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감자이야기 : 주주의 아픔

입력 2003-04-13 16:44 수정 2003-04-13 16:44





그런데 회사라는 것이 수익만 내는 게 아니죠. 시장을 잘 못 예측하거나 기술개발에 실패를 하거나 다른 경쟁자에게 뒤쳐지다 보면 큰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한 자본금 5억짜리 A회사 이야길 계속해보죠. 이 회사는 다음해 큰 손실을 봐서 적자(결손금)가 7억원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죠. 자본의 총금액(자본총계)이 총 8억5천만원 하던 회사가 7억원의 적자가 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A회사의 자본구조 : 자본(8억5천만원) = 자본금(5억원) + 자본잉여금(2억5천만원) + 이익잉여금(1억원)




일단 손실을 봤으니까 그 동안 벌어 놓은 이익 1억원이 날아 갑니다. 따라서 이익잉여금이 0원이 되겠죠. 그런 다음 남은 손실액 6억원은 우선 자본잉여금으로 들어 간 돈에서 빼줍니다. 그럼 자본잉여금 역시 0원이 되겠죠. 하지만 손실액은 3억5천만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럼 그 다음엔 어디서 빼줄지는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죠?




자본금에서 남은 손실액 부분만큼을 빼 주게 되는 거죠. 그럼 자본금은 1억5천만원이 남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자본잠식상태’ 라고 합니다. 회사가 너무 많은 손해를 봐서 모든 잉여금을 다 까먹고 자본금까지도 갉아 먹게 된 상태를 말하죠.




만약 손실이 추가로 2억원이 더 발생했다고 해보죠. 그럼 자본금 1억5천만원까지도 까 먹어버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천만원이 되겠죠. 이러한 무시무시한 상태까지 간 것을 우리는 ‘완전자본잠식상태’ 라고 하죠. 적자가 많이 나서 자본금을 완전하게 다 갉아 먹어버렸다는 거죠.




자 이런 그럼 다시 ‘자본잠식상태’로 돌아 가보죠. 이 정도 되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죠. 하지만 주주 뿐만 아닙니다. 설명의 편의상 부채 이야기는 안했지만… 이런 회사라면 모르긴 몰라도 부채 역시 엄청 많았을 테니 채권자들도 달달 볶아 대겠죠. 이럴 경우 회사가 살 수 있는 경우는 외부로부터 추가로 돈을 받아야 합니다. 즉, 죽어가는 환자에게 수혈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망가진 회사에 누가 돈을 넣겠습니까? 그래서 회사는 자본금을 줄여서 이 손실을 없애 버리는 거죠.




더러워진 항아리에 깨끗한 물을 넣어 봤자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항아리를 깨끗하게 씻어 낸 후 깨끗한 물을 넣어야 겠죠. 그와 마찬가지 입니다. 누적된 적자로 망가진 재무제표를 가지고는 누구에게도 투자를 받을 수 없답니다. 그래서 감자를 통해 누적적자를 없애고 깨끗해진 재무제표로 신규 투자를 받는 거죠.




물론, 청소를 하면 기존에 있던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피할 수 없답니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자본금 5억원의 A회사는 더 이상 회사 정상화의 방법을 찾지 못해, 감자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5대1의 감자를 했다고 해보죠.




감자는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니 감자 후 A회사의 자본금은 1억원(→ 5억원×1/5) 이 되는 거죠. 그럼 회사의 주식수는 엄청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감자는 액면금액을 줄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설명의 편의상 주식수를 줄이는 방법을 중심으로 설명 드리죠.)




그럼 A회사의 발행 주식수는 20,000주(→ 액면가5,000원×20,000주=1억원)로 줄어 듭니다. 자 이 말은 무얼 의미할까요? 이는 예전에 100주를 가지고 있던 주주의 경우, 졸지에 자신의 주식수가 20주로 줄어 든걸 의미합니다. 자신의 알토란 같은 돈으로 100주를 샀었는데 감자를 하고 보니 20주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럼 누가 화 안나겠습니까? 그래서 기존 주주는 감자를 하면 열 받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가 경영을 잘 못해서 이렇게 적자가 나고 감자가 된 것이니 경영자가 다 책임져라!!”


하며 고함을 지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엄연한 투자의 법칙이 있습니다. ‘투자자가 회사를 잘못 골라 투자를 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라고 해 버리면 사실 할 말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누가 이 회사 주식 사라고 했니?’ 라는 거죠…




이렇게 우여곡절과 주주의 아픔을 밟고 감자를 하게 되면 회사의 재무제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깨끗해 질까요? 그것도 한번 살펴보죠.




우선 자본금이 5억에서 1억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그럼 그 차액인 4억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를 가지고 회사의 적자를 줄여주게 됩니다. 앞서 설명대로 총 7억원이 적자 중에서 4억원을 빼 주게 되니까 남은 적자액(결손금)은 3억원이겠죠. 그럼 이 3억으로 처음부터 다시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익잉여금 1억 빼 주고 자본잉여금 2억원을 빼면 그것으로 결손금은 0원이 됩니다. 다시 말해 감자 후 자본금이 1억원이 된 A회사는 손실 7억원을 반영해도 자본금을 갉아 먹는 모습은 아니게 되므로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 나는 거죠.




다시 말해 비록 회사의 자본금 규모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난 깨끗한 모습이 되었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단지 아픈 사람을 이쁘게 꽃 단장 한 것 밖에 안되죠. 중요한 것은 새롭게 돈이 들어와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감자를 하고 나면 아무래도 새롭게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처음의 5억원짜리 회사일 때는 만약 새롭게 2억원을 투자(계산의 편의상 액면가 5,000원으로 투자한다고 해보죠.) 할 경우, 좀 망설여 집니다.




왜냐하면 신규투자자는 대부분이 그 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대신 지분율을 높여서 경영에 참여하고 싶어 할테니까요.




만약 신규로 2억원이 들어 온다면 신규투자자는 총 4만주(→4만주×5,000원=2억원)를 가질 수 있게 되겠죠. 그럼 원래 10만주에 4만주가 추가되니 28.6%(→ 4만주÷[기존10만주+신규4만주])의 지분밖에 가질 수 없겠죠. 물론, 재무제표 상에도 여전히 ‘자본잠식상태’이고요.




하지만 감자를 해서 1억원이 되었다면 ‘자본잠식상태’에서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지분율도 높아지게 되겠죠. 2억원이 4만주로 들어 오면 신규투자자가 가지게 될 지분율도 총 66.7%(→4만주÷[기존 2만주+신규 4만주])로 당연히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대주주가 되니까요.




그럼 기존 주주에게는 또 한번 충격이죠. 그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이 형편없이 줄어 들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감자를 하고 새롭게 돈이 들어와야 기업이 회생한다면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특히 채권자들은 기업이 회생이 되어서 다시 돈을 벌어야 빚을 갚을 테니 이를 적극 찬성하게 되겠죠.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본의 원리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되겠죠. 그래야 비운의 하이닉스 사태를 당하더라도 내가 얼마나 손해를 보게 되는 지 알 수 있을 거 아닙겠습니까?




예?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하니 머리 아프시다고요? 하지만 돈 벌기가 어디 쉬운 거겠습니까…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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