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선박펀드: 상거래를 돕는 금융

입력 2004-03-14 18:37 수정 2004-03-14 18:37
노른자씨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노른자위 땅에 10억짜리 빌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이 짭짤해서 전혀 팔 생각이 없었죠. 하지만 하던 사업이 망하게 되어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되었습니다.




10억짜리 빌딩이 있지만 거기서 나오는 임대수익으론 이자 갚기조차 급급한 상황이 되었죠. 이제 노른자씨의 유일한 자산인 그 빌딩을 팔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 경우 노른자씨가 10억짜리 빌딩을 판다면 그 행위는 단순한 상거래 행위입니다. 부동산을 매매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당장에 10억이란 큰 돈을 한몫에 내고 이 빌딩을 살 재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서 노른자씨는 한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빌딩 10억짜리를 근거(기초자산; Underlying Asset)로 해서 종이로 된 증서(증권)를 10억원어치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1억원짜리로 쪼개서 사람들에게 판다는 것이죠. 물론, 이 증서 1장을 사게 되면 그 빌딩의 10분의 1을 소유한 효과가 있죠. 또한 그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에 대해서도 10분의 1만큼 매달 수익을 배분한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럼 주위에 10억은 없더라도 1억 정도의 돈을 가진 사람 10명에게 어렵지 않게 팔 수 있을 겁니다.




자. 이렇게 노른자씨가 낸 아이디어가 실행이 된다면, 그게 바로 금융인 거죠.




다시 말해 10억짜리 빌딩을 그냥 팔았다면 상거래 행위인데, 이 빌딩을 근거로 증서(증권)를 만들어 이를 팔게 되면 이게 바로 금융(金融)이란 거죠.




신문을 보니, 국내에 첫 선박펀드가 나온다고 합니다. 작년 5월에 제정된 ‘선박투자회사법’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일단 개인 투자금과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펀드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펀드에 모인 돈으로 선박을 만드는 거죠. 그런 다음 이것을 해운업체에 빌려 주는 겁니다. 해운업체가 이 선박을 이용해서 돈을 벌게 되면 그 수익을 투자자와 금융기관에 나누어 주는 투자펀드인 거죠.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운업체가 자신의 영업에 필요한 배를 산다면 그건 분명 상거래입니다. 선박매매 거래니까요. 하지만 해운업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돈만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선박을 덜컥 산다는 게 그리 만만하지가 않을 겁니다.




그걸 경우 해운업을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개인이나 기관들의 돈을 모아서 선박펀드를 만들게 되는 거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선박을 해운업체가 빌리게 되고 그로부터 나오는 영업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바로 금융(金融)인 거죠.




이렇듯 금융은 우리의 주위에서 일반 상거래를 돕기 위해 톡톡히 노릇을 합니다. 금융기법이 발전하고 제도가 안정화되면 더욱더 그러한 효과를 볼 수 있죠.




참고로 이번에 선 보이게 될 선박펀드에 대해 자료를 정리해 봤습니다.




1) 펀드 규모 : 6,700만달러(790억원 상당)


- 수출입은행 60%, 기업은행 협조융자 자금 10%, 현대상선 선납금 10%, 개인 등 일반투자자금 20%로 구성. 이중 일반투자 자금은 개인과 기관투자가 들을 대상으로 보통주 321만2,000주를 발행함.




2) 일반투자자 공모방법 : 3월 24일경 개인 및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일반공모를 예정(주간사 대우증권)




3) 운용사 : 한국선박운용㈜ - 현대중공업에 대형유조선 1척을 발주해 이를 현대상선에 임대할 예정




4) 조건 : 7년만기, 고정금리로 연 6.5% 확정배당형이며 주식형태로 일반 공모함. 주당 가격은 5,000원으로 1인당 최소청약단위는 100주가 될 예정.




5) 기타 : 최고 3억원까지 배당소득세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음




따라서 저금리 시대에 개인투자자 들에게 비교적 양호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어서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보다 경기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적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군요.




선박펀드, 참 좋은 금융기법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이게 확정배당형 상품이어야 하는 지 좀 의문이군요. 아무리 리스크가 적다고 해도 그 리스크는 분명 투자자가 져야 할 것인데 말이죠.




이 역시 2001년에 팔았던 부동산투자신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부동산투자신탁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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