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노동절을 끼워서 홍콩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유튜브를 통해 홍콩 정보를 알아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홍콩: "중국 관광객 몰아내자!"

 

“이번 노동절 연휴에는 중국 대륙의 관광객들이 홍콩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아보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2013년 한해 동안 약 4천만명의 중국 대륙의 방문객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들 중 일부가 홍콩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노상방뇨를 시키는 장면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홍콩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 외에도 중국 관광객들의 온갖 추태가 알려지면서 홍콩 사람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저 역시 당시 홍콩시내 버스투어인 빅버스(Big Bus) 안내소에서 상담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국인이 중간에 끼어들어 불쾌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빅버스의 상담원은 그 중국인에게 단호한 표정으로 “Only Cantonese or English. No Chinese!”라고 말하며 중국인을 뒤로 가게 만들고 저에게 “I’m sorry.”라고 상냥하게 말을 하더군요. 그때 저도 홍콩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반감을 일부나마 피부로 느꼈었죠.

 

사실 그 동안 홍콩으로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들과 보따리상들로 인해 공공질서가 문란해 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원을 독점하고 사재기로 인해 물가상승까지 야기되어 홍콩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급기야 홍콩시민들이 ‘중국인 돌아가라!’며 시위로 이어졌고 ‘양진영(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인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중국 중앙정부에 제안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제안에 홍콩의 소매업체나 유통업체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중국 방문객이 노상방뇨를 하든 고성방가를 하든, 물가를 올려 홍콩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당장 매출을 올려주는 고마운(?) 고객을 쫓아 내자는데 좋아할 리가 만무하겠죠.

 

 

♠ 대만: “이틈을 이용해서 중국 관광객 유치해 보자!”

반면, 대만은 이틈을 이용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국 대륙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하루 350달러 이상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특별 비자를 발급하는 등 여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죠. 물론, 대만 역시 중국 관광객들이 물밀 듯 밀려오면 또 다른 부작용과 불편은 생기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 듯싶습니다.

 

 

♠ 제주도: “부동산투자 이민정책 엄격하게 해달라!”

얼마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한국 섬에 갈등을 일으키는 중국인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고 합니다. 물론, 제주도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에서 제주도가 1970년대 후반 일본인이 장악했던 하와이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비유를 했지만 그 상태는 당시 하와이보다 더 심하다고 합니다. (동아일보 2015.02.27일자 “[횡성수설/인연수]제주도 영주권 너무 싸다” 에서)

 

최근 들어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투자자들로 인해 제주 역시 홍콩처럼 머리가 아픕니다. 물론, 제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공공질서 문란, 난개발과 환경파괴,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현지 제주도민들과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2010년 도입한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를 좀더 엄격하게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기존의 50만 달러 이상 투자하면 거주자(F2) 비자를 주고 5년 뒤 영주권도 주는 안을 100만 달러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제도가 2018년 일몰제이니 그때 생각해보자”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현재까지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로 F2 비자를 받은 사람은 총 1,007명이고 이 가운데 98.4%가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 굳이 땅값만 올리는 부동산투자를 빌미로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할지…

우리는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잘못된 정책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물론, 대원군의 정책은 시대의 흐름을 못 읽은 정책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쇄국정책=나쁜 정책’이라는 방정식에 익숙해지다 보니 ‘개방정책=좋은 정책’이라는 무조건의 방정식에도 익숙해져 있는 듯싶습니다.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열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분명 개방정책이고 이것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내국인에 비해 혜택을 주는 이러한 개방정책이 자칫 잘못하면 역차별이 될 수도 있으며 또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가 과거 50~60년대처럼 자본이 축적되어 있지 않는 상황도 아닌데 산업이나 기술에 대한 투자도 아닌 땅값만 올리는 부동산투자를 빌미로 굳이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의 PEF 운용역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알기쉬운 금융상식1,2,3', '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만들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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