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경제] 정부의 경제낙관론에 대한 무섭고 엉뚱한 생각

사람은 위기를 조성하면 더욱 분발하는 이상한 특성이 있습니다. 겨울 산행을 하다가 일행이 뒤 처졌을 때, 이대로 주저 앉아 있다가 해(日)라도 지면 얼어 죽는다고 겁을 주게 되면, 비록 힘들지만 다시 일어나 걷게 되죠.

하지만 말입니다. 위기 조성의 법칙도 상태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야 먹혀 들어가지만 아주 심각한 상태에선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납니다. 자포자기를 해버리니까 말이죠. 그래서 그때는 낙관적인 이야기로 상대를 위로해 주는 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전쟁터에서 포탄에 맞아 하반신이 떨어져 나간 전우에게 병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넌 살수 있어. 약간 파편이 스쳤을 뿐이야. 행복한 것들만 생각해. 고향에서 어머니가 해준 따뜻한 저녁을 생각해봐. 곧 위생병이 올 거야. 넌 살수 있어. 겁먹지마. 용기를 가져!!!!”

옆에서 이렇게 위로를 하는 병사에게 왜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냐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죽어가는 전우를 위해 마지막으로 위로를 해주는 그 병사에게 모두들 잘했다고 말할 겁니다.

요즘 우리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낙관론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계속 비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이라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비관적인 수치를 제시했던 모건스탠리의 전망치인 3.8% 보다 낮은 수치라고 합니다.

특히 이 전망치가 그 동안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기에 더욱 불안합니다. 이제 믿었던 수출마저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의 체질을 나타내는 설비투자의 경우 2004년 74조원으로 여전히 지난 9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7월 생산자 물가는 5년 8개월만에 최고치의 증가세인 5.7%.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4%에 이르고 있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하락하고 물가는 올라가고 그야말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가 우리 경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일시적인 현상일 뿐 큰 문제는 없다’는 정부의 낙관론은 어쩌면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정부의 낙관론에 대해 이상하게도 무섭고 엉뚱한 생각이 듭니다.

‘과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경제 낙관론을 내놓는 걸까?’ 하고 말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위기 조성을 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니까, 가망성이 없는 전우를 위해 마지막으로 좋은 이야기로 위로밖에 할 수 없는 병사와 같이 정부 역시 낙관론을 내놓고 있는 게 아닌 지 하고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니길 바라며 말이죠.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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