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항상 따라다니는 두 가지 위험

입력 2000-11-30 13:33 수정 2000-11-30 13:33







안녕하십니까? 아 요즈음 안녕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요? 맞습니다. 정현준게이트에 열린금고까지 이래저래 뒤숭숭합니다. 그려..


이 모든 게 금융하고 관계가 있죠. 역시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이란 게 인체의 피와 같습니다. 이게 부드럽고 시원시원하게 흘러야지 어느 한곳으로 몰린다든지, 가서는 안될 곳에 억지로 간다든지 하면 큰 병이 나게 되고 심하면 죽게 되는 거죠.




암 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돈과 그에 따른 위험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금융기관의 가장 근본적인 생리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경제재가 그렇듯 돈에도 가격이 있죠. 그게 바로 이자입니다. 이것을 비율로 나타낸 게 이자율이죠. 즉, 금리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단기로 빌리는 금리보다 장기로 빌리는 금리가 더 높죠. d까요. 그야 여러분들도 누가 오늘 돈을 빌려 내일 갚는다면 선뜻 빌려 주겠지만, 1년 후에 갚는다면 잘 안 빌려 주겠죠. 굳이 빌리겠다면 이자를 더 받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보통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높게 되지요.




그런데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전에도 한번 설명했지만 빌린 돈을 남에게 빌려 줘서 먹고 산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예대마진(= 대출이자 - 예금이자)으로 수익을 올리죠. (참고로 은행이 돈을 빌리는 방법은 예금을 받는 것 외에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거나, Call자금(금융기관 간에 초단기성으로 빌려주는 돈)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은행의 딜레마가 있는 겁니다. 뭐냐 구요?




여러분이 은행장이라 해도 당연히 은행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선 돈을 빌릴 때(자금조달)는 싼 금리로 돈을 빌려줄 땐(자금운용) 비싼 금리로 하려고 하겠죠. 좀 전에 설명했듯이 일반적으로“장기금리>단기금리” 입니다. 따라서 자금조달(돈 빌림)은 단기로 하고, 자금운용(돈 빌려줌)은 장기로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금리가 3개월에 5%, 6개월에 7%, 1년에 9%라고 하면 제가 은행장이라 해도 1년에 9%이자 받고 100만원을 빌려주고 그 돈은 3개월에 5%이자 주고 조달하는 거죠. 그럼 3개월 후엔 100만원 빌린 거 갚아 줘야 하는데, 이미 1년짜리로 빌려 줬으니 어떻게 갚느냐구요? 그야 3개월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3개월에 5%로 빌려서 갚으면 되죠. 그 다음 3개월 후에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이런식으로 4번만 하면 금방 1년이 지나고, 그럼 `9% - 5% = 4%` 즉, 1년에 4%의 예대마진을 먹는 겁니다.




그게 무슨 딜레마냐 구요? 당연히 딜레마죠…




함 생각해 봅시다.




첫째, 요즈음과 같이 현대건설 같은 대기업이 휘청거리고, 불법자금대출 등의 악재가 계속되어,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3개월에 5%이자 받고 은행에 돈 빌려 줬던 사람이 다시 3개월 후에 그 돈을 쉽게 빌려 주겠습니까. 특히, 열린금고 사태라도 함 보고 나면… ‘금쪽 같은 내돈 은행을 우째 믿고…’ 하면서 돈을 빼버리려 하겠죠. 그럼 은행은 돈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은행이 돈 창고도 아니고 그 금쪽 같은 돈은 이미 1년짜리로 대출이 된 상태입니다. 즉, 은행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겠죠… 이러한 위험을 유동성위험(liquidity Risk)이라 합니다. 은행은 항상 이러한 위험을 안고 영업을 하는 겁니다. 물론, 유동성 위험을 없애기 위해선 자금의 운용기간과 자금의 조달기간을 맞추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은행은 예대마진을 못 먹게 됩니다. 3개월에 5%에 돈 빌려서 3개월에 5%에 돈 빌려주라면 은행이 무슨 자선사업가라도 됩니까 그 짓 하게…




둘째, ‘97년 말 IMF때 처럼 경제상황이 나빠져, 시중에 돈이 궁해지고 금리가 막 올라 가게 되면 사람들은 짧게 예금을 하려고 하겠지요. 왜냐면 하루 자고 나면 이자가 또 오르고 하는데 1년 넘게 장기로 예금을 해 놓겠습니까? 물론 예금하는 시점에선 3개월짜리가 5%이고 1년짜리가 9%라 해도 금리가 자꾸 올라가면 3개월 후엔 다시 3개월짜리가 7%가 되고 1년짜린 11%가 되고, 다시 그 후엔 3개월→10%, 1년→18%… 이렇게 올라 가겠죠. 그럼 바보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1년에 9%로 예금하느니 3개월씩 끊어서 5%먹고, 7%먹고, 10%먹고… 이렇게 할 것 아닙니까…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느냐고요?




잘 들어 보세요. 은행은 예대마진을 많이 먹으려고 100만원을 3개월씩 빌려다가 1년짜리로 10%받기로 하고 빌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나빠져, 금리가 오르면, 3개월 후엔 5%가 아니라 7%가 되고 자칫 잘못하여 금리가 폭등이라도 하면 3개월 후에 15%가 되어 대출해준 10%보다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역마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렇듯 자금조달과 자금운용의 금리 결정 기간이 달라서, 자금조달의 금리(이자율)를 다시 책정하는 시점에서 최초의 자금운용의 이자율보다 높아지게 되어 은행이 입게 될 손해를 이자율위험(Interest Rate Risk)이라 합니다.




여러분들은 아직도 구조조정이 안된 은행 및 금융기관 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모든 게 기업들이 경영을 잘못해서 부실화 되고 따라서 금융기관에 빚을 못 갚아 저렇게 힘들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항상 이 두 가지 위험 즉, 유동성위험 과 이자율위험을 가지고 영업을 합니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이 위험들과 계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겁니다. 즉, 적당한 선에서 시장상황에 맞게 밀고 당기고 하면서 수익을 얻어야 되는 거죠. 이를 갭(GAP)관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이 위험들을 너무 간과 했었죠. 동방불패가 아닌 금융기관불패의 신화를 너무 과신했던 탓이죠. IMF이후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몇몇 은행들이 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을 한다고 하지만, 그 동안 워낙 피해들이 컸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진 두고 봐야 겠죠.




물론, 작금의 사태가 금융기관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선진금융기법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는 금융기관 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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