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상에도 여러 가지 법칙과 이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법칙과 이론은 절대적 진리처럼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경제현상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이기에 ‘대부분 이러 이러하다’란 것이지 ‘반드시’ 이러 이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게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의 특징이죠. 자연과학과는 다른 특징 말입니다.

 

경제학의 이론 중에는 「물가결정이론」이란 게 있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동일한 비율로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이론이죠. 쉽게 말해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도 따라 올라간다는 것이죠.

 

이를 약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화폐의 유통속도(V) = {물가(P) × 산출량(Y)} ÷ 통화량(M)】 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야 하는데,

 

화폐의 유통속도(V)는 한 경제체제(≒한 국가) 내의 지불습관 등 사회적 관행에 의해 잘 바뀌지 않는다고 보며, 산출량(Y)의 경우는 한 국가의 총 생산량이므로 이는 경제성장과 관계된 것이지 통화량(M)의 변화와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정책적으로 통화량(M)을 증가시키면 위의 등식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물가(P)가 올라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통화량 증대 = 물가 상승’이 된다는 이론이죠

 

 

♠ 어? 통화량을 늘렸는데, 물가 상승 안되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정책을 줄기차게 유지하며 시중에 엄청난 돈을 풀었습니다. (물론,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 나라가 그렇게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지표상 물가는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4년 12월 이후 4개월째 0%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2015년 초 담뱃값 인상이 소비자물가를 0.58%포인트 끌어올린 효과를 포함한 것이라 이를 제외하면 물가는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라고 합니다.

 

돈을 그렇게 뿌려댔는데 물가는 오르지 않자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참고: 중앙일보 2015.04.02일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4개월째 0%대”)

 

이렇듯 이론적으로는 돈을 풀면 물가가 올라야 하는데 실제로는 오르지 않는 것을 ‘유동성함정’이라고 부르죠. 유동성함정에 빠지면 그야말로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정부에서 경기를 진작시키려고 아무리 돈을 풀어봤자 경기는 꿈쩍도 하지 않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돈 풀었다고 해도, 소득 줄고 구매력이 떨어지니…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 것입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실적이 나지 않고 가계는 가계대로 소득이 늘지 않으니 시중에 돈이 아무리 풀려도 그 돈이 부가가치를 올리는 곳에 투자되지 않고 또 부가가치가 가계에까지 스며들지 않으니 소득도 늘지 않고, 소득이 늘지 않으니 구매력도 줄어들고, 그러니 소비가 줄고 물가는 안 오르고 기업의 실적도 늘어나지 않는 것이죠. 함정에 빠진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죠.

 

그러자 일부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이 오르지 않아 경기가 살지 않으니 자산가치라도 올려서 경기를 살리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죠. 쉽게 말해 월급은 오르지 않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자신의 부가 늘어났다고 느끼기 때문에 소비도 늘리게 되고 그 덕에 경기도 살아날 것 아니겠느냐는 거죠.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나 내 집 마련을 하라며 부추기고, 원할 경우 낮은 금리에 돈까지 빌려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작금의 상황입니다. 급기야 어떤 부동산관련 대학교수님의 칼럼에는 치솟는 전세 값 공포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빚을 내어 이번 기회에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낫다는 식의 주장도 보이더군요.

 

 

♠ 위기가 곧 기회! 자산 팔아 돈으로 바꿀

 

앞서도 말했지만, 경제학을 포함하여 사회과학의 특징은 어떤 이론이든 대체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구는 태양주위를 돈다는 자연과학 법칙과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현상이 사회과학의 법칙이나 이론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대부분 그곳에는 함정이 있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하지만 그 위험이 곧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위험이 좋게든 나쁘게든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고 나면 다시금 그 법칙이나 이론대로 돌아가는 복원력이 있기 때문이죠.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경제학의 이론입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리는 엄청나게 올라갔고 급기야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났습니다.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는 15~20%대인데, 금융기관 하루짜리 콜금리가 30%를 넘었습니다. 단기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지다 보니 그런 현상이 벌어졌죠.

 

당시 모두가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각종 신문과 매스컴에서 위기를 대서특필했죠. 하지만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극에 달해 폭발하고 나면, 다시 균형을 이룰 거야! 그렇다면 금리는 다시 떨어지겠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돈을 벌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그러하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정부가 엄청난 저금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각종 매체에서는 저금리니 가계부채니 하면서 위기를 대서특필 합니다.
 

지금이 또 다른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금리가 천정부지 일 때는 돈을 채권과 같은 자산으로 발 빠르게 바꾼 사람들이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금리가 바닥을 치는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자산을 돈으로 바꾸는 사람이 기회를 잡을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확보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돈을 확보해 놓아야 할 시기일는지도 모릅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대출받아서 돈으로 바꿔놓으란 말은 아니겠죠…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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