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우리는 정말 축복 받은 세대입니다

입력 2004-01-05 17:05 수정 2004-01-05 17:05
얼마 전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 한명이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찾아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은 왜 이리 살기 어려운 지 모르겠다고 넋두리를 늘어 놓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우리만큼 축복 받은 세대가 어디 있냐?”




그렇습니다. 지금 30대 중반을 향유하고 있는 제가 속한 세대만큼 대한민국에서 축복 받은 세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대학생활을 할 당시엔 사회환경이 저희 세대로 하여금 많은 외도(?)를 하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에서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몇 천명의 신입사원을 뽑아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다닐 때 취직을 위한 TOEIC공부나 상식공부는 정말 폼 정도로만 하고 다녔죠. 대신 사회운동에 참여하여 정의를 찾고자 하거나 아니면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 당시 우리세대에겐 졸업 후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졸업할 때가 되니, 지금과 비교해 보면(당시에도 물론, 취업하는 게 장난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쉽게 취직을 해서 사회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취직 후에도 흥청망청 좋은 시절 보냈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며 어느 정도 요건만 갖추면 그 회사에 그리 기여한 것도 없는 신입사원에게 몇 백만원 몇 천만원 하는 연수도 시켜 주고 그랬더랍니다.




그러다 IMF가 터졌죠.




하지만 IMF마저도 우리세대에겐 그나마 다행스러운 시기에 터진 거죠. 취업재수생이 대거 쏟아 졌지만 우리세대는 이미 취직을 했습니다. 그들에 비해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죠.




물론, IMF가 취업재수생만 만든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이나 많은 실직자도 만들었습니다.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우리세대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 당시 30대 초반, 20대 말이었던 우리세대는 싼맛(?)에 대부분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정작 구조조정의 대상은 과장급 이상의 (당시 30대 중반 이상) 비교적 급여수준이 높은 사람 들이었으니까요.




이왕 터질 IMF가 그때 터진 게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좀더 일찍 터졌거나, 좀더 늦게 터졌다면 큰일 날뻔했을 테니까요.




IMF 이후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엄청 떴습니다. 원래 고무줄을 아래로 잡아 당겼다 놓으면 바로 원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내려간 만큼의 반동으로 위로 치솟게 마련입니다. 당시 주가나 부동산 가격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그 때가 마침 우리 세대가 재테크에 막 눈을 뜰 시기 였죠. 그래서 이를 잘 이용한 사람은 뭉칫돈도 어느 정도 벌었습니다.




요즘은 경기가 좋지않아 다들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이왕 나쁠 거면 지금 나쁜 게 우리 세대에게 좋은 듯 싶습니다.




왜냐구요?




지금 우리 30대 중반세대는 사회의 허리 층입니다. 즉 중간관리자로 가장 열심히 일을 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또한 실전에서 많은 것을 배울 때입니다. 그야말로 내공을 쌓고 당장 써먹을 실전연습을 하는 시기죠.




직장인이라면 조직의 과장, 차장으로 실제 사업기안을 하고 밀어 붙이는 시기이죠.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가장 왕성하게 움직이며 네트워크를 쌓아나가고 기반을 닦는 시기입니다. 1년으로 따지면 한여름인 셈이죠. 가을의 수확을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할 시기.




자신감도 있고 힘도 넘칩니다. 그런데 이때가 경기가 최악인 상태라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경기는 순환하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회복을 합니다. 가장 힘들 때 가장 열심히 일하고 왕성하게 움직였다면, 엄청난 내공이 쌓입니다. 암요. 그렇죠. 그리고 어려울 때 경험하고 축적한 노하우로 경기침체를 잘 이겨냈다면 그 대가가 또한 얼마나 크겠습니까?




저의 친구의 넋두리도 그저 응석정도로만 들립니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이기 때문에, 이 난관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40대 즈음에 경기가 활황일 때 우리의 저력으로 멋진 열매를 수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면 제일 불쌍한 게 어린이나 노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직 위험을 피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거나, 남과 싸우기엔 이미 노쇠했는데 전쟁과 같은 험악한 상황이 터지면 버텨나가기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나의 이런 다소 궤변(?)같은 주장에 제 친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밝은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20대나 40, 50대 분들 중에 ‘그래 너네 세대 잘 났다. 그렇게 자랑하고 싶냐?’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니 저와 같은 30대 중에서도 ‘축복은 무슨 축복이야! 다 배부른 사람들 이야기지. 지금 내 코가 석잔데 이 사회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우리 세대가 정말 축복만 받은 것일까요? 다들 어려운 시기에 이 땅의 30대 중반이라고 뭐 그리 대단한 축복을 받았겠습니까? 하지만 힘들게만 생각하면 모든 세대가 다 어렵습니다. 우리 세대도 마찬가지죠.




흔히 주위 사람을 만나 보면 자기가 처한 상황 탓을 많이 합니다. “우리 나이 때가 가장 안 좋은 거 같아. 대학 들어갈 때 입시 제도 바뀌어 욕봤고, 취직할 때 경기 안 좋아 욕봤고…”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비관적입니다.




이제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된다고 생각합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낙관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합시다. 축복 받은 세대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이야기 합시다.




그게 제일 좋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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