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만 살아 움직이냐? 채권도 살아 움직인다!

입력 2001-02-24 15:08 수정 2001-02-24 15:08
일전에 신탁상품을 설명하면서 채권 시가평가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채권을 평가할 때 시장 가격으로 평가를 한다는 말이죠.




그럼 이 제도가 실시 되기 전에는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작년 7월 1일부터 채권에 대한 시가 평가제가 실시 되었답니다. 이는 신탁상품인 수익증권, 펀드에 편입(☞ 신탁상품을 구성할 때 투신사 등에서 상품의 특성에 맞게 적당한 비율로 주식이나 채권을 구매하는데 이를 “편입”이라고 합니다.) 되어 있는 채권의 가격을 평가할 때, 옛날에 그 채권을 매수한 가격인 “장부가격”으로 평가하던 것을 앞으로는 마치 주식처럼 그날 그날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렇게 평가하는 게 도대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하고 물으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물론, 상당한 상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투신사 운용역 들이 채권을 구매해서 편입시키면 그때부터 만기일 까지 채권을 계속 보관하다가 만기가 지나면 발행한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서 수익증권에 가입한 고객에게 나누어 주면 되었습니다. 이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 였죠.




이를 위해 채권의 발행에 대해 잠깐 설명 할께요. 원래, 발행회사는 이자도 지급하지만 발행당시에 채권을 원금보다 좀더 싸게 시중에 팔게 됩니다. 이는 시중의 채권 금리와 이자로 지급하게 될 이자율 (coupon rate) 및 발행 회사의 신용평가 등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할인하여 발행하는 것이죠.




즉, 3년 후 만기가 되면 100억원을 주며 월 8%(coupon rate 8%)의 이자를 준다는 채권을 현재 팔 때는 100억원 다 받고 파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99억원 정도 받고 파는 식인 거죠. 왜냐구요? 누가 3년 후에 100억 받을 채권을 지금 100억 고스란히 다 주고 사겠습니까?




만약 위의 조건의 채권을 투신사 운용역이 99억원을 주고 펀드에 편입했다면 이게 장부가격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100억이 되는 만기 3년 까지 안분하여 일정하게 가치를 증가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겠죠. 이를 장부가격 평가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운용역 들이 굳이 구매한 채권을 사고 팔고 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냥 놔두면 평가방식에 따라 3년 동안 가치가 조금씩 증가 하니깐요. 물론,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망하지 않아야 겠지만…




다시 말해, 발행 기업의 상태나 시장의 여러 위험요인에 의해 그 채권의 시장가격이 아무리 떨어진다 해도 평가는 여전히 99억에서 100억을 향해 증가하게 되었던 거죠.




마치 삼성전자 주식을 20만원에 매수했는데, 지금 시장에서 18만원 밖에 안되어도 “내가 팔지 않는 한 20만원이야” 하고 자위하는 우스꽝스러운 행태와 마찬가지인 셈이죠.


그러니 주식과 달리 채권에 많은 투자를 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이 이러한 신탁상품을 저축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해온 것도 나름대로 이해가 가는 겁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죠. “장부가격 평가제”가 아닌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되게 된 것입니다요.




지금 현재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시장의 채권가격을 펀드 평가 시 반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거죠. 주식이나 채권이나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상품인데, 여태껏 주식은 살아 움직이는 걸 인정하면서 채권은 이를 외면해 왔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죠.






“그럼 채권시가 평가제가 실시된 것은 이해가 되는데, 이건 또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고 물으시는 분이 계시겠죠.




물론, 상관이 많이 있습니다.




원래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채권의 금리와 가격의 ‘반비례 법칙’이라고 나 할까? 뭐 그런 겁니다.




이것도 당연한 결과죠. 채권이라는 게 원래 한번 구매하면 발행 당시 약속했던 금리대로 만기까지 계속해서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죠. 그런데, 시중의 금리가 자꾸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그 채권의 이자가 더 커지겠지요. 따라서 너도 나도 그 채권을 사려고 하니 채권가격은 올라가죠. 반대로 시중의 금리가 자꾸 올라가서 발행 당시 약속했던 금리보다 올라가면 너도 나도 그 채권을 팔아 다른데 투자하려 하겠죠. 따라서 그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는 겁니다.




금리가 변동하여 채권의 가격이 이렇듯 오르락 내리락 하고 또 이러한 변동을 평가하여 펀드에 반영시킨다면, 제가 만약 투신사 운용역이라 해도 만기까지 보유하는 바보 짓은 안 하겠죠. 따라서 마치 주식투자 와 같이 투신사 운용역은 채권투자를 함에 있어 만기까지 보유하는 단순한 전략을 탈피하여 다양한 채권투자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도 자산운용기법이 발전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기법을 잘 구사하는 운용역은 주식의 펀드매니저 처럼 많이 알려질 것이고 보다 높은 수익을 실현하는 운용역이 있는 투신사로 고객 들은 돈을 몰아 주겠죠.




이렇듯 채권시가평가제가 정착되면 펀드가 단순한 저축상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투자상품으로써의 본연의 모습을 찾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위험도 도사리고 있죠. 금리가 폭등하면 채권가격이 폭락하여 펀드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 질 수 도 있고, 원금까지 손실을 볼 수 도 있겠죠. 투신사 운용역 들이 전문가이니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안전장치(☞ 이를 금융용어로 ‘리스크 헷징(Risk Hedging)’)를 하겠지만, 이것도 어느 투신사가 잘 하는지에 따라 고객들의 자금 움직임에 영향을 주겠죠.




아무튼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장원리를 따른다는 원칙적인 합리성이나, 우리나라 채권시장 및 크게는 자산운용의 질을 한층 높인다는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채권시가평가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제는 어느 투신사가 잘하는 투신사인 지 고객들이 한눈에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 더 이상 베일에 가려있는 펀드가 아닌 투명한 펀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도 기대할 만 합니다.




이를 위해 최근 펀드 등을 평가하는 여러 기관과 인터넷 사이트가 나온 것도 필연적인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투자자 들도 좀더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수익증권, 펀드 등의 신탁상품은 더 이상 저축상품이 아니라 투자자가 신중하게 판단하여 가입하는 투자상품 입니다.













물론, 작년 7월1일부터 모든 펀드에 대해 채권시가평가제가 적용된 것은 아닙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98년11월14일 이전에 설정된 펀드는 기존평가 방법인 ‘장부가 평가’를 계속 적용합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판매가 금지되므로 만기가 되는대로 하나 둘씩 자연 소멸이 되겠죠. 따라서 이런 신탁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기존의 평가 방법이 계속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2. 개인연금 등 매번 일정금액을 입금하는 방식(☞ 이를 ‘적립식’이라 합니다. 또한, 한번에 왕창 돈을 넣어 두는 것을 ‘거치식’이라 하죠.)의 상품인 경우 기존 판매분은 기존의 ‘장부가’로 2000년 7월 1일 이후의 신규 자금 유입분에 대해서는 ‘시가평가’가 적용됩니다.




3. 물론, `98년 11월 15일 이후에 설정된 펀드는 당연히 ‘시가평가’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4. 아 참! 초단기 신탁상품으로 유명한 MMF(Money Market Fund)는 시기에 상관없이 ‘시가평가’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장부가’로 평가하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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