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묵은지와 인연

2523

“오늘은 또 뭐먹지? 끼니때마다 걱정돼.”

“<묵은지>에 고등어 넣고 자박자박 조리면 집나갔던 입맛이 다시 돌아와!”

 

지난 해 김장김치가 유난히 맛있었습니다. 시간이 오래되어 <묵은지: 묵은 김치>가 되었는데 그야말로 김치 맛은 더 깊고 더 풍부해졌습니다. 남해에 사는 친정엄마가 직접 키운 배추와 남해 앞바다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은 것입니다. 친정김치를 한 번 맛 본 지인들은 칭찬이 자자합니다. 필자는 그 기분에 취해서 너도나도 조금씩 나누다보니 김치가 동이 나버렸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묵은지를 대신할 김치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 방법은 김치를 마당에 놔두고 외부 온도차에 노출시켜 빨리 숙성되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서 김치를 꺼내보니 보글보글 거품이 오른 식초김치 즉 신김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묵은지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오래된 김장 김치’라는 뜻으로 저온에서 6개월 이상 숙성 저장하여 따뜻한 계절에 김장김치의 맛을 느끼게 하는 별미김치라고 합니다. 그러니 제가 억지로(?) 만들려던 신김치와는 크게 다릅니다. 신김치는 숙성이 빨리 돼서 신맛이 나는 김치고, 묵은지는 서서히 오랜 기간 숙성되어 시어지지 않은 김치입니다. 그리고 묵은지는 오래 오래 숙성할수록 더 맛있고 깊은 맛이 난다고 합니다.

IMG_20150309_135727

김치는 우리네 사람 사는 관계와 많이 닮았습니다. 묵은지처럼 오래 된 관계가 있는가 하면 겉절이처럼 금방 만남이 시작된 관계가 있습니다. 새 김치가 묵은지가 되려면 발효되는 과정과 숙성이 되면서 발생하는 가스와 고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고운 빛깔의 태양초 고추 가루도 젓갈과 양념에 녹아들어 색깔은커녕 형체도 없어집니다. 오랜 시간과 한결 같은 온도가 빚어낸 <마술> 같습니다.

 

이에 비해 막 버무린 겉절이는 그 아삭한 식감과 양념의 강한 맛으로 먹는 김치입니다. 배추는 배추대로 기가 살아 있어 뻣뻣하고 양념은 겉발라져 있습니다. 그래서 겉절이의 상큼함에 고소함을 더해주기 위해 참기름과 깨소금을 다소 과하게 뿌려 주기도 합니다. 참기름과 깨소금은 엄마들의 묘약인 셈입니다. 그런데 겉절이와 같이 짠 소금 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김치는 금방 먹지 않으면 곧 물러져 외면당하기 마련입니다.

 

겉절이와 같은 인연은 새로운 만남이 주는 긴장감과 호기심이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므로 ‘헌 옷이 새 옷이 되는 <착각의 늪>에 빠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내가 입는 내 옷이 매일 매일 새 옷이 되는 것처럼’보입니다. 때때로 장소까지 바꾸게 되면 산뜻한 현장 분위기가 깨소금 많이 친 겉절이 김치처럼 화려하고 고소하여 자극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곧 얼마지 않아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김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같아 보입니다.

 

필자는 “1, 2분 안에 도착하니까 집 앞에 나와 있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사 온 후 맺은 첫 인연입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해 이젠 묵은지 인연이 되었는데, 이 분이 가져 온 것이 묵은지입니다. 필자 손에 들린 묵은지처럼 인연에는 짠 소금에 절여지고 숙성되는 그 과정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일터, 직장에서 만난 동료는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만나는 <인연>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오늘 점심은 ‘묵은지에 고등어조림’ 어떠십니까? Ⓒ20150309

 

국내 1호 헤어칼럼니스트와 국내 최초 성공미학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성공미학, 성공하려면 티를 내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현재 한국 직업 방송 Work-TV '잡매거진'에서 매주 화요일 생방송 출연중이며, 유투브와 한국경제TV를 통해 방송됩니다. // 저는 변수가 꽤 많은 제 삶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크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인지 제 삶의 최우선 순위가 Work &amp; Life에 대한 균형입니다. 수년 전 도심을 벗어나 전원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기록하며 Life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제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