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골드스미스(Goldsmith) 이야기

입력 2004-04-18 21:42 수정 2004-04-18 21:42
지폐가 생겨난 재미나는 이야기 하나 해보죠.



17세기 경 유럽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은행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재의 은행과는 똑같지 않았지만 비슷한 형태로 발전하는 단계였습니다.



그 중에 금을 세공하던 사람들이 은행과 비슷한 일을 했는데, 그들을 ‘골드스미스(Goldsmith)’ 라고 불렀습니다. 이 골드스미스들은 금을 세공하면서 당시 런던의 부자들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금화나 귀금속들을 책임지고 보관해 주는 일을 했습니다.



물론 골드스미스들에게 금화나 귀금속을 맡긴 사람들은 그 증거로 보관영수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이 영수증을 골드스미스들에게 가져가면 맡긴 금화 등을 내어 주었답니다.



사람들은 이 보관영수증을 ‘골드스미스 노트(Goldsmith Note)’ 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골드스미스 노트가 일반화 되자, 부자들이나 상인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살 때, 귀찮게 골드스미스들에게 가서 맡긴 금화를 찾아 오지 않고 바로 그 골드스미스 노트를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물건을 파는 사람도 그것을 받아다 필요할 때 골드스미스에게 가면 금화를 내어 주니 당연히 그 노트를 받았습니다.



일이 이쯤 되니 골드스미스들은 이상한 원칙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일정부분의 노트는 애초에 맡긴 금화나 귀금속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바로 노트를 받았기 때문에 굳이 부자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맡겨 놓은 금화나 귀금속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비록 노트를 가지고 금화나 귀금속을 찾겠다는 사람이 오더라도 한꺼번에 모든 사람이 몰려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 역시 사람마다 금화나 귀금속을 찾아야 할 이유와 시기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날 한시에 골드스미스들에게 우르르 몰려 오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골드스미스들은 모여서 꾀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은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귀금속 양만큼만 골드스미스 노트를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그것보다 더 많은 양의 노트를 만들어도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것 같군.”



“그런데 우리의 골드스미스 노트는 사람들이 금화나 귀금속을 맡긴 증표로 만들어 주는 것 아닌가.”



“그건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맡고 있는 귀금속의 양보다 많이 만들어 내면 나중에 그걸 가지고 있던 사람이 모두 귀금속을 찾으러 왔을 때 내어줄 귀금속이 모자라게 되니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건 걱정할 필요 없네. 어차피 보관하고 있는 귀금속 양에 딱 맞게 노트를 만들어도 귀금속을 다 찾으러 오지 않을 뿐더러 한꺼번에 찾으러 오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그래 그건 그렇군. 나도 내가 맡고 있는 귀금속을 다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거든. 1년에 겨우 너댓명 정도 밖에 안 되서 항상 금고에 맡아 놓은 귀금속이 넘쳐 나지.”



“그렇지. 그러니 노트를 귀금속 양보다 많이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결국 실제로 그 노트를 가지고 귀금속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겠지.”



“그런데 노트를 더 만들어 내면 우리에겐 무슨 이익이 있지?”



“허참 이사람 둔하긴. 사람들은 우리의 노트를 나중에 귀금속과 바꿀 수 있을 거라 믿고 있기 때문에 귀금속과 똑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이걸 많이 만들어서 이자를 받고 빌려 줄 수 있지 않겠나.”



“허허허, 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 그럼 그렇게 해보세.”



이렇게 해서 골드스미스들은 그 노트를 사람들에게 빌려 주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젠가 이 노트를 들고 골드스미스에게 찾아 가면 금화나 귀금속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돈을 빌리듯 이자를 주고 그 노트를 빌려 간 것입니다.



이러한 일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 들인 골드스미스들은 더 이상 금 세공하는 일은 하지 않고 노트를 만들어서 빌려주는 일에 전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점차 현재의 은행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하였고 그 후 이러한 은행에서는 노트대신에 자체적으로 지폐를 발행하게까지 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지폐를 독자적으로 발행하는 은행들이 늘어 나자 잉글랜드은행(당시 영국의 중앙은행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은행과 같은 것이죠.)에서 지폐를 발행하는 일을 자기 혼자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은행들이 하는 것은 금지를 시켰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지폐를 각국의 중앙은행만 발행하지 일반 은행들은 발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결과야 어찌 되었던 이러한 골드스미스 노트가 현재 지폐를 만들어 내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거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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