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재테크] 그때 당신은 왜 주식을 팔았을까요?

이데올로기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종족을 죽이는 동물은 오직 인간밖에 없다고 합니다. 십자군 전쟁이나 스페인내전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그랬다는 것이죠.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요? 정말 인간은 자신이 믿는 이데올로기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일까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저는 감히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군요. 전쟁이란 단지 높은 데서 시키니까 기계적으로 참여하는 것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계의 다른 동물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오랜 기간동안 부모에게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의 눈밖에 나서는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죠. 다시 말해 인간은 태생적으로 권위에 대해 복종해야 살아 남는다는 것을 터득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는 거죠.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본능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남아있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나 보이는 인물이 나타나서 다분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상대 집단을 죽여야 한다고 선동하면, 이에 대해 개개인의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전쟁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죠.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전쟁에 참여했던 일반 사람들은 거창한 이념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권력자들의 농간에 넘어가고 설득 당했던 것뿐이죠.

이번엔 주식시장 이야기를 해보죠. 흔히들 주식시장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시장 참여자로 인해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은 몇몇 현상들을 보며 거의 본능적으로 투자의사 결정을 내려버리죠.

9.11테러와 같은 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주식을 팔아버립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 당시 마찬가지 행위를 했을지 모릅니다. 이는 권위 있는(?) 언론에서 주가폭락에 대해 보도했기 때문이었죠. 좀더 시간을 두고 스스로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게 최적의 매수 시점이란 걸 뻔히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죠.(저는 여기서 정치이야기나 탄핵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에서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당일 주가 역시 대폭 빠졌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탄핵 당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9.11테러와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사건이 터지면 주가는 언제나 폭락한 후 다시 반등한다는 걸 경험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이 이번 대통령 탄핵 때 매수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구요? 언론에서 주가가 빠지고 있고 앞으로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기 때문이죠. 바로 권위와 군중에 설득당한 것입니다.

이렇듯 인간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권위에 복종하고 이에 따라 기계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다소 씁쓸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이성적이거나 자율적인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게 만드는 본능을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유발기제`라고 일컫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유발기제를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귀성`의 6가지 법칙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법칙을 잘만 활용하게 되면 상대방을 쉽게 설득하고 그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유발기제만 잘 자극한다면 사람들을 동원시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고, 주식을 팔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거죠.

이 책에는 본능에 의해 반응하는 동물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새끼의 울음소리를 녹음한 장치가 내장된 쪽제비 인형을 자신의 새끼로 알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칠면조나, 움직이는 빨간색 튜브를 보고 자기 새끼로 착각하여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 제비의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죠.

그럼 독자들은 ‘역시 동물들은 멍청하군.’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왠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자! 오늘 내가 한 투자의사 결정이 오직 나의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치알디니의 ‘유발기제’에 의한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