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회사는 천수답(天水畓)인가?

입력 2004-08-11 23:34 수정 2004-08-11 23:34
키움닷컴증권이 지난달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시장점유율이 7.29%로 소위 말하는 대형증권사인 LG투자증권(7.18%), 삼성증권(7.10%), 대우증권(6.71%) 등을 보란 듯이 앞질렀습니다.



증권매매수수료가 0.025%.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일반 증권사 수수료인 0.1~0.15%의 1/4~1/6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거죠.



온라인 증권사로 특화하여 업무를 시작한지 4년만에 업계 1위로 등극한 키움닷컴증권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부러움과 놀라움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키움닷컴증권의 도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위탁매매 비중 너무 커…



그 동안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그 수익구조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죠. 이는 다름아닌 위탁매매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위탁매매란 증권사가 고객을 대신하여 증권매매를 대행해 주고 그 수수료를 받는 영업을 말하죠. 다시 말해, 증권사가 단순히 고객들의 증권매매 심부름꾼 역할을 하고 그 심부름 값을 받는 것이죠.



증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위탁매매 비중은 전체 수익의 14%밖에 안 되는 반면, 기업의 유가증권 인수, 주선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기업금융업이 49%나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금융 업무는 대략 6%에 그치고 수익의 대부분인 63%가 위탁매매에 치중되어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주식장이 활황이 되면 증권사는 흥청망청합니다. 여의도는 그야 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억대 연봉자도 생기게 됩니다. 모든 이가 부러워하는 직장이 바로 증권사가 되는 거죠. 하지만 주가가 빠지고 거래량이 뚝 떨어지면 그야말로 손가락만 빨게 됩니다. 살벌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이 좌절을 맛보는 곳으로 전락해 버리는 거죠.



우리나라 증권사는 천수답(天水畓)!?!



그래서 우리나라 증권사를 천수답이라고 하나 봅니다. 안정적인 저수지를 만들지 못해 가뭄이 들면 마냥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말입니다.



그 동안은 이런 천수답도 끈기(?)를 가지고 버티면 그런대로 살만 했습니다. 하락장에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상승장에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며 그렇게 버티며 증권사는 살아 왔습니다. 적어도 온라인 주문 시스템이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죠.



98년 세종증권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온라인 주문 시스템은 1999년 전체 주식투자 약정대금의 19%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서 2001년 61%, 2002년에는 무려 73%를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나 기존 전화 등을 통한 오프라인 주문을 압도해 버린 지 오래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주문 수수료는 점점 더 낮아져…



하지만 온라인 주문의 수수료는 점점 더 낮아져, 증권사의 전체 파이를 줄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주문은 오프라인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할 뿐 아니라 또한 소형 증권사나 신설증권사(온라인 증권사) 등의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전략에 따라 더욱 더 낮아진 수수료로 피 터지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죠.



안 그래도 천수답인데, 그나마 비가 와도 나눠 먹을 물이 줄어 들었으니 증권사의 앞날은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거죠.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이번 신설증권사(온라인 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의 업계 1위를 마냥 축하만 해줄 수 없는 입장인가 봅니다.



물론, 매매수수료가 낮아지는 것은 우리 같은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에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러다 증권사가 수익성 악화로 부도라도 난다면, 그 파장이 엄청 날 겁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문제의 해결은 증권사가 스스로 노력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위탁매매, 펀드판매, 기업금융, 자산관리, 자기매매 등 증권에 관한한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증권사가 위탁매매라는 한가지 업무에 목 매지 말고 업무의 다양화 및 각각의 특성에 맞는 전문화를 추진해야 겠죠. 천수답의 해결책은 다양한 저수지와 수로를 건설하는 것이니까요.



이제는 상승장에는 밤거리가 휘황찬란 해지다가, 하락장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짝 얼어 붙어 버리는 여의도가 되어서는 안되니까 말이죠.



◆ 덧붙이는 말 : 물론, 키움닷컴증권의 1위를 단순히 온라인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전략으로만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엔 그들 나름대로의 노력과 역량이 분명 있었습니다. 같은 온라인 증권사였던 겟모어증권이나 이트레이드증권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실적을 냈으니까 말이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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