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선박펀드, 선박이 남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하다고?

 

실물펀드란 선박이나 항공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특히 선박펀드의 경우 2004년 히트상품으로 상당한 인기를 몰았고요. 올해도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들 실물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요즘 같은 초 저금리 시대에 6.5% 정도의 높은 수익을 제공하며 게다가 실물에 투자하므로 최악의 경우 실물은 남기 때문에 투자 원금은 보장이 된다는 생각 때문인 거 같습니다.

 

‘실물은 남기 때문에 투자 원금은 보장된다’ 과연 이 말은 맞는 말일까요?

 

어떤 투자든 예상수익률과 그에 따르는 위험을 함께 따져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실물펀드에 존재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선박펀드를 예로 한번 알아보죠.

 

선박펀드는 다수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이를 이용해 선박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해운회사에 임대해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다시 나눠주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때 선박의 소유권은 펀드에서 가지게 되죠. (물론, 대부분의 경우 펀드에서 자회사(paper company)를 만들어서 이를 통해 운영을 하죠) 이렇듯 소유권이 펀드(또는 그 자회사)에 있으니 해당 선박은 궁극적으로 여기에 돈을 투자한 다수의 투자자의 소유인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문제는 선박이 한두 푼짜리가 아니란 겁니다. 그래서 애초 선박을 구입할 때 펀드(또는 그 자회사)에서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됩니다. 대략 선박가격의 70% 정도를 받습니다. 그리고 일정부분의 돈은 해운회사에게 받을 임대료를 미리 받아 충당(선급임대료)합니다.

 

다시 말해 선박은 펀드투자자의 순수 투자금 20%, 은행의 대출금 70%, 그리고 해운회사의 선급임대료 10%가 모여서 구매를 하게 되는 거죠. 물론, 해운회사의 경우, 나중에 이 선박을 빌려 쓸 요량으로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도 선뜻 돈을 내어 줍니다. 하지만 은행은 다릅니다. 몇 백억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그냥 신용으로 빌려줄 리가 없습니다. 그럼 뭘 원하느냐 구요? 당연히 예의 선박을 담보로 원하겠죠.

 

분명 선박의 소유권은 펀드에 있고 여기에 투자한 펀드투자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은행에 상당한 금액의 대출을 끼고 구입한 아파트와 같이 선박펀드의 선박도 담보로 제공되어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아파트의 소유권은 분명 자신이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를 틀어쥐고 있는 은행에서 압박이 들어 옵니다. 이와 비슷합니다. 향후 문제가 생겨 선박가격이 10~30%까지 떨어지게 되면 펀드 투자자의 원금 역시 보장 받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어차피 은행은 선박가격이 떨어져 70% 선까지 이르면 대출금 회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테니까 말입니다.)

 

이렇듯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 위험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게 투자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실물펀드가 주가지수펀드 등 다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물펀드는 실물이 남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재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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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가중수익(RAR: Risk Adjusted Return)이란 게 있습니다. 수익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투자안이 아니라 위험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수익이 높은 게 좋은 투자안이란 것입니다.
 

예를 들어 A투자안은 수익이 100이고 B투자안은 수익이 50이라 해보죠. 그럼 누구나 A투자안을 선택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A투자안의 위험을 조사해 보니 50인 반면 B투자안의 위험은 10이었습니다.

그럼 A투자안은 (100/50)으로 위험가중수익은 2, B투자안은 (50/10)으로 위험가중수익은 5가 됩니다. 따라서 위험을 고려했을 때는 사실 B투자안이 더 좋은 투자안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에 따른 위험이 예상수익률과 함께 수레의 양 바퀴처럼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죠. 이제부터 누가 좋은 투자안이라고 제안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어?” 뿐만 아니라 “얼마나 위험해?” 라고도 물어 봐야 하겠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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