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경 9월7일자에 이런 신문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금명간 대만의 캔두사와 LCD분사 회사인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HYDIS)매각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금은 총 7억달러안팎이며 4억달러가량의 현금이 우선 입금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략)




하이닉스는 LCD사업 부문 매각으로 4억달러 안팎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해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후략)




하이닉스반도체가 가지고 있는 LCD사업관련 공장이나 기계설비, 기타 자산들을 팔고 현금을 받았다는 이야기죠. 아무래도 하이닉스반도체가 채권단에게 진 빚을 갚기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공장이나 기계설비 등을 팔아야 했나 봅니다. 아무쪼록 하이닉스반도체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풀리길 바랍니다.




암 튼 오늘은 이 기사내용 중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말에 대해 좀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유동성이란 단어는 심심찮게 접하는 단어입니다.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그럼 이 유동성이란 말은 과연 무슨 뜻일 까요? 한자로는 流動性이라고 쓰죠. 뭔가 흘러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이죠. 그럼 기업이 이곳 저곳 잘 흘러서 움직인다는 의미일가요?




TV에서 근대사를 다룬 시대극을 보면 간혹 전당포라는 게 나오죠. 먹을 게 없어 울먹이는 애들을 위해 또는 자식의 학비를 대지 못해서 어머니는 몇 대째 물려 내려온 금비녀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받죠. 물론, 그 표정은 상당히 어둡습니다. 자신의 귀중한 물건을 선뜻 남에게 맡기는 것도 그렇지만, 가격으로 따지자면 50냥이 족히 넘는 그 금비녀를 10냥밖에 쳐주지 않는 전당포 주인이 야속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당장 쓸 돈이 없으니…




이렇듯 전당포간 그 어머니는 지금 유동성 위기에 빠져서 어쩔 수 없이 금비녀를 맡기고 유동성 확보를 한 것이죠. 물론, 큰 이변이 없는 한 돈을 갚고 금비녀를 다시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죠.




’유동성’이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현금’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이닉스반도체처럼 아무리 큰 공장을 가지고 있거나 시대극의 어머니처럼 금비녀를 가지고 있다 해도 당장 현금이 없으면 빚도 못 갚고 자식 학비도 대지 못하죠. 그래서 유동성(≒현금) 위기에 빠진 것이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팔아 유동성(≒현금) 확보에 나선 거죠.




그리고 우리는 흔히들 어떤 자산은 ‘유동성이 높다’, 어떤 자산은 ‘유동성이 낮다’ 이런 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때 ‘유동성이 높다, 낮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물건(=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가 높으냐 낮으냐’하는 것을 의미하죠.




예를 들어 현금은 유동성이 제일 높은 자산이죠. 현금을 현금으로 바꾸는 데는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수표나 어음 등도 유동성이 상당히 높죠. 몇 가지 조건만 갖춘다면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토지나 건물 등은 그리 유동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잘 팔리지 않을 뿐더러 특히 급하게 팔려고 하면 손해도 많이 봐 야죠. 현금이 급하게 필요해 10억짜리 토지를 내 놓았는데 9억에 팔렸다는 식의 이야기를 주위에서 흔히들 들을 수 있지않습니까. 그만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가 낮은 거죠.




자!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현금이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물건의 가치를 현금으로 표현하죠. 그런데 막상 그 물건들을 원하는 시점에 현금으로 바꾸려 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면 참 난감하겠죠. 그래서 유동성이란 개념이 나왔고, 기업이나 개인이나 가능하면 일정부분은 유동성이 높은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유동성 관리 개념이 나왔죠.




앞의 예에서처럼 시대극의 그 어머니가 50냥짜리 금비녀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한 30냥 짜리 금비녀와 20냥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렇게 어려울 때 굳이 금비녀를 10냥 받고 맡기면서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쓸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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