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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너도 블루오션이니?

[경제] 너도 ‘블루오션’이니?

 

이야기 1

요즘 항간에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말이 유행입니다. 블루오션이란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의미합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할 대로 치열해진 기존 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발굴하는 게 기업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아니 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모두가 살기위해서는 꼭 찾아내야만 하는 신천지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가격인하 경쟁이나 일삼는 레드오션은 정말 피 튀기는 시장이며 종국에는 공멸의 길로 떨어지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먹는 장사’ 같은 영세 자영업의 경우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들이 그나마 받은 퇴직금으로 먹는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찾지 않고 남들이 다하는 치킨집, 삼겹살집 등에 뛰어 들었던 거죠.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야.’ 하는 말에 모두들 솔깃했습니다. 그러니 경쟁이 치열해진 건 당연지사겠죠. 그래서 피튀기는 전쟁을 하다가 영세 자영업 공멸의 상황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찾는 데 게을리 하고 레드오션으로 뛰어 들었으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이야기 2

정부가 그렇게 우겨대던 올해 경제성장률 5%는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로 급락했으니 말이죠.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작년 말 담배 사재기가 심했기 때문에 올해 1/4분기 담배 생산이 52%나 줄었고 이 때문에 저조한 실적이 나타난 거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물론, 사실이지만 말이죠…) 변명을 댔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내수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기업들도 내수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리고 그럴 때 일수록 블루오션을 찾아야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3

자!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보죠. 내수시장은 왜 아직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까요? 답은 뻔합니다. 미래가 불안하니까 돈을 안 쓰는 겁니다. 아무리 정부가 뭐라고 우겨대도 내수를 받쳐줘야 할 우리 서민들은 불안합니다.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줍니다. 한치를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간 크게’ 소비를 하면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럼 이런 상황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은 효율화를 내세우면서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거기엔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따랐죠. 그때 유행했던 단어가 ‘다운사이징’(Downsizing)이었습니다. 이걸 못하는 기업은 구시대의 유물이었죠. 언론도 띄웠습니다. 마치 새로운 경영기법이 환란의 시기에 있어 획기적인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 말입니다. 다운사이징이란 멋진(?) 이름아래 많은 선배 직장인들이 직장을 잃었죠. 그리고 채워진 것은 계약직의 불안한 후배들이었습니다.

 

당시 명퇴를 당한 자들이 회사를 나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선 기업들이 무책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조직에만 매달려 살아 왔던 그들에게 퇴직금만 달랑 쥐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했죠. 그래서 안 망한다는 먹는 장사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사 먹을 사람에 비해 파는 사람이 많아 졌으니 어디 안 망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기업 효율화 차원에서 쫓겨 나간 선배 직장인들은 다 망해서 소비 능력이 없고, 그렇게 나간 사람들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직장을 다니는 후배 직장인들은 미래가 불안해서 소비를 안하고… 이런 판국에서 내수가 살아난다는 게 기적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부메랑이 다시 기업으로 돌아 갑니다. 내수가 진작되지 않으니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고 그러니 실적이 나빠지고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고…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다운사이징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정말 누구를 위한 효율화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야기 4

당시 다운사이징에 대한 책도 엄청 많이 팔렸습니다. 외국의 저명한 경영 전문가들의 번역서가 서점의 경제·경영 서적의 베스트 셀러를 차지 하곤 했죠. 그때는 그게 화두였고, 진리였고 길이었습니다.

 

블루오션에 관한 책도 베스트 셀러입니다. 기업의 오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블루오션을 찾으라고 조직원들을 볶아 댑니다. 여기에 언론도 가세를 합니다. 말이 쉬워 블루오션이지, 새로운 시장을 찾기가 그리 쉬운 것도 그렇다고 그렇게 절대적인 것만도 아닌데 말입니다. 

 

외국의 특이한 경영 이론이라면 봄날 거리의 패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퍼져 나가는 우리의 현실이 좀 씁쓸합니다. 봄날 패션이야 자신의 몸에 맞던 안 맞던 한번 입고 말면 그만이지만, 경영 전략은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블루오션이 이론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다만 기업의 중요한 경영전략이 유행처럼 확 달아 올랐다 이내 꺼지는 걸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 자신에 맞는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제2, 제3의 ‘다운사이징’ 사례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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