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왜 사는가?

입력 2003-08-29 11:15 수정 2003-08-29 11:15
지난 5월부터 오르기 시작하던 종합주가지수가 벌써 750선을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약간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최근 상승장은 전적으로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로 이끌어 왔다는 특징을 들 수 있겠습니다. 지난 28일도 외국인이 순매수한 주식규모가 무려 1,400억원이 넘어섰다고 합니다. 반면, 예전 같으면 이쯤 되면 매수세로 돌아서야 하는 개인과 기관은 여전히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이나 기관이나 아직까지 국내에 산재해 있는 불안요인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물론, 세계경제가 하반기부터 회복된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긴 하지만 내수부진 등으로 국내 경기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게다가 신용불량자의 대거 양산이나 잦은 노동쟁의 등으로 가계나 기업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은 주식에 투자할 만한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따라서 사상 초유의 저금리인데도 불구하고 시중의 부동자금이 쉽사리 주식시장으로 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별 달리 투자할 곳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 주식시장 아니다’ 라는 반응인 거죠.




그렇다면 말이죠. 국내에 산적한 문제나 국민들의 체감 경기만을 보면 아직은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단계가 아닌 것 같은데, 왜 외국인들만 연일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일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약간 거시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현재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 것은 비단 한국시장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경기회복과 미국시장의 호조에 영향을 받은 해외 투자자금들이 최근에 동아시아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간의 홍콩 항셍지수나 일본 니케이지수 그리고 대만의 가권지수들의 상승폭이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높았다고 합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홍콩이나 대만 그리고 일본의 주식을 더 많이 샀다는 것을 의미하죠.




어찌 보면 한국이 외국인 투자의 주(主)가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 유입되는 대규모의 투자자금 중 일부일 뿐이라는 의견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동아시아로 대거 유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죠. 우선은 아무래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매력적인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이다 보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향후 큰 폭의 수익을 노리고 들어 온다고 볼 수 있고요.




또한 중국 경제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내다 보고 투자 자금이 동아시아로 몰린다고 볼 수도 있죠. 이는 최근 투자펀드로 아시아에 유입된 6천4백만 달러의 자금 중에서 중국에만 단독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규모가 6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죠.




마지막으로 아시아의 통화절상을 예상하고 들어오는 세력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절상되면 투자수익에서 별 재미를 못 보더라도 환차익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외국인의 주도로 상승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사실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늘자 신문에 주가지수 800선이 머지 않았다는 기사가 눈에 뜨이더군요. 정말 주가가 800선을 넘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더 이상 외국인의 나홀로 매수세로는 지속적인 상승장은 기대하기 어렵지않나 하는 조심스런 예측 또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이란 게 원래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가격을 올려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만의 매수세로는 상승기조를 지탱하는데 한계가 있죠.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37%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 금액만 해도 2조원이 넘죠. 이만큼 외국인이 장을 끌어 올려 놨는데 이를 기관이나 개인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흥미를 잃은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이 아닌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시장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주가 상승 여부는 개인과 기관이 매수세로 돌아서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물론, 이는 국민들의 경기 호전에 대한 확신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이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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