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핀 무궁화 13 : 반가운 만남

입력 2015-03-16 08:00 수정 2015-03-16 13:42
공부에 관한 한 천재 소리를 듣는 공부 도사들은 한번 들은 것은 잘 잊지 않는 특성이 있다.

내가 만난 공부도사 중 단연 최고가 강박사였다. 다른 회원들은 필기구를 지참했으나 강박사는 그냥 듣기만 하고 끝냈다. 저렇게 해서 기억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 했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시간은 강박사만을 위한 시간처럼 됐다. 다른 회원들이 차츰 강박사를 시기하면서 공부 분위기가 묘하게 꼬여 갔다. 강박사가 제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했다.

강박사에 대한 회원들의 질투심은 내게 대해서는 반감으로 작용했다. 그 중심에서 김사장은 선동을 일삼았다.

김사장의 심술이 도를 넘는다 싶었는데 어느 날 김사장과 김사장의 동생이 아내들을 데리고 모임에서 빠져 버렸다.

다른 회원들도 쉬었다가 하는 게 좋겠다고 해 결국 모임은 와해되고 말았다. 내가 모임을 잘 못 리드해 그렇게 됐다고 자책했었는데 강박사를 만나게 되자 앞뒤 생각 없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들에게 다가가 [건강들 하시고 김사장님 하시는 사업은 잘 되시지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강박사는 “원장님도 잘 계셨지요?” 라고 반갑게 인사했고 김사장은 “주식하셨잖습니까? 어떻게 돈 많이 버셨습니까?” 하며 듣기에 따라서는 비아냥거림일 수 있는 인사를 했다.

[주식투자는 졸업했습니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 [요즘 주식 하는 바보가 어디 있답니까?] 라고 하자 순간 김사장의 얼굴이 변했다. 강박사는 재빨리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아하, 김사장이 주식 투자를 하는 모양이로군] 하고 감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사장님도 청와대 소스라는 소문에 따라 투자 하신 겁니까? 새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코스닥 쪽으로 바람이 불거라며 구체적인 종목들이 거론되긴 했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자 김사장이 “원장님은 주식 말고 어디다 투자 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옵션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아니, 그 위험한 것을” 하는 눈치다.

 

김사장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강박사 한데 [아드님은 어떻게 잘 있습니까?]하고 아들의 근황을 물었다.

“예, 약혼녀 집에 인사 갔습니다. 곧 올겝니다. 만나보시지요. 약혼녀도 함께 올 텐데…” 강박사는 남편의 의견을 생각지 않는 듯 일방적으로 말했다.

이때 승규가 일어섰고 영남이 허리 굽혀 승규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잡혔다.

영남을 혼자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일행이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다 잘되시고 행복하십시오. 시간 되시면 다시 만나 뵙지요.]

사무실 전화번호를 남겨 놓고 일어섰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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