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삶은 협상이다

입력 2004-03-28 10:36 수정 2004-03-28 10:36
이란 애니메이션을 보면 온천장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주인공 치히로에게 자신의 이름을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시킵니다. 일단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평생을 온천장에 얽매여 일을 해야 하죠. 공식적인 문서에 서명한다는 것은 이만큼 강력한 구속력을 갖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인쇄된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더 이상은 상황을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죠. 따라서 싫든 좋든 그 내용에 충실히 따르게 됩니다.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체념이고 포기인 셈이죠.



우리는 종종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탤런트 K양이 불륜을 저질렀대." "설마 그렇게 순진해 보이는 K양이 그럴 리가..." 이렇게 못미더워 하다가도, "아냐. 내가 오늘 신문에서 기사를 읽었다니까." 이러면, "야 정말 K양 심하군"하며 믿어 버리는 것이죠. 인쇄된 것에 대해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것 또한 인간의 심리인가 봅니다.



가전 제품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죠. 매장 가격표의 경우, 손으로 대충 써놓은 것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깎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주 멋진 글씨체로 인쇄되어 붙어져 있는 가격표에 대해서는 무슨 구약성서의 십계명이라도 지키듯 그 금액을 고스란히 주고 사거든요.



이렇듯 인쇄되어 있고 명문화된 것에 쉽게 복종해 버리는 우리들에게 과감하게 이를 무시하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바로 `허브 코헨`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협상전문가인 그는 그의 저서 [협상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하죠. 명문화된 모든 규칙이나 조건들 역시 협상에 의해 정해진 것이므로 그것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면 다시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말이죠.



허브 코헨은 운명이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며 만약 그것을 우리가 협상이라 부른다면 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다양한 협상의 법칙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귀띔해 주죠.



치히로 역시 마녀 유바바와 체결한 계약서의 불평등한 조건을 무시하고 자신의 과거 기억과 잃어버린 부모를 찾아내어 현실세계로 돌아옵니다. 이렇듯 현실은 개척하는 사람들의 것인가 봅니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협상 앞에서 너무 무기력해 온 게 사실입니다. IMF이후 국내 자산의 해외 매각 때도 그랬고, 중국과의 마늘 협상 때도 그랬죠. 남에게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기보다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의 안이한 태도가 한 몫을 한 건 아닌가 반성해 봅니다. 또한 상대방의 규정이 너무 엄격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체념보다는 하나 하나 협상을 통해 풀어 나가는 적극적 자세가 특히 우리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결산이 대략 끝나고 회사에 따라서는 인사고과와 연봉협상이 한창인 곳도 있을 듯 싶네요. 아직 우리에게는 연봉협상이 ‘협상’이란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권위화 명문화된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한번쯤 현실을 개척(?)하려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삶이란 어차피 협상의 연속이니까요.



예? 주는 대로 받아야지 게기다가는 잘린다고요?!?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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