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비결, 네 따위가 뭔데!

입력 2014-01-23 22:04 수정 2014-01-23 22:20


새해를 앞두고 재미반, 호기심반 토정비결을 보았다. 괜히 들춰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구야, 올해부터 삼재(三災)란다. 좋은 말은 몇구절 찾아보기가 힘들다. 찜찜함을 뒤로 하고 순간 은근 부아가 치밀었다. ‘토정비결, 네 까짓게 나를 얼마나 안다구!’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싶어졌다.
1월에 마음이 편치 못하니 과욕을 금지하란다. 살면서 스트레스가 없지 않으니 어느정도 당연하겠지만 뭐 어쩌라구! 게다가 부릴 과욕은 없다.
2월은 건강, 관재수가 끼었단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몸이 쇠약해지는 건가? 그리고 난 
 법 잘 지키며 사는데 웬 관재수
3월은 큰 사고가 나니 집밖으로 나가서 하는 일을 하지 말란다. 이런 젠장, 주업이 강사인데 굶어 죽으라는 건가?
4월, 재물이 솔솔 빠져나가니 관리를 잘 하란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누구는 재물을 쌓아두고 있나. 씀씀이 또한 어느정도 정해 있거늘,
5월 ‘토(土)’자를 지낸 사람과 사귀지 말란다. 그럼 사람 만날 때 한자를 써보며 토(土)자가 있는지부터 살펴야 겠네
6월은 진퇴양난 이니 동쪽으로 가면 길하단다. 논리가 안맞다. 어느 쪽도 승산이 없는 상황에서 동쪽으로 가라니,
7월, 새로운 것을 벌이지 마라.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8월, 시비에 말리면 구설수에 오른다. 나참, 누구는 말리고 싶어 말리나?
9월에는 남들이 잘된다 하여 따라서 벌이지 말라고 한다. 내가 어린애인줄 아슈?
10월, 옛것을 지키면 안정을 찾게 된다. 변화의 시대 뭔소리여, 조상의 묘라도 찾아야 하나?
11월 친한친구에게 사기를 당할 수 있으나 박(朴)씨나 권(權)씨와 친분을 맺으면 길하다. 나원 참, 친한친구 박씨에게 이미 사기 당했는데 또 친분을 맺으라구?
12월에는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말고 잡으면 꾀하는 일마다 성공한단다. 웬만한 책 펼치면 한번쯤 나오는 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

올해 토정비결은 이런 넘(?)이다. 실컷 두들기고 패다가 뒷부분에가서 은근슬쩍 좋은말로 위로를 던지고 ‘주의를 기울이면......’, ‘매사에 신중하면’......., ‘과욕을 억제하면.......’ 액을 면하고 길할 수 있다는 등의 교묘한 가정법을 달아 조건부 희망을 준다. 이런 녀석에게 내 삶과 인생을 기대는 것 자체가 어리석거나 모순이다.
 
스마트 세상으로 펑펑 돌아가는 현실에도 이렇듯 주술과 명리가 난무한다.
나약한 인간의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한켠에는 순수한 동기에서 메마른 감성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항변도 숨어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 나의 토정비결은 좀 심했다. 아무리 인생의 참고사항이라고 하지만 올해 시작부터 운세가 트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정초부터 초상을 치르는 일이다.

  난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내 의지대로 열심히 또 한해를 살아가련다.

 
롯데인재개발원 자문교수
한양여자대학 외래교수
관세청 교육개편 실무위원회 자문위원
소상공인진흥공단 컨설턴트, 한국교통대학교 외래교수
자치발전연구원 칼럼니스트
아하러닝 연구소 대표 컨설턴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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