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침실에 늘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트가 한 권 있다. 두툼한 겉표지에는 굵직한 매직으로 쓴 <감사 일기> 라는 제목이 새겨져 있다. 젊은 혈기로 독립을 외치며 사표를 던진 후 한동안 온갖 잡념으로 심신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던 시기가 있었다. 표정과 내뱉는 말에서 가족들 모두는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었으리라 여겨진다. 가족이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그 무렵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쓰는 요령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체적인 감사의 표현을 5가지씩 노트에 옮기는 것이다. 첫날의 어색함과 머쓱한 기분으로 시작한 노트가 어느새 4권으로 접어든 지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중 하나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인생의 <참 도우미>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한없이 맑은 미소를 보내는 아이와 늘 파이팅을 외쳐주는 아내처럼 아주 가까운 곳에 가족이라는 <인생 도우미>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15일 경북 문경의 한 마을에 한날한시에 숨을 거둔 노부부의 쌍상여 행렬이 많은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남편은 거동이 불편하고 아내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금실 좋은 부부였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아내가 눈에 미끄러져 쓰러지고, 남편은 쓰러진 아내를 보고 충격에 영면(永眠)한 것으로 보고 경찰은 부부의 사인은 똑같이 동사(凍死)라고 밝혔다.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눈의 역할을 해줬을 노부부의 삶에서 부부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신년 초 한 일간지에 ‘부도난 아빠· 자폐 아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아빠는 IMF때 부도를 맞아 빚더미에 내려앉아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설상가상 갓 세 살 된 둘째는 자폐진단을 받아 고액의 치료비로 인해 빚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엄마 임 씨는 “우리는 가족이니까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운명공동체끼리 탓을 돌리면 내 운명이 불행해지는 것밖에는 안 되니까.”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엄마의 말에서 가족이 가지고 있는 무한에너지가 전해오는 듯하다.

 자수성가(自手成家)란 말도 곱씹어보면 시작만 혼자란 의미일 뿐 반드시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내가 중심에 서 있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족이라는 도우미가 중심을 에워싸고 있다.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아버지, 떠올리기만 해도 포근한 어머니, 마냥 흐뭇한 자녀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등불은 주위를 밝히지만 등잔 밑이 어둡기에 더 밝아 보이는 것이다. 가족은 바로 <등잔 밑 도우미>와 같다. 오늘은 퇴근 후 도우미에게 감사의 표현을 5가지만 해보길 바란다.
ⓒ박주광20130109(edusp@naver.com)
기업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정평이 나있다. 연간 수백 회에 달하는 강의를 진행하는 교육 전문가이다.
현재는 ‘개인과 조직의 1% 성장’ 을 모토로 하는 교육훈련 전문기관 ‘Success Partner’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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