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신용과 대주(貸株): 왜 깡통을 차려고 하세요?

입력 2002-05-24 17:35 수정 2002-05-24 17:35
한창 주가가 폭락하던 2000년 말경 제 후배가 이런 말을 하던 게 기억나군요.




"형 옛날 처럼 주가가 막 오를 때는 간혹 돈 없이도 매수했다가 3일전에 높은 가격에 다시 팔아서 돈 한푼 안들이고도 짭짤하게 먹곤 했는데 요즘은 영 꽝이야…"




맞습니다. 대세 상승기에는 주가가 자고 나면 오르니까 이런 거래가 가능하겠죠. 하지만 언제나 단타매매가 돈을 벌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이러한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은 주식거래의 특징 때문이죠. 증권회사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을 시키면 자신이 원하는 주식을 살 수 있죠. 하지만 주식은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주문을 내어 계약이 체결되면 그날로부터 3일째 되는 날에 현금과 주식을 교환하게 됩니다.




그 후배는 이 3일이라는 기간을 이용해 장난을 좀 친 것이죠. 매수 계약을 체결하면 3일 후에 현금을 지불하면 되지만 일단 주식을 매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현금을 지불하고 주식을 받기 전에 다시 팔 수가 있는 거죠.




따라서 자신의 계좌에 현금외에 주식같은 유가증권이 어느 정도 있다면 일정 한도내에서는 현금없이도 매수 주문을 할 수 있죠. 따라서 100원에 주식을 사서 현금을 지불하는 3일 전에 110원에 주식을 팔면 돈 한푼 안들이고 10원을 버는 거죠. 참 좋은 것 같죠?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셔야 하는 거죠.




물론, 증권회사의 모든 거래가 3일째 결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공채나 회사채 등 채권을 거래할 때는 당일에 결재를 해야 하죠. 이렇듯 증권회사에서 3일째 결제를 하는 거래를 `보통거래`라고 하며 당일 결재가 되는 거래를 `당일결재거래`라고 합니다.




주식과 같은 `보통거래`를 하는 증권은 다시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먼저 `실물거래`가 있고 그 다음 방법으로 `신용거래`가 있습니다.




증권 거래계좌에 현금을 입금시키고 주식 매매를 하든 매수 주문을 먼저 내고 3일째 되는 날 현금을 입금시키든 결국 결재가 자기 돈으로 일어나는 게 ‘실물거래’입니다. 아무리 주가가 빠지더라도 분수를 지키고 이러한 실물거래만 한다면 깡통을 차는 일은 거의 없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최소한의 자본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죠. 그래서 ‘신용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거 잘못하면 인생 종칩니다.




신용거래에는 주가가 올라 갈 것이라 믿고 증권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신용매수’와 반대로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 믿고 증권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그 주식을 파는 ‘대주(貸株)’라는 것이 있습니다.




‘신용매수’인 경우 증권회사에 가서 신용거래 계좌를 개설하면 됩니다. 물론, 돈을 빌리는 것이므로 위탁보증금이라고 해서 일정 정도의 돈을 담보로 증권회사에 맡겨야 되며 이자도 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신용으로 주식을 매수할 경우 나중에 이자를 제하고도 남을 정도로 주가가 올라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거죠. 그렇다고 무한정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증권회사마다 약간식 다르지만 대부분이 90일 이내에 신용거래로 빌린 돈을 갚아야 합니다. 그럼 주가가 신용으로 매수를 한 다음 계속 빠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90일이 되기 전에 어디선가 또 돈을 빌려다 메워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메워 넣을 돈이 없다면 증권회사는 90일이 지난 그 다음날 임의로 그 주식을 팔아 버리고 빌린 액수와 이자만큼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을 하여 주식을 팔고서도 빌린 액수을 갚을 수 없다면 바로 `깡통`신세가 되는 거죠.




‘대주(貸株)’는 반대의 경우죠. 예를 들어, 주가가 현재 100원인데 앞으로 계속 내려 갈 것이라고 예상되면 증권회사에서 그 주식을 10주 정도 빌립니다. 이를 대주라 하죠. 그리고 90일 이내에 증권회사에 같은 주식 10주를 갚아 주면 되는 거죠. 이렇게 빌린 10주를 주식시장에다 내다 팝니다. 그럼 `100원×10주`이므로 1,000원을 먹습니다. 물론, 이 돈을 우선은 증권회사가 보관합니다. 주식 안 갚고 달아 나면 안되니까…그리고 90일 내에 주가가 정말 예상한 대로 폭락하여 40원이 되었다고 하죠. 그럼 주식시장에다 400원을 주고 같은 주식 10주를 사는거죠. 그 주식을 증권회사에 다시 갚고 1,000원을 찾아 가면 됩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이자도 함께 받아갑니다. 그럼 대주를 한 사람은 적어도 600원(1,000원 - 400원)은 먹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대주도 만약 예측이 잘못되어 100원하던 주식이 200원으로 폭등하면 바로 망하는 거죠. 90일내 2,000원에 주식을 사서 갚고 1,000원을 받아 가야 되니 말이죠. 이러한 대주는 이론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매수나 매도 어느 한쪽으로 거래가 몰리는 현상을 보완해 주고 주식의 유동성을 높여 공정한 주가형성에 이바지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작전세력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고 또한 대주를 이용한 대형금융사고 등의 여파로 인해 증권회사 들은 일반 개인들에게 대주를 거의 안 해줍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여러가지 방법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가 있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안분지족하는 자세로 주식투자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주식시장이 뜰 때 신용거래가 상당히 현명한 방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같은 개미들은 정보나 투자 테크닉 등 여러면에서 전문투자가들인 기관과 외국인들을 당해 내지 못합니다. 즉, 같은 시장에 참여해도 위험(Risk)에 더 많이 노출 되어 있다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거래는 자칫 패망의 지름길로 접어드는 안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라는 게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좀더 모험정신을 가지고 리스크를 Take하면서 행하는 재테크라고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신용거래를 해가며 능력이상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성실한 자세로 임할 때, 주식투자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안겨 줄 것입니다. 비록 그게 돈이 아닐지라도 인생에서 좋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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