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은행은 대한차로부터 받은 20억 짜리 기한부어음과 선적서류를 미국은행에게 보낸답니다. 그러면 미국은행은 이 기한부어음에다 “Accepted”라는 스탬프를 쾅 찍게 됩니다. 이 순간에 오늘의 주제인 은행인수어음(bankers acceptance: BA)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자 이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 되네요.




대한차는 이미 물건을 보내고 돈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60일 후 자동차를 받게 될 오토카는 신용장에 의거해 2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하겠죠. 그러면 그 20억 달러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요? 물론, 현재로서는 대한차에게 미리 돈을 내어준 대한은행에게 주면 되겠죠.




그런데 대한은행도 60일까지 기다리기는 싫은 거죠. 원래 금융기관치고 돈이 묶여 있는걸 좋아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거든요. 그 동안이라도 돈을 돌려야 돈이 벌리는 거니까요. 그래서 돈은 돌아야 제 맛이라고 하잖습니까.




그러므로 미국은행에서 BA가 만들어 지는 시점에서 선적서류와 기한부어음을 넘겨주는 대가로 20억 달러에서 일부금액을 할인하여 받아 갑니다. 즉, 대한은행도 대한차에 내어 주었던 목돈의 자금부담을 덜어 버리는 거죠.




이렇게 되면 권한은 미국은행에게 돌아 가지요. 미국은행이 이제 60일 후 오토카로부터 자동차거래대금 20억 달러만 받으면 계산은 끝나게 되죠.




특히, 미국은행은 대한은행으로부터 받은 선적서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토카는 아무리 배가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이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않으면 물건을 찾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토카는 60일 후 자동차 대금 20억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약속어음(promissory Note)을 미국은행에 제시하고 선적서류를 받아가는 거죠.




그런데 미국은행도 금융기관이죠. 아무리 오토카로부터 약속어음을 받아 두었다고 해도 60일까지 20억 달러가 묶이도록 가만 있지는 않겠죠.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금융기관은 돈을 돌리는 게 체질이니까요. 그래서 이 BA라는 걸 금융시장에 내다 파는 겁니다.


돈은 많은데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투자자들은 20억 달러(물론, 엄격히 말하면 만기까지의 이자금액을 빼고 할인한 금액이겠지만…)를 미국은행에게 주고 이 BA를 사는 겁니다. 이미 BA가 된 이상 이는 은행이 보증한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므로 누구나 미국은행의 신용도를 보고 사고 팔 수 가 있는 거죠.




이렇게 해서 최초에 자동차 무역거래에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는 자신의 목적을 `해피`하게 달성한 거죠.




대한차는 미국은행과 대한은행을 통해 오토카의 신용장을 받았고, 이에 안심한 대한차는 자동차를 선적하고 선적서류, 기한부어음 등을 내어주는 대가로 대한은행에게 자동차 대금을 받았고, 다시 대한은행은 미국은행에게 선적서류 등을 넘겨주며 이 대금을 받았죠. 또한 미국은행은 우선, 오토카에다 약속어음을 받고 선적서류를 내어주고, 오토카는 이 선적서류를 가지고 자동차를 항구에서 찾아서 열심히 팔아서 돈을 벌게 되겠죠. 마지막으로 미국은행은 기한부어음에다 자신의 신용도를 담보로 "인수(Accepted)"라는 스탬프를 쾅 찍어서 이를 자동차 무역과 아무 관계없는 돈 많은 투자자에게 팔아서 대한은행에 미리 내어준 금액을 받게 되는 거죠.




그리고 60일이 되면 BA의 생명이 끝나면서 모든 거래는 완전히 종료가 됩니다.




우선 미국은행은 오토카의 약속어음을 제시하여 오토카로부터 20억 달러를 받아 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BA에 투자했던 투자자로부터 만기가 되었으니, 20억 달러를 내어놓으라는 요청을 받게 될 테니 그때 이 돈을 주면 Deal Done!!




여기서 우리는 금융이란 게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 첫째는 무역에 있어서, 수출업자나 수입업자가 해결할 수 없는 신용도를 은행이 도와줘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죠. 신용장이 없으면 누가 믿고 물건을 해외로 실어 보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둘째로는 수입업자가 금방 지급하기 힘든 거액의 거래대금을 은행이 중간에서 지원해 준다는 거죠. 물론, 그 자금을 은행이 모두 부담하진 않죠. 일반기업의 어음을 BA로 둔갑시켜 투자자에게서 조달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 무역거래에서 만기가 되면 수입업자가 거래대금으로 지불하고, 이를 신용도가 좋은 은행이 보증해 주는 BA를 탄생시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은행이 일반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CD를 발행하는 건 이미 아시는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이 BA는 그러한 은행이 보증을 해주는데다, 실제 무역거래와 관련되어 수입업자의 대금 지급의무까지도 있으므로 이중장치가 되어 있는 금융상품 이죠.


따라서 일반적으로 CD보다 금리가 좀 낮게 형성됩니다. 아무래도 BA가 CD보다 안전하고 투자자들이 선호하니 금리는 좀 낮더라도 거래가 되나 봅니다. 금융의 기본상식 인 "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순간입니다.




여러분은 이 글을 통해 자본주의에서 금융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지와 은행의 신용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음 합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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