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대폭락!! 미국發 세계불황, 세계증시 강타!!’




예나 지금이나 세계 경제의 위기가 찾아 올 때마다 신문의 경제면에는 이러한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뉴욕증권거래소의 브로커들이 머리를 쥐어 뜯으며 허탈해 하는 표정을 담은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실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극적인 장면이 찍힌 사진을 보면 ‘정말 경제위기인가 보다!’ 하는 무언의 위기감과 허탈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문사에서 세계 경제의 위기감을 한눈으로 보여 주기 위해 전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뉴욕 증권거래소의 혼란상황을 한 컷의 사진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러한 주식에 못지않게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 재테크 상품이 있는데 그게 바로 `선물계약(Futures Contracts)`이라는 거죠. 미국의 경우 주식은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 를 중심으로 거래가 되지만 이 선물계약은 시카고 선물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 CBOT)를 중심으로 거래가 된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신문사에서는 주식을 거래하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사진은 잘도 이용하면서 왜 한번도 시카고 거래소의 사진은 이용하지 않을까요? 시카고가 뉴욕보다 작은 도시라서 그럴까요? 아님 뉴욕에서 사진을 찍으면 뭐 세금을 할인해 주든가하는 더 편리한 그 무언가가 있어서 그럴까요?




물론, 그런 터무니 없는 무언가가 있을 리는 없겠죠. 정답은 신문사 사진 기자들이 아무리 극적인 사진을 시카고에서 찍어 보려고 해도 극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경제 위기나 급락을 표현하기 위해선 거래소의 모든 사람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하고 반대로 경제 급상승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모든 사람이 환희에 찬 표정을 지어야 그걸 사진으로 찍을 게 아닙니까? 그런데 시카고의 거래소에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옆에는 항상 환희에 찬 사람이 있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이는 선물계약거래가 본질적으로 주식거래와는 다른데서 기인하는 것이죠.




앞에서도 몇 차례 소개했듯이 선물계약(Futures Contract)이란 금융상품의 일종으로서 미래의 일정한 시점(결제일)에 일정량의 특정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선물가격)으로 사거나 팔기로 약속한 계약을 말하는 것이죠.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이상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어 거래를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 계약은 언제나 미래에 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대로 값이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타나야 거래가 형성된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주가지수 선물을 예로 들어 보죠. A라는 사람이 미래의 일정시점에 주가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현재 선물계약을 매수(Long Position)하기로 한다면, 반드시 이를 매도(Short Position)하려고 하는 B라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B 역시 미래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선물계약을 매도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래에 주가지수가 떨어져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선물계약 매도를 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죠.




즉, 하나의 선물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는 것은, A는 주가지수가 오를 것으로 예상을 해서 매수하기로 한 것이고 B는 반대로 주가지수가 내릴 것으로 예상해서 매도하기로 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따라서, 미래의 일정시점에 가서 주가지수가 올랐다면 A는 자신의 예상이 맞아 떨어져 이익을 보게 되고, B는 예상이 빗나가 손실을 보게 되는 거죠.




주식거래도 매수자와 매도자간에는 경기 상황이나 개별 종목에 대한 향후 전망의 차이로 인해 사고 팔고가 계속 진행되지만 경기가 좋아져 주식시장이 활황세로 이어지면 누가 조금 먹고 누가 많이 먹느냐의 문제이지 전체적인 주식의 가치나 투자자들의 부(Wealth)는 커지게 되죠. 또한 주가가 떨어질 때도 적게 잃고 많이 잃느냐의 문제일 뿐 전체적인 주식가치나 부(Wealth)는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즉, 상황변화에 따라 함께 웃고 함께 울게 된다는 거죠.




이쯤 되면 왜 선물거래가 일어나는 시카고 선물시장에서는 경제상황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경기 침체로 주가든 환율이든 곤두박질 쳐서 매수(Long Position) 거래를 한 사람이 울상을 짓더라도 그 옆에선 매도(Short Position) 거래를 한 사람이 활짝 웃고 있으니 경제위기의 극적인 장면을 전달해야 하는 사진 기자로서는 모든 사람이 울고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로 달려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이렇듯 같은 상황에서도 따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이 있는 걸 `제로섬게임(Zero sum game)` 이라고 합니다. `남의 불행은 곧 자신의 행복`이라는 아주 무서운 논리가 바로 이 제로섬게임이며 선물계약인 것입니다. 이런 계약이 금융상품으로 활발히 거래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자본주의의 냉혹한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고 가끔은 등골이 오싹해 질 때도 있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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