market)’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 외 ‘증권선물거래소’는 벤처기업이 거래되는 ‘코스닥시장(KOSDAQ Market)’과 선물·옵션이 거래되는 ‘선물시장(Futures Market)’ 등 크게 3개의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상장’을 하는 이유는 그 증권이 거래소에서 매매되면 해당 기업의 사회적 공신력이 높아져 증자를 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용이해지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무 기업이나 ‘상장’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정한 자격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가능합니다. 물론,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보다는 다소 상장하기 수월하지만 이 역시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실적이나 미래의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거래소의 요구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우회하여 상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상장이 되어 있는 남의 기업을 사서 자신의 비상장기업과 합병을 시키는 것입니다. 그럼 자신의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과 한 몸이 되니 상장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가 있는 겁니다. 이를 흔히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우회상장’은 언뜻 보면 무슨 사기같이 보이지만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행해지는 합법적인 상장의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실적 등 다른 조건은 다 충족되는데 설립연수가 3년이 안되어 상장할 수 없는 회사라면 이러한 ‘우회상장’이 좋은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죠. 따라서 M&A 시장에서는 ‘우회상장’을 전제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회상장’에 이용되는 상장기업으로는 과거에는 자격 요건이 되어 상장이 되었지만 현재에는 실적도 좋지 않고 미래의 비전도 없는 그런 종류의 회사가 그 대상이 됩니다. M&A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장기업을 흔히들 ‘Shell’ 이라고 합니다. ‘조개껍데기’란 뜻이죠. 그리고 상장을 원하는 비상장기업을 ‘Pearl’ 이라고 합니다. ‘진주’라는 뜻이죠.

 

이 용어들을 가만히 보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우회상장하려는 비상장기업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진주’인가에 따라 우회상장 후의 주가가 상승하느냐 하락하느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Shell(조개껍데기)’기업의 주주들도 이러한 우회상장을 오히려 환영합니다. 물론 ‘Pearl(진주)’이 알차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타면서 비상장기업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우회상장에 나서면서 ‘Shell’기업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실적도 내고 재무상태도 우량한 상장기업에게도 ‘Pearl’들이 손짓을 합니다. 우회상장을 할 테니 회사를 팔라고 말입니다. 이런 소문이 암암리에 나면 주가도 출렁거립니다. 한탕 하려는 투기세력이 꼬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봤더니 ‘진주’가 짝퉁일 때는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소문은 언제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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