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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 대출금리도 내려라!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가장 비난 받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선배에게는 ‘선배면 다냐!’는 식으로 대들고, 후배에게는 ‘후배가 예의도 없이!’ 하면서 윽박지르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황당한 택시 운전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깜박이도 넣지 않고 좌회전 차로에 끼어 들자, 옆차가 “빵~” 했더니 “좀 끼어들면 어때서, 건방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차가 자신의 택시 앞으로 끼어 들려 하자 “저런 얌채같은 놈” 하며 이번엔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매사에 자기가 유리한 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의외로 우리 주위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단, 개인 사이의 일에서 만이 아니라 금융에서도 이런 일들이 발견됩니다.

외환거래에는 ‘Lead(앞세우기, 선결제) and Lag(늦추기, 후매각)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환율인상이 예상되면 기업들은 서둘러서 외화부채를 갚으려 합니다. 어차피 외화부채는 외화(달러)로 갚아야 하는데 나중에 환율이 인상되고 나면, 이를 갚는데 더 많은 자국통화(원화)가 소요되므로 아무래도 미리 갚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죠. 반면 외화수입을 예상하는 수출업자의 경우 수출대금을 될 수 있으면 늦게 받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외화(달러)를 받더라도 환율이 인상된 다음에 받으면 자국통화(원화)로 바꿀 때 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죠. 정해진 날짜를 지키기 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앞당기거나 연기 하는 거죠.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콜금리 인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예금금리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콜금리 인하 폭 만큼 내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은행은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을 먹고 살아가는 기관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여러 이유에서 예금이자보다 대출이자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인하할 때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낮추는 데는 신속하게 대응하면서도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데는 늑장 대응을 해온 게 현실입니다.

사실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결정을 내린 것은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금리 인하는 돈 값을 떨어뜨리고 따라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부채질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게 되면 은행에서 돈이 더 풀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내수 경기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용단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은행은 아직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예금금리만 낮추고 대출금리는 낮추지 않고 있습니다.

올들어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지난해말 4.12%에서 6월말 3.83%로 0.29%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6.20%에서 6.06%로 하락폭이 0.14%포인트에 그쳐 예금금리 하락폭이 대출금리 하락폭보다 2배 이상 컸다고 합니다. 정말 얌체 같고 어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 총재도 은행의 행태가 오죽했으면 대출금리 인하에도 신경 쓰라고 말했겠습니까?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는 것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라고 합니다. 최근 은행의 이러한 행동을 보며, 대학시절 비난 받던 선배와 얼마 전 만났던 황당한 택시 운전기사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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