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경제] 이라크戰 : 친도구를 팔기 위해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거의 막바지로 가는가 싶더니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히 많을 것 같더군요. 시아파의 반독재 반미 운동도 거센 것 같고, 일부 단체들은 게릴라전까지 벌이고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작년 말부터 부산에 있는 ‘부산교통방송’에서 경제코너를 맡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반 경에 전화 통화로 방송을 하고 있는데요. 몇 주전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난 후, 교통방송국 PD님으로부터 ‘이번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원인을 경제적으로 쉽게 설명 달라’ 고 제의를 하시더라구요.

저는 곰곰이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이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그래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방송을 했었죠.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지금, 전쟁 복구 문제로 미국과 유엔(불,독,러)이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서 역시 제 생각이 맞았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왜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느냐구요?

사실 부시정부가 미국의 석유사업자나 무기상들과 연계되어 있어서 그들의 이권을 대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므로 굳이 언급을 할 필요는 없겠죠.

제 생각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잉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미국식 자본주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거죠.

여러분 ‘친도구(Chindogu, 珍道具)’ 라는 단어의 뜻을 아시나요?

이 말은 1995년『친도구의 세계 The Art of Chindogu』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일본은 물론 영미권까지 퍼진 용어입니다.(출처: 찰스핸디 지음) 물론, 원래 일본말이고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1. 살아가면서 한 번쯤 ‘이런 것이 있으면 어떨까’ 싶은 물건을 지칭

2. 우리가 사들이는 불필요한 것을 가르킴

저는 여기서 2번의 뜻을 말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도 대부분 친도구를 가지고 계실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놓고 한번도 매어 본 적이 없이 장롱 속을 뒹구는 넥타이, 인터넷 서점에서 배달비 아끼려고 한꺼번에 사들인 책-물론, 한번도 읽지 않았겠죠. 일부 여자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들인 갖가지 액세서리. 이러한 것들이 바로 친도구이죠.

친도구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산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식 자본주의는 계속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하는 속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많은 물건을 사줘야 합니다. 물건을 계속해서 사는 한, 기업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게 되죠. 물론, 고용된 사람들은 자신의 급여로 다시 물건을 구매하는 거죠. 이게 소위 미국이 말하는 경제적인 발전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소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집에 냉장고가 3~4대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기업은 계속해서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새로운 기능을 부착해서 신제품이라고 팔아 먹는 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광고도 한몫합니다. 우리들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이나 필요이상의 수량을 팔기 위해 우리들에게 친도구를 구매하라고 현혹을 하고 있답니다.

이건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나 일본, 그 외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아주 익숙한 현상이죠. 오늘날 왠만한 나라는 거의 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따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계가 온 것입니다. 기업들이 너무나 많은 공급을 하다 보니, 이제 아무리 광고를 하고 신기능을 붙여도 사람들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질 못하게 된 거죠.

바야흐로 공급과잉의 시대가 오고 만 것입니다.

90년대 후반만해도 빛을 발하던 미국의 경기가 침체를 하기 시작한 데도 공급과잉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물론,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요…) 공급과잉으로 기업은 재고가 쌓이고 실적이 나빠지니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그럼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다시 구매의욕이 줄어들죠. 그럼 수요도 줄고 다시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쌓이고…

이러한 공급과잉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거죠.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 수요가 공급을 앞서면 문제는 바로 해결됩니다.

하지만 어디 새로운 시장이 그냥 만들어 지는 건가요?

이라크 전후 복구시장은 대략 1천억달러, 우리돈으로 130조원이다 되는 어마어마한 시장입니다. 미국처럼 정보수집능력이 뛰어난 나라에서 정말 후세인의 폭정이 문제였다면, 후세인만 잡아다 축출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온갖 무기를 다 써서 인위적으로 이라크를 쑥대밭을 만들었죠.

여기에 각종 건설업체가 뛰어들겁니다. 부시고 다시 짓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 공산주의라는 제도가 내부적인 결함으로 붕괴된 이후 유일하게 미국의 제품이 침투하지 못한 곳이 중동지역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라크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이라크가 눈의 가시일 수 밖에 없었겠죠.

이러한 이라크를 가장 미국의 자본주의가 잘 통하는 시장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게 미국의 속내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중동지역도 미국의 상품이 넘쳐 나고 미국의 팝송이나 헐리우드 영화가 판을 치는 시장을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야 그 동안 골치를 썩히던 공급과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이제 중동지역에 친도구를 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죠. 그래야 미국이 발전하고 세계경제도 덩달아 발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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