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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도마 위의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입법 예고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대해 종전보다 는 비판의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우선 이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매달 내어야 하는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30년 15.9%까지 5년마다 1.38%포인트가 오르게 됩니다.

반면, 노후에 받게 될 연금수령액은 현행 평균소득의 60%에서 내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소득의 55%, 2008년부터 50%로 줄어 들게 되는 거죠.

국민연금 제도는 지난 98년에 연금수령액을 소득대비 70%에서 현행 60%로 줄이는 방안으로 한번 개편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또 개정안을 내 놓은 이유는 이대로 가다간 연금이 바닥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연금제도로 계속 운영될 경우 2047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가 그 동안 너무 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연금수령액이 약 40% 수준에다 평균 보험료율이 17.5%선인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60% 수령에 9% 보험료 납입이라는 제도는 외국에서도 비현실적인 제도라고 여러 번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주머니 사정이 뻔한 월급쟁이들은 이만 저만 불만이 아닙니다. 시행초기부터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 운용하지, 지금 와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올려 버리겠다고 하니 당연히 여론의 비난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1988년에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도입될 당시 많은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를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비현실적인 구조였습니다. 보험료를 소득의 3%만 내면 연금수령액은 평균소득 대비 70%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니 말이죠.

더군다나 이런 제도가 국회에서 선심성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졌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아무래도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국민연금 제도의 영속성 보다는 당장에 보험료를 적게 내는 쪽에 손을 들어 준 것이죠.

다시 말해 국민연금 기금이 몇 십년 후면 바닥날 줄 뻔히 알면서도 적게 내고 많이 돌려주는 제도에 손을 들어 줬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그 동안 적게 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보험료가 자꾸 올라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봐야 겠죠.

게다가 그 동안 정부는 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 지에 대해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안이한 기금 운용으로 기금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 진 것 같습니다.

일단은 노동계의 반발이 가장 큽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는 연금개편 저지의사를 밝혔고, 또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금 납부 거부운동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시민단체나 사회단체도 동조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재계도 개편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금제도는 보험료를 개인과 기업이 절반씩 내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은 결국 기업의 추가 지출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개정안이 최종 확정이 된다고 해도 국회에서 정부의 안대로 통과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신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저도 월급쟁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금이다 뭐다 원천징수 당하는 것도 많은데 이렇게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인상된다니 상당히 못마땅합니다.

물론, 현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더욱더 필요한 것은 무리하게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금의 투명한 운용이나 관련 제도들의 대폭적인 개혁을 통해 일단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 및 시민단체에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작 일방적으로 연금은 깎고 보험료는 올리겠다고 통보하고 국민들이 무조건 받아 들이라고 하는 정부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보험료 인상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의 연금제도는 몇 년 하다가 그만두는 그런 유행성 제도가 아닙니다.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야 할 영구적인 제도입니다. 따라서 가입자인 국민이 이 제도의 운영 주체인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입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들어 최종 안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보다 현명한 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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