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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과거의 주가→미래의 주가?

확률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마코브 과정(Markov Processes)’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마코브 과정’에 따르면 미래에 일어날 확률 값은 과거에 이미 실현된 값에 대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우리는 쉽게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을 구해보죠. 그럼 당연히 그 확률은 50%입니다. 동전은 앞면 아니면 뒷면이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A라는 사람이 동전을 10번이나 던졌는데 계속 뒷면만 나왔다고 해보죠. 그렇다고 A가 11번째 동전을 던진다고 해서 동전의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을까요? 그렇지는 않죠. 이 역시 앞면 아니면 뒷면이 나오기 때문에 확률은 50%이죠. 즉, 앞의 10번을 던져서 우연히 뒷면이 계속 나왔다 하더라도 다음 번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로 변동이 없다는 겁니다.

누군가가 동전의 뒷면이 더 많이 나오도록 특수한 장치를 해 놓지 않은 이상, 각각의 행위는 독립적이며 다음 확률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죠.

많은 재무학자들은 주식의 가격 역시 이 ‘마코브 과정’을 따른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과거의 주가에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앞으로 주가가 변동하는 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

올해 7월경, 주가지수연동형 정기예금에서 연 평균 8%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올해 초에 설정해 놓은 이 상품이 주가의 상승으로 인해 좋은 실적이 나왔기 때문에 얼마남지 않은 만기일까지 평균 예금금리를 훨씬 웃도는 8%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이 글을 보고 ‘나도 주가지수연동형 정기예금’에 가입해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코브 과정’을 무시한 의사 결정인 거죠. ‘마코브 과정’에 따르면, 올해 초에 설정해 놓은 상품의 수익률이 그렇게 높았다는 게 앞으로 설정할 상품의 수익률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는 것이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가입했는데 앞으로 주가가 폭락해 버리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에서 이런 광고문구를 사용한다고 해보죠.

“연 15% 고수익이 입증된 펀드상품. 지금 바로 가입하세요”

물론, 믿을 만한 금융기관이니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죠. 실제로 기존 펀드상품이 연 15%를 달성했기 때문에 이런 문구를 사용했을 겁니다. 그리고 펀드상품 역시 의 법칙이 적용되어 원금손실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는 것도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 15%라 이거 장난이 아닌데, 나도 빨리 이 펀드상품에 가입해야지. 물론, 투자한다는 게 위험이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연 15%라고 하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문구는 여전히 사람들을 혼란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연 15%를 달성한 펀드상품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이 광고를 보고 펀드상품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증권시장의 변동에 따라 펀드수익률이 올라갈지 아니면 내려갈지 아니면 아예 손실을 볼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요. 이러한 ‘마코브 과정’에 따른다면 챠트를 분석해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 역시도 문제가 있는 거라 봐야 겠죠. 원래 기술적 분석이란 게 과거의 주가추이를 보고 향후 주가를 예측하는 건데 과거의 주가변동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미래의 주가 변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기술적 분석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거죠.

골든크로스(단기이동평균선이 장기이동평균선을 밑에서 위로 치고 오르면서 만나는 때 – 기술적 분석에서는 주가상승의 신호로 판단)가 나타났더라도 그 다음날 주가가 정말 올라야 제대로 된 골든크로스 모양이 생기게 되죠. 그 다음날 오히려 주가가 빠지게 되면 골든크로스 모양은 곧 깨어져 버리죠.

저도 간혹 그런 걸 느끼는데요. 과거의 그래프 추세는 항상 사후적이며, 지나고 나서야 그렇게 보인다는 것 말이죠…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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