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은 차를 애지중지 하며 아주 천천히 살살 몰고 다녔다.

고속도로에서도 슬슬 기었다.

답답해서 타기 싫었다.

5년 동안 영남의 차를 탄 횟수는 10번이 채 안됐다.

영남의 차를 애용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상가(喪家)에서 수거해온 꽃과 꽃바구니를 재활용하여 결혼식장에 축하용으로 보내는 것을 본 뒤로 <저놈 저거 아주 흉측한 놈일세, 언젠가 크게 한번 탈낼 놈이로군.> 하게 됐고 벤츠를 불법 개조를 해서 타고 다니면서도 의기양양해 하는 꼴을 보고 <가히 가관이로군> 하며 혀를 찼다. 그런 내게 영남의 차는 ‘괴물이 몰고다니는 괴물 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영남과 승규가 수십 년이나 한 통속으로 어울려 다니며 노는 것은 검사와 수사관 이라는 모종의 검은 연결고리 때문 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궤짝? 아니 열 궤짝? 엄청난 돈을 배불리 먹고 입 쩍 벌리고 있는 악어와 그 악어의 입속에서 검은 찌꺼기들을 쪼아 먹는 악어새가 연상 되는 것은 수없이 되풀이 돼 왔다.

 

설날임에도 S호텔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외제차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벤츠였다. 영남의 벤츠는 몸채는 작은데 번호는 s700이어서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주차장에서 호텔로 가는 동안 영남은 내 팔짱을 꼈다.

호텔 안은 갑자기 어두워진 듯 했다. 차단된 햇빛, 쵸콜렛 톤의 실내 분위기가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었다.

커피숍을 찾아 가면서 영남이 팔짱을 풀었다. 실내 음악은 시끄럽다고 느껴졌다. 은은함과는 너무 동 떨어져 시골장터의 마이크 소리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은 진지하지 않았고 마이크 볼륨이 너무 높아서 그러한 듯 했다.

마이크 없이 세컨 바이올린과 첼로를 더해 5중주를 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중 소매를 붙잡히는 느낌이 왔다.

“원장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 강애란입니다. 기억 하세요?”

<어! 강박사! 안녕 하셨습니까?>

5년은 넘은 것 같다.

타워 팰리스에서 명리학, 음식공부, 호흡, 기(氣)수련에 대해 특별회원 위주로 강의한 적이 있었다. 강박사와는 그때 인연을 맺었다. 호텔에서의 해후는 전혀 뜻밖이었다.

“남편이 주차하고 곧 올 텐데 시간 있으시면...”

<미안합니다. 손님과 선약이 있는데 1시간 쯤 걸릴 듯 합니다. 1시간 뒤에도 괜찮으면 차나 한잔 하십시다. 김사장 하시던 사업은 잘 되지요?>

“예, 그럭저럭 꾸려가는 것 같습니다.”
 

승규를 만나기로 하고 나왔지만 뜻밖에 만난 옛날 인연 쪽으로 조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영남은 승규가 앉아 있는걸 발견하고 승규한테 손을 흔들면서 내 팔을 잡아끌었다. 승규가 선글라스를 벗어서 접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승규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다른 일행이 있는 듯 보였다.

인사를 나누면서 승규는 옆자리의 건장한 초로의 신사에게 ‘자리를 좀 비켜 달라’는 식의 눈짓을 했다.

승규는 기다리던 중에 우연히 만났다면서 굳이 내게 설명을 하며 다른 일행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됨을 강조 했다.

영남은 아들일로 면세점에 다녀오겠다며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하고는 자리를 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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