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매각주간사 vs. 기업 클라이언트


 

요새 들어 가장 박진감 넘치는 뉴스, 경남기업 관련 뉴스를 보다가 눈에 띄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조카인 반주현씨가 근무하는 매각주간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이 의외의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세한 보도 내용은 이렇습니다.
“(경남기업 랜드마크72 매각주간사인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담당임원인) 반주현씨가 경남기업측에 사실상 갑노릇을 해왔다는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습니다. 경남기업 측이 인수의향을 보인 카타르투자청의 위임장을 요구하자, 자신의 선에서 거절합니다. "경남기업이 카타르투자청 측에 뭔가를 요구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묵살한 겁니다.

계약서에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을 추가할 때도 당당합니다. "경남기업이 받는 이득이 많은 만큼 최대한 우리의 결정을 따라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경남기업에서 주현씨와 통화를 하려고 해도 연결이 안되기 일쑤였습니다.” – JTBC보도, 2015.05.16

이 보도를 들으며  ‘헉’ 소리가 나왔습니다. 매각주간사인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측이 갑(甲)인 것 처럼 굴고, 기업 클라이언트인 경남기업이 을(乙)취급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투자자문사가 클라이언트에게 '감히'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협박을 한다? 게다가 반주현씨 측에 전화 통화를 거듭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화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경남기업 측 실무자의 불만 또한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매각주간사와 클라이언트 사이에는 엄연한 갑을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기업 클라이언트가 갑(甲), 선택된 매각주간사는 을(乙)이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기업 클라이언트가 갑이고 매각주간사는 을의 입장에 놓입니다. 즉, 반주현씨가 있는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이 경남기업에게 '고분고분한' 을 노릇을 했어야 정상이라는 것이죠.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사이의 관계가 '이해하기 어려운 갑을 관계'라고 보도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매각주간사의 담당자는 기업 클라이언트에게 굉장히 친절하고 상냥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갑 이니까요. 클라이언트에게 가서 ‘우리, 수수료 제가 말씀 드리는 정도로는 주시죠, 어차피 받는 이득도 많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면 클라이언트가 노발대발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담당자는 상사에게 불려가 호되게 혼나게 될 것입니다. 어디서 클라이언트에게 버릇없이 구냐며 클라이언트 매니지먼트 교육을 다시 받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클라이언트는 매각주간사에게 어렵고, 또 어려운 갑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주현씨의 고(高)자세는 굉장히 이례적이죠.

기업 클라이언트가 갑이 되는 이유는? 매각주간사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주는 결정권자이기 때문입니다. 매각 작업에 따른 수수료입니다. 인수합병(M&A)딜이나 랜드마크72와 같은 자산매각딜은 워낙 큰 규모의 돈이 오가기 때문에, 딜 규모의 일정 %로 책정되는 수수료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 시장의 ‘핫딜’에는 매각주간사로 선택 받고 싶어하는 투자은행(IB) 업계의 경쟁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크레디트스위스증권(Credit Suisse Securities)의 경우 많이 들어보았을 법한 하이닉스, 외환은행,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 딜의 자문을 맡았습니다. 이 중 외환은행 매각 자문 수수료가 약 280억원이라고 하니, 얼마나 큰 시장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딜 한 건 당 주어지는 수수료가 크기 때문에, 경쟁을 뚫고 매각주간사로 선택 받기 위한 치열한 을의 전쟁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업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클라이언트의 무엇을 원하는지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클라이언트에게 선택 받아 수수료를 챙겨 갈 수 있으니까요. 클라이언트의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가고, 접대 하고, 어떻게든 ‘이쁨 받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을(乙) 답지 못했던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갑(甲) 답지 못했던 경남기업


 

그런 반면, 반주현씨는 되려 '마이페이스'식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당당하게 요구를 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경남기업 입장에서는 보통의 클라이언트였다면 매우 화낼 법 한 상황이었죠.

‘카타르투자청 쪽 자료, 필요한데 안 주겠다고? 그럼 다른 능력 있는 주간사로 갈아탄다?’라고 갑(甲)다운 말 한 번 해보지 못한 경남기업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과 얼마나 ‘비정상’인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갑을사전'을 통해 순진하게만 바라보았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금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작은 것에도 집착하고 보이는 모든 것을 한 번 더 의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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