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재테크]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지금까지 쏟아 부은 게 아까워서도 그렇게는 못해!!!”

살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 이런 식의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그 동안 많은 수고와 노력을 들였는데 지금까지 한 일이 헛된 일이었음이 드러났을 때 누구나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이젠 가망 없으니 빨리 털고 일어나자.”고 말해도 좀처럼 자리를 뜰 수가 없게 되죠. 지금까지 쏟아 부은 게 얼마인데 억울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재테크를 포함하여 어떠한 일이든 의사결정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억울함을 미련 없이 떨쳐 버려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경영학에서 매몰원가(埋沒原價; Sunk Cos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미 지출된 비용 중에서 누가 보더라도 회수가 불가능한 원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의사결정 시점에서는 이러한 매몰원가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의사 결정에 고려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예를 하나 들어보죠.

A회사는 신발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최근 들어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신발 밑창에 바퀴가 달린 신발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A회사도 이 신발을 개발하기로 했답니다. 총 개발비는 10억이 듭니다. 총력을 기우려 바퀴 달린 신발 개발에 나선 A회사는 조만간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A회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바퀴 달린 신발이 청소년에게 너무 위험하다며 시민단체가 들고 있으나 급기야 법으로 이 신발을 유통시키는 것이 앞으로 1년 이후부터 금지된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물론, 가정입니다..^^)

당연히 A회사는 비상 임원회의를 열었겠죠. 그 자리에서 여러 임원들은 이 개발작업을 지금이라도 중지하자고 합니다. 그러자 기술개발 임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이 신발을 개발하기 위해 벌써 7억이란 돈을 사용했어요. 어디 7억이 땅을 파면 나온답니까?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나요? 앞으로 3억만 더 투자하면 되는데. 지금 중단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기술개발 임원이 매몰원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아무리 7억이란 돈을 이미 사용했어도 이는 바퀴 달린 신발 개발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매몰원가입니다. 왜냐하면 이 신발의 유통이 1년 이후부터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그 동안 투자한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무조건 개발을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오히려 A회사가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그 신발을 현재 만들어서 남은 1년간 팔아서 벌 수 있는 돈과 지금 그만 둠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을 서로 비교해서 이 신발을 계속 개발해야 할지 아니면 포기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죠. 이미 투자한 7억은 매몰원가이므로 이 돈에 연연해서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죠.

재테크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흔히 떨쳐 버려야 할 매몰원가에 연연해서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얼마 전 환율과 원유가격으로 주가가 출렁했을 때를 기억하실 겁니다. 모처럼 큰 마음먹고 매수를 했는데 바로 주가가 빠지니 울며 겨자먹기로 손절매를 하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이 주가가 약간 반등할 때 다시 매수를 했는데 그 이후 주가가 어느 정도 올랐다고 해봅시다. 이젠 매도를 해서 수익실현을 할 때가 되었는데도 좀처럼 팔지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했던 손절매로 손실 본 돈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죠.

“내가 그 동안 잃은 돈이 얼마인데, 모처럼 오른 주식 조금 있다가 팔자.”

이렇게 생각하고 팔기를 주저하는 투자자라면 매몰원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시장상황이나 해당 기업의 실적이 좋아서 더 보유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지만 단순히 그 동안 까먹은 금액이 크기 때문에 최소한 그 만큼 오를 때까지는 보유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주 우매한 의사결정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멍청한 짓을 누가 하냐고요? 아닙니다. 일단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 없습니다. 간혹 돈은 합리적인 이성을 마비시키거든요. 그러므로 누구나 지금까지 잃은 돈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이번 투자에만 집중하겠다는 자기암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몰원가, 그건 이미 잠겨버린 비용이니까요. 두 번 다시 미련을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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