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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가 과연 <함정>에 빠졌나요?

함정(Trap)이란 곳은 무지불식 중에 갑자기 빠져 버리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가는 길목에 갑자기 함정이 생겨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함정은 그곳에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모른 채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빠져 버리게 되는 거죠.

함정의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한번 함정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것이죠. 어떤 경우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방심하지 말고 자신이 가는 길의 발 밑을 조심해야 하는 거죠.

요즘 ‘우리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니냐’ 하는 문제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란 아무리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어도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유동성 함정은 1920년대 세계경제 대공황 때 정부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풀었지만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보고 J. M. 케인즈가 제기한 학설이죠. 현재 일본의 10년 장기불황과 마이너스에 가까운 금리가 전형적인 유동성 함정이라고 말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기불황일 때는 시중에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씁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해서 신규사업도 하고 기술투자도 하는 거죠. 그럼 고용도 창출되고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의 경기 상황을 불투명하거나 부정적으로 본다면 누구도 기업에 돈을 빌려 주지 않을 뿐더러 기업도 괜히 사업을 벌였다가 경기가 어려워져 벌인 사업이 망할 수 있으니 몸을 사리게 됩니다. 그래서 돈은 제대로 기업으로 흘러 가지 않고 부동자금으로 남게 되는 거죠.

한편 금리가 너무 낮아 질 때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리 수준 이하로 낮게 형성되면 이제는 바닥이다 싶어 가까운 장래에는 금리가 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아 도는 돈을 장기채권이나 장기성 예금에 넣지 않고 단기금융상품에다 몽땅 넣는 거죠. ‘일단 단기로 넣어 두었다가 금리가 높아 지면 좀더 좋은 투자처를 찾아야지’ 하며 눈치만 보는 거죠. 그러니 돈이 제대로 산업 전반으로 흘러 갈 리가 없고 부동자금으로 시중에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거죠.

현재 지속되는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거의 400조에 달하는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시중을 떠다니는 것만 봐도 유동성함정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그 동안의 급격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수출관련 지표들을 볼 때 우리나라가 전형적인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무시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함정이란 특성상 조심스럽지만 정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빠지기 전까지는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게 함정일 뿐더러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것도 함정이니까요.

노무현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는 발표를 한 지도 1주일이 넘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콜금리 인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오르는 금리에 편승해서 장기성 예금이나 채권으로 옮겨 가거나, 현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억제)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옮겨 가는 것이겠죠. 그게 바로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이니까요.

하지만 경기가 불안하고 살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우리주위에 많으면 많을수록 이러한 바람직한 모습을 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콜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개인 신용불량자나 주택자금을 대출 받은 사람들의 근심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불안해서 다시 소비를 줄이게 되고 그럼 내수시장의 위축은 말 그대로 명약관화(明若觀火)인 거죠. 또한 금리가 이렇게 낮은 데도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는 돈이 금리가 높아지면 더더욱 그 쪽으로 흘러가기가 어렵겠죠.

어제 9시 뉴스에도 보도된 바 있듯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투기억제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자 그 돈이 금융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투기억제지역이 아닌 지방 변두리의 분양시장으로 몰린다는 사실 또한 우리를 상당히 씁쓸하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함정에 빠졌는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한 것은 더욱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98년 4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한사코 이를 부인해 오다 2001년 3월에 들어서야 비로소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임을 공식적으로 선언을 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함정에서 벗어나기 가장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무엇인지 아십니까?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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