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재테크] 직접 올라가 보기 전엔...

주가가 750을 넘겼습니다. 이렇게 주가가 상승하는데도 오히려 돈을 잃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6월 정도부터 신문이나 TV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앞세우고 주가가 상승기조에 들어 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종목도 잘 선정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대표주인 OOO이 바로 그가 선정한 종목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매수를 했을 때는 주당 9만원 선이었다고 합니다. 몇 번 샀다 팔았다 하면서 재미를 보자 점점 대담해 졌답니다. 하지만 그는 여윳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내고 친지에게도 약간 빌려서 제법 크게 했다고 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OOO은 한때 20만원까지 갔습니다. 물론, 오늘도 15만원대에서 왔다 갔다 하지만 그가 처음 투자했던 9만원에 비하면 엄청 오른 것이죠.

그렇다면 그는 돈을 벌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돈을 잃었습니다. 현재 원금의 40% 손실을 보고 패잔병이 되어 증시에서 빠져 나온 상태입니다. 9만원에 시작하여 한때 20만원 이상을 갔고 현재도 15만원대인 주식을 2달여 투자를 해놓고 얻은 것이 40%의 원금 손실이라…

물론, 이와 같은 케이스는 그렇게 드문 것은 아닙니다.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그와 같은 낙제(?) 성적을 누구라도 낼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처음엔 조금씩 했습니다. 그러다 좀 수익을 내자 과감한 투자를 했죠. 18만원 정도에서 매수를 해서 20만원까지 갔을 때는 ‘정말 상승장에서의 주식투자란 게 이렇게 쉬운 거로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침 신문에 충격적인 기사가 났습니다. “OOO 올 상반기 실적 기대치에 못 미쳐…” 얼른 출근을 해서 주가를 확인해 보니 급락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좀 관망했지만 16만원대까지 빠지자 이성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손절매를 하고 빠져 나왔습니다.

그 다음날 OOO의 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또 신문에 실렸습니다. “OOO은 업종 대표주로서 아직도 저평가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신문기사의 영향이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아도, 아무튼 그날 주가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19만원까지 다시 올랐다고 합니다. 그는 두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쳤다고 합니다.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붉은 색을 깜빡깜빡하며 치솟는 OOO의 주가가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OOO 너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한번 해보자.’ 그는 또 이성을 잃고 추격 매수에 들어 갔습니다. 전번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까지 내어서 19만원에 주식을 샀습니다. 이내 주가는 20만원을 넘었습니다. ‘그래 그때는 잠시 빠졌을 뿐이야. OOO은 단순한 인터넷 회사가 아니라 이젠 매스미디어 회사라는 말도 있잖아.’ 그는 다시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주가는 다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7만원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번의 아픈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전번에도 좀 빠지는 걸 버티지 못하고 팔아 버려서 손해 봤잖아. 그때 하루만 더 지켜 봤더라면 다시 주가가 올라 손실을 만회했을 텐데… 이것도 내일이면 다시 오를 거야.’ 하지만 주가는 더 빠졌고 그는 결국 15만원대에서 다시 이성을 잃고 투매를 했다고 합니다.

OOO으로 처음에 약간 수익을 낼 때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주식투자는 그리 어려운 것 같지 않아. 낮을 때 사서 오를 때 팔면 되잖아. 하하하…’

울상이 되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저는 그 웃음소리가 자꾸 오버랩되는 걸 느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그 사람이 멍청하다고 여기실 겁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과연 얼마나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번지점프를 해 본적이 있습니까? 저는 한번도 못해 봤습니다. 물론,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죠. 5년 전인가 캐나다에 연수를 간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캐나다의 독립기념일 연휴라 연수 받는 몇몇 사람들과 록키산맥으로 관광을 갔습니다. 가는 길에 캐나다에서 제일 유명한 번지점프하는 곳이 있다고 하길래 예정에 없던 그곳을 일부러 찾아 갔었습니다.

짜릿한 기분을 한번 느껴보자는 의도로 모두 가슴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안전수칙만 따르면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윽고 번지점프장에 도착했죠. 멋진 계곡 사이로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었죠.

일행 중 몇 명이 먼저 올라 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뭔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듯 하더니 모두 내려 오더라구요. 우리는 밑에서 비웃었죠. “아니 뭐가 무습다고 그래요?” 다음은 우리 차례 그런데 막상 올라가보니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 아찔함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를 타고 그곳을 나오면서 우리들은 이렇게 핑계를 대었죠.

“그래, 한번 하는데 200달러면 너무 비싸요. 그걸로 딴 걸하지…”

밑에서 아무리 이렇다 저렇다 말해 봤자 소용 없는 일이죠. 자신이 직접 올라가 보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옆에서야 멍청하다고 비웃기 쉽지만 막상 자신이 폭락의 상황을 겪으면 이성을 잃게 됩니다. 판단이 흐려지죠.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그 돈이 빌린 돈이라면 더욱 더 그렇겠죠.

그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주식투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가란 인간의 비이성적인 기대심리로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경험 있겠죠?

하반기에 대세 상승장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주식투자 쪽으로 관심을 가져볼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 사람의 전철은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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