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와 어음] 외상거래 노트를 대신해서 생긴 게 “어음”이란 거죠.

입력 2001-06-27 13:14 수정 2001-06-27 13:14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은 대부분이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 거죠.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모습이지만 옛날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 앞의 가게에서 아주머니들이 저녁 찬거리를 살 때,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한 에 ‘돼지아줌마 시금치 100원’ 이렇게 적어 가며 외상거래를 하던 게 일반적인 상거래였습니다.




어음이란 이렇게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 를 좀더 믿을 수 있도록 공식화 시킨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가 제품을 만들 때 여러 협력업체에서 생산하는 부품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부품을 협력업체에 의뢰하여 구입을 하게 되면 당연히, 부품 대금을 지불해야 하겠죠. 하지만, 그 제조업체도 구입한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제조업체는 그 기간 동안 이자를 물어가며 은행에서 돈을 꾸어서 협력업체에 돈을 주길 꺼려 하겠지요. 그래서 외상거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돈을 주겠다고 구두로만 약속을 할 순 없겠죠. 명색이 비즈니슨데…




그래서 종이 쪼가리에다 부품대금과 거래발생일 그리고 돈 갚을 날짜 그 다음에 ‘아무개 회사 대표이사 누구누구’하고 도장을 쾅 찍어 협력업체에 주는 거죠.




어음용지는 문방구에도 팔고 있습니다. 이를 ‘문방구 어음’이라고도 하지요. 이 어음 용지에다 위에서 말씀 드린 필요사항을 기재하여 부품업체에 줘도 상관이 없다는 거지요. 돈 갚을 날짜에 정확한 돈만 주면 만사 OK니깐요. 하지만 이런 ‘문방구 어음’은 잘 사용하지 않지요.




왜냐구요? 불안하니까!




협력업체는 돈 갚을 날 제조업체에 가서 직접 돈 받아야 하고, 만약 돈 안 갚고 튀어 버릴 때 마땅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도 없으니깐요.




그래서 우리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은행”이 중간에 또 끼게 되죠.




전에 설명 드렸듯이 기업이 당좌예금에 가입하면 수표용지 뿐만 아니라 어음용지도 줍니다. 그래서 상거래에서 대금 지급 시 이 어음 용지에 금액과 만기 등 필수 사항을 기재하여 지불을 하게 되면 그 어음을 받은 쪽에서는 만기일에 직접 돈 받으러 해당 기업에 갈 필요가 없는 거죠. 이를 가까운 은행 지점에 가서 제시를 하면 어음에 적힌 금액만큼 돈을 내어 주는 겁니다. 어때요 ‘문방구 어음’보다 간편하죠.




물론, 부품을 구입했던 제조업체의 당좌예금에 돈이 있어야 하겠죠. 만약에 돈이 없으면… 부도가 나는 거죠.




사실 돈 줄 者가 돈 떼어 먹겠다는 데, 은행에서 내어준 어음용지를 사용했다고 해서 무슨 대수가 있겠습니까?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수 밖에는…




하지만, ‘문방구 어음’과 다른 점은 은행이 이러한 불량한 회사를 바로 부도를 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그 회사는 더 이상 대출도 못 받고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기가 힘들겠죠. 그러니, 만기일 되서 돈 주기 아깝다고 돈을 주지 않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즉, 기업의 외상거래에 있어서 간접적으로 규제를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쯤 되면 빠르신 분들은 이 어음이 수표와 다르다는 걸 눈치 채셨을 겁니다.




먼저, 당좌수표는 발행하는 즉시 돈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들고 바로 은행에 가도 돈을 내어 주니까요. (발행기업의 당좌예금에 돈이 있는 한…)




하지만 어음은 발행한 당일 날 은행에 들고 가도 그 금액만큼 절대로 돈으로 바꿔 주지 않습니다. 돈으로 바꿔주는 대신 은행에서는 “만기일 날 다시 들고 오시죠?” 라고 하거나 “만기일까지 못 기다리시겠다면 할인을 해 드릴께요.”라고 할 겁니다.




또한,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은행의 수표용지와 어음용지는 생김새에서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제목이 다르겠죠. 어음에는 “약속어음”이라고 적혀 있죠. 그리고 당좌수표와는 달리 발행일뿐만 아니라 만기일을 적는 란이 더 있고요.


그리고 “만기가 되면 이 어음에 적힌 금액을 발행인(앞에서 나온 큰 제조업체처럼 외상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어음에 이름 적고 도장 찍은 사람)의 당좌 예금에서 빼내서 아무개에게 주시오”하는 뜻으로 그 돈을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는 란이 하나 더 있는 거죠.




여하튼 이 어음이란 상거래에 있어서 외상으로 주고 받을 때 없어서는 안될 제도였습니다. 이왕 외상으로 거래할 거면 그래도 은행에서 만든 어음용지로 발행한 어음 한 장을 받아야 안심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어음제도는 폐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큰 기업과 그 협력업체 사이에는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하므로,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부품 대금도 거의 다 어음으로 지불해 버리면 당장 월급도 줘야 하고 기타 자금이 현금으로 필요한 협력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일 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최근에는 어음의 위,변조 및 관리의 문제 등을 이유로 대기업에서는 실물 어음 사용을 자제하고 외상거래 시 매출채권, 매입채무 등의 이름을 붙여 전산상으로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협력업체에서 꼭 할인이 필요한 경우, 필요한 금액 만큼 어음을 발행해 주는 방식을 쓰죠.




아무래도 매번 외상거래마다 어음을 발행해서 도장 찍고 어쩌구 하기가 번거러우니까요.




이쯤 되면 아마 여러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기겠죠.




“그럼 어음은 반드시 외상거래와 관련되어 사용하는 거냐? CP가 기업어음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외상거래와 관계 있는 거냐?”




물론, 아니죠. 그래서 다음에는 어음의 종류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할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이 어음이란 게 할인이 없다면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걸랑요…




그럼 다음에…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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