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경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

최근 들어 대미 달러 환율이 폭락을 하고 있습니다. 7월초까지만 해도 1달러에 1,2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보름사이에 1,170원대로 뚝 떨어 진거죠.

불안한 미국 경제전망에다 회계 부정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미국의 굴직한 회사들이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 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의 위신에 치명타를 입혔고 이는 바로 미국의 달러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치게 된 거죠.

우리가 흔히 `환율`(특히, 원/달러 환율)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표준이 되다시피하는 `미국의 달러화 1달러에 대해 우리나라 돈을 얼마만큼의 비율로 바꿀 수 있는가?`라는 다소 긴 물음을 한 단어로 표현한 거죠.

예를 들어 1달러를 1,200원으로 바꿀 수 있다면 환율은 1,200원입니다. 그런데 기존에 1달러에 1,200원으로 바꿀 수 있던 것이 이제는 1달러에 1,100원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면 이를 `환율 인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환율이 인하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돈 1,200원을 주고 1달러를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더 올라가서 (또는 미국 돈의 가치가 더 떨어져서) 1,100원만 줘도 1달러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흔히들 `환율인하`를 `원화 평가절상` 이라고도 한답니다.

아무튼 미국은 그 동안 마치 완벽한 회계감사 시스템으로 정말 투명한 경영을 해 오는 나라인척 하면서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 경제에 대해 “너희들의 회계제도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 순 사기꾼 같은 녀석들.” 하면서 무시를 해 왔는데 엔론 사태나 얼마전의 월드컴 사건 등으로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죠. 그러니 `미국도 못 믿겠다` 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 달러를 팔아 버리니 미국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IMF때가 생각이 나는 군요. 건국이래 최대의 난국이었던 그 당시 부도가 나서 해외에 매각대상으로 내놓은 기업에 대해 미국은 우리나라의 회계제도는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고 신빙성이 전혀 없으니 한국 회계법인에서 감사한 회계정보로는 매각대상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얼음장을 놓았죠.

따라서 해외에 기업을 매각하려면 미국식 회계제도에 따르고 미국 회계법인이 직접 회계감사를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별다른 초이스가 없었던 우리나라 정부나 채권단 은행은 어쩔 수 없이 미국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다시 받았죠. 물론,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죠. 그 때 미국 회계법인은 덕분에 장사 잘 했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새롭게 알려진 것이 AICPA였죠. 미국 공인회계사를 일컫는 말로서 특히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국민들, 너도 나도 이 AICPA 시험 봐야 출세한다며 한때 그 열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미국 공인회계사는 자격시험을 미국에서 보는데 한국인이라도 응시를 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미국 공인회계사 협회는 응시료 장사로 짭짤했을 겁니다.

이러한 미국의 자기네 방식의 회계감사 요구는 매각대상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태가 이정도 되니 무슨 우리나라를 호구로 알았는지 왠만한 기업이 해외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신용평가를 받으려고 하면 무조건 미국 회계법인이 회계 감사하고 싸인을 한 자료를 원했죠. 또한 기업 신용평가도 미국의 S&P나 무디스에서 하지 않으면 말발도 못세웠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 언론도 덩달아 뛰었죠. “그래 미국은 이렇게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기업 회계감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한참 멀었다… 이제부터 세계의 기준은 미국이다. 미국식으로 하자!!!” 뭐 이런 논조의 기사들이 신문이고 방송에 가득했죠.

저도 믿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미국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잘 할 것이라고, 나라에서도 그렇다고 하고, 언론에서도 그렇다고 하니 정말 믿었죠.

그런데 이게 뭡니까? 자기네 들도 순전히 분식회계로 부정을 저지르며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은폐하면서 우리보고 그 동안 똑바로 하라고 손가락질 한 것 아닙니까? 물론, 우리도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은 옳은 말입니다만, 저는 그 동안 바보같이 회계감사 부정을 저지른 미국 회계법인에게 있는 돈 없는 돈 다 지불해가며 머리 숙인 것이 정말 억울한 거죠.

미국 국민들이나 경제 관계자들도 이번 미국 기업의 회계감사 부정사건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뉴욕타임스지는 `투자의 상실(Loss of Investment)` , `신념의 상실(Loss of Faith)`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미국 주식장의 폭락과 미국 달러가치 폭락을 우려했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아무튼 세계경제 최강자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환율은 계속 급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해서 원화가치가 오른 게 아니라, 미국의 경제 불안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 평가절상이 된 것이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심각합니다.

우선 미국 증시폭락으로 국내 증시도 휘청거립니다. 특히 수출 중심 기업들의 타격이 큽니다. 원래 1달러 어치 팔면 1,200원이 되어 돌아오던 게 이제는 1,170원 밖에 안 돌아오니 타격이 안 클 수가 없죠.

무더운 여름 우리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미국 정말 대~단한 나랍니다.

증권회사에서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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