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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 금융상품

신문을 보니 은행에서 투신사의 ‘양방향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더군요. 이 상품은 운용자산의 60% 이상을 채권 등에 투자하고 40% 이하를 ELS에 투자함으로써, 주가지수 상승 또는 하락에 관계없이 수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후 원금이 보존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설명도 붙어 있더군요.

여기서 ‘설계’란 단어를 사용했는데요. 그 말에서 복잡한 기계장치의 내부 설계도가 금방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유독 저뿐이 아닐 겁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손쉽게 이용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내부 구조가 정교해지고 복잡해지고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다양해 지고 또한 이에 부응하는 금융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금융상품의 내부구조도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금융공학이란 학문도 크게 발달하고 있죠.

물론,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그 내부의 모든 구조를 소상히 알 필요는 없듯이 이러한 금융상품의 복잡한 구조도 상세히 알 필요성은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선택하는 금융상품 들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지 간략하게나마 알고 있다면 이를 이용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운전자가 자동차 내부구조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되듯이 말이죠.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역시 ‘설계’를 운운하는 것을 보니 내부가 다소 복잡할 것 같군요. 하지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인지라… 내부구조가 궁금하시다면 한번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이러한 ELS 상품은 원금을 보장해 주면서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있습니다. 어떤 ELS 상품의 경우는 주가가 한번이라도 10%이상 상승하면 연 4% 수익이 확정된다고 합니다.(→넉아웃 보너스형; Knock-out bonus)

자 그럼 그 설계도를 한번 찬찬히 뜯어 볼까요?

우선 원금을 보장해 준다고 했죠. 그래서 ①대부분의 자금을 안정적인 채권에다 투자를 합니다. 만약 100만원을 원금으로 만기 1년짜리 ELS 상품에 가입했다면, 이 돈 중에서 이자를 연11% 주는 채권을 찾아서(물론, 금리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제가 임의로 정한 것입니다. 요즘 11%짜리가 어디 흔한가요^^;) 90만원어치 사는 거죠. 그럼 1년 후에 원금과 이자를 합해서 대략 100만원이 되겠죠. 이런 방식으로 최초 100만원의 원금을 보장하는 것이죠.

②그런 다음 나머지 10만원(100만원 중 채권 사는데 쓴 돈 90만원을 제외한 돈)으로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을 사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파생상품 역시 ‘설계’를 잘 하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이 나오는 데요.

예를 몇개 들어 보면요. 그림에서 보듯이 행사가격이 각각 다른 풋옵션과 콜옵션을 매입하게 되면 ‘스트랭글’이라는 파생상품이 만들어 집니다. 마치 장독대 뚜껑 뒤집어 놓은 것의 단면도 같죠. 여기서 주가가 장독대 뚜껑 바닥사이의 영역(빨간색)에 있을 때는 손해를 보지만 그 영역 보다 주가가 오르거나 아니면 떨어지게 되면(노란색) 수익이 나는 재미있는 구조이죠.

따라서 이러한 파생상품을 10만원어치 사놓으면 결과적으로 원금은 보장되며 주가가 일정영역을 벗어나서 오르거나 내려도 수익이 나는 ELS상품이 되겠죠.

물론, 주가가 장독대 뚜껑 바닥면 사이(빨간색)에 있어도 ELS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채권 90만원어치로 1년 후 원금 100만원은 확보한 거니까요. 따라서 10만원 다 날려도 손해는 아니죠.

앞서 말한 ‘넉아웃 보너스형’인 경우에는 더욱 재미있죠. 주가가 일정기간 정도 오르다가 투자자가 스톱을 시키면 그 이후의 주가변동과 상관없이 수익이 확정되는 파생상품에 투자를 하죠. 이 상품은 주가가 오른 시점에서 투자자가 ‘스톱’이라고 노크(Knock)를 하면 즉시 수익을 확정시켜 주기 때문에 넉아웃(Knock-out) 상품이라고 하죠. 이 파생상품을 10만원 어치 사면 이게 바로 ‘넉아웃 보너스형’이 되는 거죠. 투자자가 판단하기에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 수익이 많이 났는데 앞으로는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을 때 주로 이용하겠죠.

이러한 파생상품 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옵션과 같은 일반적인 파생상품과 많이 다르죠. 금융공학자 들은 일반 옵션이나 선물 같은 파생상품을 ‘Plain Vanilla products’ 라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의 기본이 바닐라 맛이라서 이런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복잡하고 변형된 파생상품 들을 ’Exotic products’라고 하죠.

사실 다양한 ELS상품의 구조를 알게 되면 직접 이를 구성해도 상관없습니다. 원하는 만큼 채권을 사놓아 원금은 챙겨놓고 나머지 돈으로 고수익, 높은 위험의 파생상품에 투자를 하면 되죠. 그러면 투신사나 판매 은행 또는 증권사에 수수료도 줄 필요 없으니까 더 이익이겠죠.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습니까?

이러한 복잡한 상품을 적은 돈으로 구성을 하려면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겠죠. 따라서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제품을 시장에서 사는 거죠. 그래야 금융공학하는 사람도 먹고 살고 금융기관도 먹고 살고 그리고 고객들도 큰 노력이나 수고 없이 (굳이 이러한 내부구조를 알 필요도 없이) 안전하면서 수익도 많이 나는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이제 우리나라도 간접투자상품의 시대로 점점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간략하나마 파생금융상품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아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위에서 말한 ‘양방향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의 경우 1년형 상품이므로 세금우대 한도범위 내에서 세금우대가 가능하고 최저 가입금액은 100만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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