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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왜 VC는 투자하지 않는가!!

VC(Venture Capital 또는 Venture Capitalist)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조달해 주는 일을 주된 업으로 하는 회사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VC는 금융감독원에서 감독하는 여신전문금융업의 신기술금융부문과 중소기업청에서 감독하는 창업투자회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둘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같은 행태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VC들의 투자는 눈에 띌 정도로 줄어 들었죠.

“그렇지 않아도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으로 힘든 상황인데, 벤처기업을 육성 발전시켜야 할 VC들이 투자를 안하고 있으니 이거 너무 한 것 아니냐.”

요즘 주위에서 이런 불만 섞인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습니다. VC들이 너무 안정성만 따지는 게 아니냐며 빈축을 사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너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나중에 벤처가 뜰 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벤처투자라는 게 원래 위험도가 높은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벤처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럼 정말 대한민국 경제의 원동력인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VC들이 왜 최근 들어 벤처투자를 망설일 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정말 VC들이 자신들의 본분을 잊고 너무 보수적으로 투자를 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벤처투자시장(Private Equity Market)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Financing과 관계되는 대부분의 시장은 발행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발행시장은 돈이 필요한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찍어내어 투자를 받거나 돈을 빌리는 시장을 말하죠. 주식의 경우 신주를 발행하는 시장으로 우리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공모주 청약을 하는 것이죠.

유통시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주식이나 채권이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매매되는 시장을 말하죠. 유통시장은 굳이 설명 안 해도 잘아시겠죠? 우리들이 매일 들여 다 보는 주식시장 같은 것이 바로 유통시장이니까요.

그런데 발행시장은 유통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A사가 좋은 조건으로 1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해보죠. 이 회사는 실적이 좋은 회사라 B라는 투자자가 이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채권시장(채권의 유통시장)이 붕괴되어 채권가격은 폭락을 하고 아무도 채권거래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B 투자자는 다시 생각을 할 것입니다.

‘혹시 갑자기 급전이 필요로 하면 그 동안은 채권시장에 팔고 돈을 받으면 됐는데,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어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을 것 같아. 지금은 100억원의 돈을 함부로 투자할 때는 아닌 것 같군.’

따라서 A사의 100억원 짜리 채권발행 계획은 당연히 취소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유통시장의 활성화가 발행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이는 벤처기업의 투자에도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VC들이 처음으로 벤처기업들을 발굴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벤처투자시장(Private Equity Market)의 발행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이때 보통 VC들은 벤처기업의 신주를 인수하거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부채권(BW) 등을 인수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몇 억원씩 투자를 하지만 정작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VC들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코스닥시장에 벤처기업을 등록 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IPO(Initial Public Offering)이라고 하죠.) 일단 코스닥시장에 투자한 벤처기업이 등록되면 그 동안 투자한 주식을 팔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동안 벤처기업을 이용한 각종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코스닥시장 등록기준이 아주 엄격하게 변했죠. 게다가 코스닥시장 자체가 엄청난 폭락을 거듭하면서 어려운 난관을 뚫고 등록된 벤처기업도 등록하자 마자 주가가 좍좍 빠졌던 겁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다 보니,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2~3년을 어렵게 기다려 왔던 VC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거의 막혀 버린 거죠.

제가 담당하던 업체도 투자 후 2년이 지난 작년 4월경에 가까스로 IPO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Lock-up이 풀리고 주식을 팔 수 있는 기간이 되자 애초 투자한 가격에서 30%나 주가가 빠져 있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고 싶겠습니까? (벤처기업이 등록되더라도 VC들은 곧 바로 주식을 팔 수가 없죠. 주가 안정화 차원에서 보호예수기간(Lock-up)을 두어 투자한 후 투자기간에 따라 몇 개월간은 매매를 할 수가 없답니다.-당시에는 이 기간이 더욱 길었었죠.)

다시 말해 벤처투자시장에는 이렇다 할 유통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못하답니다. 그렇다 보니 벤처투자의 발행시장격인 VC의 투자시장도 침체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VC는 궁극적으로 벤처기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VC의 주주나 그들에게 투자할 돈을 대어준 투자조합 조합원들의 부를 증식 시켜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엔젤펀드에 돈을 넣었다고 하죠. 그런데 그 돈을 운용하는 VC가 뻔히 손해 볼 줄을 알면서 벤처기업의 발전을 위한답시고 마구 투자를 했다면 마냥 칭찬만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벤처업계는 찬바람을 넘어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VC들의 투자심리부터 해빙(解氷)이 되어야 할 듯한데요. 그러기 위해서 VC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코스닥시장의 부양 방안이나 등록 규제완화 등의 방법부터 논의되어야 겠죠. 아울러 VC들이 이미 투자한 회사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새로운 유통시장의 활성화나 앞으로의 투자를 증권화하여 이를 유동화시키는 방안 등, 많은 금융기법이 동원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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