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읽었던 책 중에 「회사가면 죽는다」(기획 조봉진·홍성태, 현실문화연구刊)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제목에 비해 상당히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요. 오늘날 경제체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회사’라는 조직이 얼마나 치밀하게 개인들을 억압하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지를 여러 집필자의 글들을 묶어서 보여주는 책이었죠.

 

여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1740년에서 1786년까지 프러시아를 통치했던 프리드리히 대제는 흔히 독일의 계몽군주라 불리는 데요. 그가 처음 선왕으로부터 물려 받은 군대는 오합지졸로 형편이 없었다고 합니다. 야심이 많았던 프리드리히 대제는 당연히 강력한 군대를 원했겠죠.

 

당시 프리드리히 대제는 기계인간과 같은 자동인형의 동작에 크게 매료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강한 군대의 효율적인 조직을 원했던 그의 머리에서 번쩍하는 아이디어가 떠 올랐죠. 그는 자신의 군대에 자동인형의 구조를 적용시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명령기능과 자문기능을 구별하고, 명령계통을 벗어나 전문적인 조언과 계획을 할 수 있는 참모조직을 고안해 냈죠. 제복을 입은 전투부대는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일률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처럼 행동하도록 한 거죠. 이렇게 조직화된 프리드리히의 군대는 이내 엄청 강한 군대로 탈바꿈합니다.

 

19세기에 이르러 기업가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대규모 생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가내수공업 형태의 회사들은 제대로 일을 수행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 그들은 18세기의 프리드리히 군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죠. 오합지졸을 강한 군대로 만든 기계인간, 자동인형의 방식!! 생각하는 부서와 명령을 내리는 부서 그리고 조언을 할 수 있는 참모부서 그리고 전투를 치루는 영업, 생산부서로 회사를 나누기 시작한 거죠.

 

이러한 회사의 조직구조는 오늘날까지 내려옵니다. 기획부서, 구조조정본부, 인사부서, 영업부서, 생산부서 등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회사의 기본 골격이 바로 이때 생겨났다고 이 책은 말하죠.

 

군대의 목적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프리드리히 군대는 개인의 인간성은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강한 군대가 되었죠.

 

회사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오늘날의 회사 조직은 그 구성원의 개인적 판단과 자율의지를 배제하고 체계적이고 획일화된 명령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체계적 조직 덕분에 오늘날 회사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다국적 기업이라는 형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될수록 개인들의 인간성과 개성은 말살되어 우리가 회사에 가면 우리의 인간성과 개성은 죽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분명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암담한 현실을 조금은 논술적이며 담담하게 이야기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말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회사가 어두운 면만 있는 건 아니겠죠. 인간이 고안한 모든 발명품은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지만 그 폐해도 분명 있기 마련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개선시켜 나가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회사는 어떠한 필요에 의해 인간이 고안을 했을까요? 다음엔 회사가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 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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