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의경


 

PEF란게 있습니다. 영어를 풀어 쓰면 'Private Equity Fund'입니다. 이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개인 소유의 주식 펀드’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개인들끼리 모여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다는 건 아닙니다.

 

자본시장법에서 PEF란 ‘사모투자전문회사’라고 번역을 합니다.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공모방식이 아니라 알음알음으로 자금을 모으는 사모방식으로 돈을 모아 기업에 투자를 하는 펀드형태의 유한회사를 의미합니다.

 

PEF에 사모방식으로 알음알음 자금을 내는 곳은 각종 연기금, 정책자금, 금융기관(은행,증권,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나 현재는 부실하지만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 지분증권(보통주, 상환.전환우선주, CB, BW) 형태로 투자를 하는 펀드입니다.

 

오비맥주 인수한 후, 다시 매각하여 4조원의 돈을 번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나, 더 페이스 샵을 1,000억원대에 인수해서 LG생활건강에 2,800억원대에 매각한 ‘어피니티(AEP)’가 대표적인 PEF의 예라고 할 수 있겠죠.

 

 

◆ 한국 화장품, 중국에서 대박!!

 

얼마 전, 국내 PEF 중 한곳이 비상장 화장품 회사에 투자를 했더군요. 그냥 투자도 아니고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확보하는 딜이었죠.

 

‘㈜B&B코리아’라고 중국에 말기름 크림으로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른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그만큼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B&B코리아가 계속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칼럼에서 제가 감히 B&B코리아의 중국 시장 전망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평가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딜을 옆에서 본 사람으로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목 받지 못하던 한국 화장품이 최근 들어 왜 중국 시장에서 대박행진을 하고 있는지가 흥미로워서 이렇게 칼럼을 써 봅니다.

 

2015년 1분기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무려 6억8천627만 달러나 됩니다. IBK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화장품 수입액 비중에서 2014년의 경우 프랑스 37.9%(1위), 일본 15.9%(2위), 미국 14.7%(3위), 한국 9.8%(4위)였던 순위가 2015년 1분기에는 프랑스 33.6%(1위), 한국 19.1%(2위), 일본 15.3%(3위), 미국 11.0%(4위)로 한국의 수입액 비중이 껑충 뛰었습니다.

 

 

◆ 중국에서 먹히는 이유는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최근 들어 중국 사람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하이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사람들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품질 면에서는 유럽 화장품에 비해 비슷하거나 다소 밀리지만 중국 화장품에 비해선 상당히 우수한 반면, 가격 면에서는 중국화장품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나 유럽 화장품에 비해서는 상당히 싸다는 것이죠.

 

게다가 동양인 피부에는 유럽 화장품보다 일본이나 한국 화장품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일본은 최근 방사능 노출 위험 및 중국의 반일 감정으로 경쟁력이 점차 상실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다 이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정착하다시피 한, 한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화장품전문신문인 코스인코리아닷컴에 따르면,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The ESTEE LAUDER)’의 CEO인 Fabrizio Freda는 2014년 11월 자사의 실적 발표 회의에서 '최근 에스티 로더가 중국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음에도 스킨케어 매출 성장이 둔화된 이유로 최대 경쟁자인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늘어 났기 때문으로 보며, 앞으로 한국 화장품과 경쟁하기 위해서 한국의 스타일을 수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답니다.

 

 

◆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길러진 경쟁력

 

그럼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이러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의 지인 중에서 화장품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브랜드는 OEM, ODM 방식으로 화장품을 생산하는데 브랜드 회사들이 외주 생산업체에 엄격한 품질관리, 낮은 가격, 잦은 성분변경을 요구해 왔고 외주 생산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이러한 요구에 치열하게 맞추어 오면서 엄청난 경쟁력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치킨이 너무나 다양해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놀람을 금치 못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하더군요.

 

치킨 역시 한집건너 한집씩 생겨나면서 엄청난 경쟁을 하다 보니 고객을 감동시킬 다양한 맛과 형태로 발전해 왔듯이 말입니다.

 

 

◆ 한국 화장품, 일시적 유행 아닐까? – 일시적 유행은 아닐 듯

 

최근 들어 무서운 기세를 부리며 중국 시장을 활보하는 한국 화장품을 보며 혹자는 이는 일시적인 유행일거라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보다 선진국인 프랑스와 이태리의 명품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 아직까지는 중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세련되지 못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훨씬 낮으니 한국에 대한 동경 때문에 잠시 반짝하는 것일 뿐, 중국의 경제력이 더 커지고 1인당 국민소득도 증가하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프랑스와 이태리보다 더 선진국인 일본인이나 미국인도 이들 나라의 명품에 사족을 못 씁니다. 그 이유는 이미 일본인과 미국인의 뇌리에도 프랑스와 이태리가 명품을 만들어 내는 나라로, 그리고 그 나라의 특정 브랜드가 명품이라는 것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에서의 한국 화장품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명품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이미 7~8부 능선은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설령 향후 중국이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들의 뇌리에는 ‘한국 화장품 = 명품 화장품’으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지금 당장 화장품 주식 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 당장 화장품 회사 주식을 사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최근 들어 주식시장에서 중국 이벤트로 화장품 회사 주가가 폭등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이 계속 선전(善戰)을 할 것이라고 해서 화장품 회사 주가가 아무런 조정도 받지 않고 계속 상승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뭐든지 잘 된다 싶으면 내재적인 가치 이상으로 상승을 합니다. 그러다 극에 달하면 가격은 내려가게 되죠. 그 과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내재적인 가치가 반영되는 주가가 형성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 점은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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