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H字도 기울고 있다는데, 증권사도 파이팅!!!

입력 2005-11-12 12:25 수정 2005-11-15 17:05
 

“우리나라도 포니(pony) 같은 차 말고 벤츠나 BMW 같은 멋진 차를 만들 수 없나요?”

제가 중학교 때인가, TV의 무슨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학생 패널이 현대자동차의 경영자에게 했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상당히 따지는 듯이 내뱉는 대학생의 질문에 어떠한 답변이 오고 갔는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들은 어린 저는 ‘우리가 감히 어떻게 외제차처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8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현실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자동차 정말 잘 나갑니다. 일본 혼다社에서는 ‘미국시장에서 ‘H’字가 점점 기울어져 가고 있다.’ 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니케이비즈니스’라는 일본잡지에서 직접 읽은 것이니 과장, 허위보도가 절대 아닙니다.^^)

 

그게 무슨 의미냐 하면, 혼다의 로고는 바로 선 ‘H’인데 현대자동차의 로고는 기울어진 ‘H’자 입니다. 즉 미국사람들이 과거에는 혼다(‘H’)를 선호했는 데 지금은 점점 현대자동차(‘H’)를 선호하니까 혼다 내부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우회적으로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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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국내 M&A 중개시장, 외국계 투자은행이 싹쓸이”

“심지어 정부가 매각하는 M&A 거래조차도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나 메릴린치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이란 우리나라의 증권사와 거의 같은 회사라 보면 됩니다. 그들이 주로 내세우는 투자은행업무(Investment Banking)라 함은 우리나라 증권사의 기업금융업무와 같은 것이라 보면 됩니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유가증권(주식, 채권 등)의 발행과 인수에 관한 업무나 기업의 M&A나 구조조정 중개나 자문업무 등을 말합니다. 상당히 수익률이 높은 반면 고도의 정보력과 금융 테크닉의 겸비해야 할 수 있는 일이죠. 물론, 우리도 대형 증권사가 엄연히 있는데 이런 일을 외국계가 독식을 한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전혀 안가는 것도 아닙니다.

 

기업을 사고 파는 일은 콩나물이나 볼펜을 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개인들의 소비행태도 간단한 생필품이야 별 생각 없이 사지만 자동차나 집이라면 상당히 고민도 많이 하고 유능한 중개인을 통해 정보도 얻고 해서 심사 숙고해 결정을 내립니다. 기업을 매각하는 일 역시 아무에게나 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큰 기업의 경우 몇 조가 오고 가며 해당 기업으로선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그런 중차대한 일이니까 말이죠. 따라서 그만큼 실력을 겸비하지 못하면 주선이나 중개업무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정부주도의 M&A라 하더라도 실력이 뛰어난 회사에 업무를 맡길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외국계 독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참고로 골드만 삭스의 경우 글로벌 투자은행답게 세계 각지에 포진한 리서치 센터가 50개국에 걸친 1,725개의 회사의 정보와 시황을 커버해 줍니다. 또한 엄청난 경험과 실력자 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이러한 IB업무에 매달리고 있죠.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정부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선진국형 투자은행 수준의 대형화된 증권사의 출현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 업종이 구분되어 있던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의 겸업을 허용하기로 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해서 내년 초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죠. 이렇듯 정부가 자리를 마련해 준 이상 증권사의 자산운용(투신사) 통합이나 자체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대형화를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80년대는 그저 상상일 뿐이었던 우리나라 자동차의 비약적 성장이 현재 2005년 우리의 현실이듯, 우리 금융시장에서의 현 상황도 몇 년안에는 많은 개선이 있을 거라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M&A 시장뿐만 아니라 외국의 M&A 시장도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독무대가 되기를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증권사 스스로도 고객들의 주식거래 수수료로 살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 정보와 테크닉으로 무장해 투자은행 업무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실력자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이란 어떤 것일까요?

 

투자은행은 미국에서 생겨난 개념인데요.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대치되는 개념이죠. 상업은행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시중은행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1929년 미국 대공황당시 미국의 은행들은 무분별하게 주식투자를 해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됩니다. 서민들의 예금으로 위험한 주식투자를 했으니 이를 정부가 가만히 놔둘 순 없었겠죠. 그래서 1933년에 은행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강제분할 하는 법을 만듭니다.(글래스-스티걸법) 그리곤 서민들의 예금을 받는 상업은행은 증권투자업무를 못하게 금지했습니다. 따라서 증권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은 투자은행에 한하게 되었죠. 이는 투자은행을 택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의 비약적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물론, 미국 역시 금융산업의 대형화 추세에 힘입어 99년에 이 법은 폐지가 되었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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