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금융] 확정배당형 펀드상품 : 너무 쉽게 장사하지는 않는지…

지난 번에 선박펀드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왜 확정배당형 상품이어야 하는 지 의문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2001년 팔았던 부동산투자신탁상품과 비슷하다며 그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다루어 보겠다고 했었죠. 그 후 제 개인 e메일로도 추가적인 문의가 있었습니다.

우선 제가 확정배당형 펀드상품이 의문스럽다고 느낀 건 원래 펀드 상품이란 투자자가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수익을 확정시켜서 판매하는가 하는 점이죠.

물론, 고정금리 연 6.5%의 수익을 준다는 선박펀드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는 상품이란 말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6.5%의 고정금리에다 또 선박이라는 실물을 운영한다는 게 주식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훨씬 위험이 낮을 것 같기도 합니다.(선박운영에 대한 것은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말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적은 위험이라 해도 펀드상품인 이상 그 위험은 투자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왜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확정시켜 지급하느냐는 거죠. 물론, 선박운영에서 생기는 수익이 연 평균 6.5%보다 낮을 경우엔 투자자는 이득일 수 있겠지만, 선박운영 수익이 그 이상일 경우 그 차익은 과연 누가 먹는 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모름지기 펀드와 같은 신탁상품의 경우 자신이 위험을 지는 대신 실적배당을 하는 게 원래의 취지인데, 고정금리란 그런 취지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굽쇼. 제가 너무 원리 원칙에만 몰두한다굽쇼 ^^

하지만 2001년에 있었던 부동산투자신탁상품의 경우 고정금리를 내세워 은행이 다소 쉽게 장사를 한 면이 없지 않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당시 이 상품은 적은 금액으로 부동산투자에 참여할 수 있고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라 상당한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 은행에서는 부동산투자신탁상품 모집을 하자마자 전액이 다 마감되는 사태도 벌어졌었죠. 물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 준 성공했던 신탁상품 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가만히 뜯어 보면 순수한 의미의 신탁상품이라고 하기엔 왠지 꺼림직한 점이 없지 않았죠.

원래 신탁상품은 투자자들의 돈을 금융기관에서 열심히 운용해서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나눠 주는 거죠. 물론, 열심히 운용한데 대한 성과보수를 금융기관에서 일정부분 떼어 갑니다. 수고한 것에 대한 수고비는 주는 게 도리니까요.

그런데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의 경우 운용내역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아파트 시행사에 확정금리로 공사비를 대출해 주는 것이었죠. 이러한 확정금리 대출은 기존에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대출로 해오던 것이었죠.

다시 말해 기존에도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아다 시행사에 담보대출을 해주었거든요. 그런데 기존의 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는 누구에게 있을까요? 만약 대출해준 아파트가 분양이 안되어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모든 게 은행의 책임입니다. 예금 고객의 입장에서야 시행사 부도랑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냥 은행에서 예금 원금과 이자만 받아가면 그만인 거죠. 은행만 망하지 않으면 말이죠…

그런데 부동산투자신탁은 달랐습니다. 이것 역시 신탁상품이니까 원본 손실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수해야 하는 거죠. 따라서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은행이 아니라 투자자가 뒤집어 쓰는 거죠. 다시 말해 고객의 돈으로 열심히 부동산 자산이나 개발사업에 투자하여 운용을 하고 그만큼 수고한 대가로 운용보수를 받아 간 게 아니라 예전부터 해오던, 그것도 은행이 리스크를 지고 해오던 고정금리 대출을 하면서 운용보수를 받아 갔던 거죠.

이는 소액 투자자란 이유로 대규모 자금이 움직이는 부동산시장에서 소외 되었던 일반 고객들에게 부동산 투자로 생기는 혜택을 나눈다는 원래의 취지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었죠.

물론 은행의 입장에서는 고정금리로 시행사에 돈 빌려주는 것이 괜히 생소한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원본 손실의 가능성이 없을 뿐더러 고객에게도 안전하다고 주장했었답니다. 하지만 실적배당상품인 부동산투자신탁상품을 고정금리 상품처럼 판매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부동산투자신탁의 원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 것이었죠.

게다가 이 상품에서 은행이 가져가는 수수료 구조를 가만히 보면 더욱더 이해가 안가는 것이었죠. 수수료는 기본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뉘는데 은행은 일단 부동산 투자신탁으로 모은 돈에서 일정부분을 기본보수로 가져갑니다. 이것은 관리에 대한 수수료로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성과보수 쪽인데요. 이 상품은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 일정 비율을 성과보수로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에 은행이 연15% 확정금리로 대출해 주었다면 투자자는 운용수익으로 연15%의 대출이자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당시 연 6% 정도였으니까 은행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거죠.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연 6% 이자를 받을 건데, 우리가 이 상품에 가입한 사람에게 15%로 돈을 벌게 해주었으니 그 초과분인 9%에 대한 성과보수를 달라”고 말이죠.

즉, 당시 은행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 투자 등에 노력했다기보다는 기존의 고정금리 대출을 해주고 성과보수를 받는 구조였고, 이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쉽게 장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위의 부동산신탁상품에 관한 글은 2001년 4월에 게재한 저의 칼럼 [REITs가 부동산투자신탁과 다른가요?]에서 다시 참조한 것입니다.)

이제 선박펀드를 제가 좀 의아한 눈으로 보는 이유를 이해하셨나요? 연 6.5%의 고정금리를 준다는 선박펀드… 혹시 그 펀드에 모인 자금으로 선박에 투자해서 그 운영수익을 먹는 게 아니라 일정 금리로 리스를 한다거나 선박회사에 대출해주는 것과 뭐가 다른지 쉽게 이해가 안가는 거죠. 그리고 선박운영이 잘되어 연 6.5%이상의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그 수익은 과연 누가 먹는지도 말이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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